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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는 어떤 곳인가

노란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노란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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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혹은 카미노(the camino:길)는 우리말로 옮기면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중세에 종교적 동기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찾던 이 길은 최근 수많은 인생 순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성 야고보(스페인어로 산티아고)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산티아고 성당까지 가는 순례길은 몇 가지 경로가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길은 스페인 접경에 있는 프랑스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 북부를 8백여 킬로미터 서쪽으로 가로지르는 노정이라 한다.

이 길은 9세기 이래로 수많은 순례자들이 삶의 의미를 물으며 걸어간 길로, 전승에 따르면 산티아고는 들판의 양치기들이 빛나는 별을 보았다는 곳이기도 하며 그래서 산티아고는 '콤포스텔라', 곧 별들의 들판이라 불린다고 한다.

산티아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파울로 코엘료는 산티아고 이 길을 걷고 난 후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의 소설 <연금술사>, <순례자> 등 대부분의 작품이 산티아고 길에서 겪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산티아고 순례기를 소설화한 <순례자>에서 고백하고 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서 파울로 코엘료가 인생의 대전환을 맞았고 60살 생일을 앞두고 친구 목사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에서(<느긋하게 걸어라>) '조이스 럽 노수녀는 카미노 순례 여정에서 자신의 독립적 기질을 깨뜨렸고, 카미노는 '자신의 어깨로 자기를 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여정이었노라 했다. 언론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서명숙은 산티아고를 다녀온 후 제주올레 길을 만들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를 하고 인생이 변했노라, 전환점을 맞았노라고 말로 책으로 알리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산티아고는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엔 작가 고유의 이름이나 작품보다 김동리의 세 번째 부인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서영은 작가의 산티아고 순례기를 만났다. 도대체 그녀의 인생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어떻게 변했기에 이토록 서영은의 산티아고 순례기의 반응은 뜨거운가. 산티아고에서 하나님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고 또 만났다는 얘기에 솔깃하기도 하였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녀의 삶은 또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노란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문학동네)는 지금까지 작가가 써 온 글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책이라고, 하나님을 만났노라고 고백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이미 세 번 이상 걷기를 통해 극복한 경험이 있는 작가는 이제 또 다시 전에 없이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고 사는 삶, 그런 삶이 위기로 다가왔고, 한 번 뿐인 인생을 그렇게 마감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과 부끄러움 앞에서 또 다시 걷기를 선택한다. 이번엔 산티아고다. 준비는 단 한 가지 자신을 향해, '고독하라, 죽을 만큼 고독하라'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작가에게 있어 여행은 되돌아오지 않기 위한 여행,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실현하고자하는 적극적인 꿈이었다. 타성에 젖고 그럴듯한 문학심사위원 자리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했고 지금까지의 삶의 허울 좋은 겉옷을 벗어 던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마음속의 숱한 미로를 닫는 것을 의미했다. 그동안 관계를 맺어온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내려놓고 새로운 만남, 새로운 관계를 여는 것을 의미했다.

'예수께로 가기 전의 모든 무거운 짐을 길 위에서 내려놓았고 예수와 동행한 뒤의 짐은 세상 전체와 맞먹는 무거운 짐도 져야하는 것임'을 깨닫는 길이었다. 자신의 고치를 밖에서 찢어주셨던 길이었다.

그녀는 말한다. '산티아고는 내게 순례의 종착지가 아니다. 산티아고는 내게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는 문이자 또 다른 화살표이다. 그 화살표가 성경 속의 모든 선지자들에게도 그랬듯... 이제 내가 여기 있나이다하는 자리로 나를 이끈다. 자아의 껍질을 찢고 예수그리스도 앞에 나아가 자기 십자가를 지기 위한 것이었다.

엘 부르그 라넬로의 대피소 벽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져 있다고 한다. "순례자여, 당신이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곧 길이다. 당신의 발걸음, 그것이 카미노다."

