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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게임이 아니다

 

'심즈'라는 게임이 있다. 컴퓨터에 설치 후 캐릭터의 외모나 성격은 물론 삶 전체를 만들어가는 내용으로 인테리어나 직업, 연애 등 실생활의 주요 사건들을 전개시키며 디테일한 재미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시리즈로는 2편까지 나왔으며 확장팩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 얼마 전 한 여성은 이 게임을 삭제한 후 상당 시간 동안 멍하게 지냈다고 한다. 게임이 삭제되면서 그동안 저장된 2기가 용량의 스크린 샷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 그것은 바로 추억이 사라진 것이었다.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즈'를 사랑하는 많은 사용자들은 바로 이러한 부분 때문에 게임을 하고 있다. 가상으로 존재하지만 정해진 공간 안에서 사회적 인격체인 아바타를 내세우며 타인들과의 관계를 형성해가는 삶. 보통의 일상은 지루하지만 게임 속 인생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구축해 나갈 수 있으며 인간관계 또한 만족할만하게 이뤄갈 수 있다. 때문인지 이 게임에 몰입할수록 현실과의 괴리감에 갈등하는 사람도 있다. 한 마디로 게임 속에서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가 이러한 게임에서 긍정적인 면을 이끌어 낸다면 즐겁고 행복한 감정이 증대된 사회구성 원리를 실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요소들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며 또 공동체를 즐겁게 만드는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존 시뮬레이션 게임은 컴퓨터에 CD로 설치하여 미리 입력된 상황변수들을 플레이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SNG 장르가 국내 온라인 게임에 도입되면서 사용자들 스스로 가상의 공동체 속에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엔터테인먼트를 누릴 기회가 생겨났다. 이것은 새로운 사회를 미리 시뮬레이터해보는 하나의 실험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SNG 장르 시작한 넥슨

 

 넥슨별 포스터
넥슨별 포스터 ⓒ 넥슨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의 SNG(Social Network Game 소셜 네트워크 게임 : 위키디피아 백과사전에 따르면 믹시나 싸이월드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온라인 인맥과 유대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다. 일반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SNS네트워크 내 사용자 간 친밀감과 동질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특징) '넥슨별'은 그러한 점에서 관심을 끌 수 있다. 이 게임은 정식오픈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으나 이미 화제 속에 사용자들이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게임을 제공하는 넥슨 측이 고가의 명품 가방을 사은품으로 내건 오픈기념 이벤트가 톡톡한 효과를 봤다고 할 수도 있다. 넥슨별 사용자의 과반수 이상이 여성이라는 특성상 그랬을 수도 있겠으나 과연 문화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만으로 이 게임을 단정할 수는 없을 터. 온라인 문화가 현실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현재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맥을 형성해나가는 게임이 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게임 자체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개선사항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넥슨별을 처음 시작하면 자신의 별이 주어진다(위). 이 별을 가꿀 수 있는데 간단한 미션이나 채집을 통해 가능하다(아래).
넥슨별을 처음 시작하면 자신의 별이 주어진다(위). 이 별을 가꿀 수 있는데 간단한 미션이나 채집을 통해 가능하다(아래). ⓒ 넥슨

현재 넥슨별의 가장 긍정적인 특징은 이것이다. 자신의 별을 꾸미기 위해 농장을 만들면 다른 사용자들이 방문해 생산물을 챙겨 갈 수 있고, 이때 별주인의 경험치가 함께 올라간다. 실제 사회로 치자면 나눔 활동을 통해 참여자 전원이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선행을 하는 이유가 결국 자신에게도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라는 특정 심리학의 관점과 유사하기도 하다. 세상이 살기 좋아지면 나도 이익이라는 관점 때문에 완전한 이타적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 옳던 그르던 게임을 하다보면 일반적인 농작물 채집은 물론 낚시대회라는 이벤트 중에 사용자들끼리 지나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바다에 쉽게 나타나지 않는 거대 어종이 발견될 경우 이것을 잡기 위해 여러 명이 달려들다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것은 넥슨별이 과연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을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실제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은 역기능들은 컴퓨터 캐릭터들이 아닌 진짜 사람들(아바타들)이 모여 공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을 제도적인 부분들로 최대한 보완하고 있는 것이 앞서 말한 나눔 행위와 같은 것들로 협력하며 발전하는 시스템이다. 사회적 환경이란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구성원들과 공동체 전체의 발전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것을 넥슨별이란 게임 공간에서 시행되는 정책들이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회에서 극복해야할 문제들과 이에 대한 힌트, 긍정적인 모습들을 함께 보여주며 실험 공간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게임이 넥슨별이다.

 

온/오프를 아우르는 가능성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게임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별로그'라는 블로그 공간이 제공되는데 이것이 게임과 연결되어 있다. 게임 실행 중에 상대방의 블로그로 바로 접속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메신저를 통한 대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강화시켜주는 측면이 많다.

 

이러한 부분은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용자들이 뭉쳐 캠페인을 전개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넥슨별은 아바타의 닉네임 위에 현재의 기분상태나 하고 싶은 말을 적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20대 이상 사용자들이 여기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적극적인 투표구호를 적은 것이다. 이런식으로 사용자들은 강화된 네트워크 속에서 일종의 패밀리를 만들어 게임과 함께 캠페인을 벌였다. 

 

 아바타의 닉네임 위에 주어진 공간을 활용한 모습
아바타의 닉네임 위에 주어진 공간을 활용한 모습 ⓒ 넥슨별

그런데 정작 넥슨별에는 다른 온라인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파티' 기능이 없다. 특별히 따로 동맹을 맺지 않더라도 사용자들 모두 상호 연계된 공동체 구조 아래 경험치를 나눠 가질 수 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황폐화된 자신의 별을 가꾸기 위해 여러 가지 도움을 받게 되는데 어느 정도 모양이 갖춰지면 또 다른 방식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자신의 별을 타인들에게 개방해 똑같이 도움을 주는 것인데 그것은 곧 공동체 협력 정신에 기반 한다.

 

전투나 몬스터 사냥 대신 채집이나 공간 디자인 등으로 재미를 찾는 게임. 경쟁할 수도 있지만 서로 협력하면 더 쉽게 발전이 가능한 게임. 간편한 설치로 접속할 수 있으며 폭력성이 없고 귀여운 캐릭터가 많아 특히 여성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픈 초창기부터 화제를 몰고 막강한 지지를 받는 넥슨별의 접속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듯 보인다. 더불어 현실과 가상을 아우르며 얼마만큼의 사회적 순기능을 해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게임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스쿨 오브 오마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SNG#넥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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