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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소중한 존재였으니

 

.. 그래도 작은 늑대가 큰 늑대한테 소중한 존재였으니 인석이한테는 얼마쯤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  <강승숙-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보리,2010) 79쪽

 

'소중(所重)한'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고마운'이나 '좋은'이나 '둘도 없는'으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위로(慰勞)가 되었을 것이다"는 "마음을 달래 주었으리라"나 "마음을 다독여 주었으리라"나 "마음을 달래 주었으리라 본다"나 "마음을 다독여 주었으리라 본다"로 손질해 봅니다.

 

 ┌ 소중한 존재였으니

 │

 │→ 소중한 친구였으니

 │→ 고마운 벗이었으니

 │→ 둘도 없는 벗님이었으니

 │→ 좋은 동무였으니

 │→ 살가운 어깨동무였으니

 └ …

 

둘도 없는 동무이거나 다시는 없을 벗이거나 무척 소중한 친구를 가리키면서 "둘도 없는 존재"라 하거나 "다시 없을 존재"라 하거나 "소중한 존재"라 하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동무-벗-친구'라고만 하기에는 어쩐지 느낌이 얕거나 옅다고 보는구나 싶습니다. 동무이니까 동무라 하고, 벗이니까 벗이라 하며, 친구이기에 친구라 할 뿐입니다. 토박이말 '동무'나 '벗'을 쓴다면 더 좋겠지요. 그러나 한자말 '친구(親舊)'를 쓰더라도 친구는 친구요 동무는 동무라고 느낄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가만히 보면 애틋한 동무를 가리키는 자리뿐 아니라, 살갑거나 사랑스러운 짝꿍이나 님을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소중한 배우자"라 하기보다 "소중한 존재"라 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좋은 사람"이라 하면 되고, "좋은 짝꿍"이라든지 "좋은 짝지"라 하면 될텐데, 그예 "좋은 존재"라 하고 맙니다.

 

믿음직하거나 사랑스럽거나 좋거나 반갑거나 고맙다는 뜻이란 여느 우리 말에는 담을 수 없다고 느낀다고 할가요. 듬직하거나 애틋하거나 즐겁거나 기쁘거나 살갑다는 넋이란 여느 우리 글에는 실을 수 없다고 여긴다고 할까요.

 

 ┌ 든든한 벗이었으니

 ├ 믿음직한 씨동무였으니

 ├ 좋은 이웃이었으니

 ├ 사랑스러운 길동무였으니

 └ …

 

'동무'나 '벗'이라는 말마디로는 아무래도 옅거나 얕다고 느낀다면 '동무님'이나 '벗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깨동무'나 '씨동무'나 '길동무'라 하면서 살을 붙일 수 있습니다. 또는 '마음벗'이나 '마음동무'라 할 수 있고, '삶동무'나 '삶벗'처럼 남달리 가리킬 수 있어요. '사랑동무'나 '믿음동무'라 해 볼 수 있겠지요. '기쁨벗'이나 '웃음벗'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한테 참으로 고마우면서 애틋한 동무가 얼마나 고맙거나 애틋한가를 한 마디에 담아 "무슨무슨 동무"요 "어떠어떠한 벗"이라고 일컬어 본다면, 우리 동무나 벗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한편 우리 말맛과 글멋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ㄴ. 신과 같은 존재

 

.. 예나 지금이나 이들 스타들은 별 생각없이 사는 미국인들에겐 실로 신과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  <히로세 다카시/이규원 옮김-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프로메테우스 출판사,2010) 119쪽

 

'별(別)'은 '아마'나 '깊은'으로 다듬고, '미국인(-人)'은 '미국사람'으로 다듬습니다. '실(實)로'는 '참으로'로 손질하고, '신(神)'은 '하느님'으로 손질해 줍니다.

 

 ┌ 신과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

 │→ 신과 같으니 말이다

 │→ 신과 같은 자리에 있으니 말이다

 │→ 신으로 여기니 말이다

 │→ 신처럼 섬기니 말이다

 └ …

 

신과 같이 여긴다면 "신과 같이 여긴다"고 말하면 됩니다. 신을 믿든 안 믿든, 또 하느님을 섬기든 안 섬기든, 우리들은 "하느님과 같이 여긴다"라 적바림해도 됩니다. '하느님'이라는 말마디는 서양종교를 믿는 사람이 쓰는 말마디인 가운데, 말 그대로 하늘에 계신 님을 일컬으면서 우리들 사람 사는 누리를 다스리는 높은 분들을 가리키는 말마디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하느님과 같으니 말이다"처럼 적으면 넉넉합니다. 굳이 받침말을 적어 넣고 싶다면 "하느님과 같은 분이니 말이다"처럼 적어 줍니다. "이들 인기인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미국사람들한텐 참으로 하느님과 같은 분이니 말이다" 쯤으로 손질하면 잘 어울려요.

 

"하느님인 듯 떠받들고 있으니"라 손질해 보아도 되고, "하느님인 양 모시고 있으니"라 손질해 본다든지 "하느님이라도 되는 듯 받들고 있으니"라 손질해 보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깜냥껏 우리 생각과 느낌을 가장 잘 담아내는구나 싶은 말틀을 헤아려 보면 됩니다. 우리 슬기껏 우리 넋과 얼을 가장 알맞게 보여주는구나 싶은 말결을 살필 줄 알면 됩니다.

 

 ┌ 하느님과 같은 분이니 말이다

 ├ 하느님처럼 거룩히 여기니 말이다

 ├ 하느님처럼 떠받들고 있으니 말이다

 ├ 하느님처럼 우러르고 있으니 말이다

 └ …

 

우리는 우리 생각을 나누고자 말을 합니다. 우리는 우리 뜻을 주고받고자 글을 씁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드러내어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하고자 이야기를 펼칩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 겨레로서 말을 하고 글을 쓰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땅에서 삶과 문화를 일구어 온 사람들로서 말을 하고 글을 쓰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더 잘난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더 꾸미거나 잘난 척을 하고자 쓰는 글이 아닙니다. 더 뽐내거나 겉치레를 하려고 나누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하는 말입니다. 즐겁게 쓰는 글입니다. 스스럼없이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말마디에는 사랑을 담고, 글줄에는 믿음을 실으며, 이야기에는 나눔이 스며듭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맑게 빛내고 환하게 돌보는 말과 글을 아끼며 어루만질 노릇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존재#한자#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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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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