책은 제3부로 구성되었다. 산티아고 순례를 시작하기 전, 문득 작가라는 자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고흐의 '낡은 구두'가 있는 자리로 돌아와 있을 때, 산티아고는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산티아고로 떠날 준비를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1부).
여기서 걷기를 통해서 인생의 중대위기를 극복했던 세 번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본격적으로 여행 시작, 이어지는 순례길을 담고 있다.(2부) 순례자들의 생명선인 노란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걷는 길에서 동행자와의 불편한 동행..바라보는 것, 목적하는 것이 제각각 다른 것을 느끼고 거기서 불편함과 소통의 경감...짐의 무게, 짐 줄이기의 고충, 순례 길에서 하나님 체험 등을 담고 있다. 짐을 꾸리고, 짐 버리고...하는데 고민하면서 걸었던 길 위에서 이제는 생각을 전환, 무거운 짐이라도 지고 간다' 산티아고까지(3부)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과 일들을 매일 메모하고 기록한 것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다. 길 위에서 자신을 바꾸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도하고 그 결과 작가는 순례길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산티아고에 당도했다. 초월적 존재를 보고 만지게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나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걸었고 그 화살표가 가리킨 곳곳에서 나를 벗어 던졌다. 나의 내적 변화를 이끈 것은 기도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말하고 있다. 그녀는 '나는 지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내면적 변화를 이끈 초월적 존재를 보고 만졌다.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맞고 창조목적대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왔다고 하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버리고 떠난 길, 산티아고에서 다시 작가 서영은으로 돌아왔듯이 말이다.

서영은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녀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무엇을 찾았는가 묻는 기자의 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사랑을 찾았어요. 사랑은 섭리였습니다. 그 섭리 안에 우주의 절대질서가 있었습니다." "목숨이 간당간당할 때까지 물어뜯는 것이 사랑이더라고요. 하나님의 사랑은요. 하나님의 사랑은 완전히 찢어져야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이번 순례길에서 알게 됐습니다."

백번 공감 또 공감한다. 하나님의 사랑은 내 자아가 너덜너덜하도록 찢어졌을 때, 깨달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신비다...그것이 하나님의 방법이다. 눈이 열리고 귀가 열리고...깨달아진다는 것...고난의 터널을 지나면서 찢기도 부서지고 깨어지고...상함 속에서 저 앞에 계신 주님이 가까이 보이고 그 무엇보다 선명하게 가장 중요하게 보이고 그 사랑 깨달아지는 것...깊이 체험하고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가져갈 수 없는 주님과 나만의 사랑의 신비를, 그 사랑의 비밀을 간직하고 살게 되는 것...그 사랑 고백하며...삶이 풍요로워지는 것...

산티아고...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고 싶다

노란화살표는 길이 아니라 방향이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가 인류에게 가장 신실한 화살표 즉 방향이란 뜻이라고 말한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이 화살표는 '십자가- 구원-하늘나라로 이어지는 인간을 위한 구원의 프로젝트'다.

순례자들이 멀고 먼 이 길을 온전히 걸어서 간다고 하는 길, 파울로 코엘료의 인생을 변화시켰고, 서영은의 삶을 변화시켰고 산티아고를 다녀온 서명숙을 제주도 올레길을 만들게 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만졌던 그 길에 나도 꼭 한 번 닿고 싶다.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스페인 북부의 800킬로미터의 거리를 도보로 걸어서 횡단하고 싶어진다.

더 이상의 방황은 없다고, 이 길을 계속 흔들림 없이 가면 된다고 생각하였던 길에서 또다시 불확실함 앞에 선 지금...길을 잃었다기보다는 노란화살표를 잃은 듯 하다. 다시 길 위에 머뭇거리며 서있는 것 같다.

문득, 산티아고 순례 길에 서고 싶다. 인생의 본질적 물음 앞에 또 다시 점검하고 나를 만나고 하나님을 만나고 산티아고로 떠나고 싶다. 문득 절실해진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고, 나만의 화살표가 가리킨 곳에 서고 싶다. 그러나 일단, 산티아고는 보이는 산티아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상에서, 내 안에 산티아고 길을 내고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찾아 나의 산티아고로 나서야 할 때이다.

'모든 의미있는 여정은 어떤 식으로든 나를...우리를 변화시킬 것이기에.'(느긋하게 걸어라' 중)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시냇가에심은나무(2013)


태그:#서영은, #문학동네, #산티아고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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