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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천심입니다. 민심, 정말 무섭습니다. 그리고 민심은 정확합니다. 이번 6.2선거 결과를 보고 생각나는 저 나름의 정의(定義)입니다. 우리 국민, 21세기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매사에 까탈스러운 저도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6.2지방 선거는 끝났습니다. 선거 전, 많은 말들이 오고갔습니다.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여론몰이도 있었고, 선거에 압승해서 정국을 주도해보겠다는 속셈에 고도의 술수들이 횡행했습니다. 특히 정부 여당의 천안함 사건 발표와 4대강 개발 강행 등은 국민을 과거 군사정권 수준으로 떨어뜨려 놓고 밀어붙인 일들입니다.

저도 속이 타는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해도 너무 한다 싶었습니다. 정녕 이 정부를 위해서도 그런 뻔한 일들은 피해야 옳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부는 국민을 무시하고 그런 일들을 천연덕스럽게 밀고 나갔습니다. 저는 이 정부, 정말 사람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정책(?)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했습니다. 그런 나쁜 일들에 대해 정부 여당에서 한 사람이라도 제동을 거는 사람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사람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이렇습니다. 광역 단체장만 보면 영남과 경기도를 빼놓고는 한 석도 얻지 못했으니 패해도 그야말로 완패입니다. 경기도도 근소한 표차로 겨우 당선되었으니 김문수 지사가 걸어 갈 길이 몹시 무거울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했지만 절반의 반대자를 안고 4년 시정을 이끌어 가야 하니 당선이 기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일대 전환을 해야 합니다. 군사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이 민간독재입니다. 민간독재는 그들이 독재를 하면서도 독재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무섭습니다. 간절하게 당부합니다. 한반도의 긴장을 부추기지 마십시오. 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21세기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시대가 아닙니다. 힘을 가진 자는 갖지 않은 자를 위해 나누고, 평화가 사라진 곳에 그 힘을 분산시켜 사람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이 무서워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안정을 위해서 그들을 압박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은 더 이상 6.25와 같은 전쟁관에 잡혀있지 않습니다. 전쟁은 공멸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천안함 사건으로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젊은이들의 생각이 어떤 것이었는지 아십니까? 천안함 사건의 발표가 사실이라고 해도, 북한의 행위는 잘못되었지만, 전쟁은 안 된다는 간단한 논리였습니다. 그래서 선거 결과를 놓고 북풍이 역풍으로 돌아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4대강 개발을 놓고도 불도저식 추진이라고 불만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한반도 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들고 나온 것이 4대강 개발사업 아닙니까? 정부 여당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것이 진정 국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여주는 것이라고 해도 국민 다수가 그것을 원하지 않을 때는 추진을 거둬들여야 합니다. 그것도 용기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풍요 속의 빈곤에 빠져 있습니다. 정말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4대강 개발이 국민에게 편리함과 부(富)를 가져다 준다할지라도 국민 다수가 그것을 바라지 않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 편리해서 병이 되는 세상 아닙니까? 적어도 우리나라는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 과다한 영양 섭취로 인한 비만이 병인(炳因)이 되어 건강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이명박의 대운하 내지 4대강 건설이 1970년에만 나왔어도 히트쳤을 정책 아이디어였을 것이라고요. 그 때는 미래보다는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 때 아니었습니까? 경제적 부와 삶의 근시안적 가치가 절실할 때에 나왔어야 할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만 생각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나의 세대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기주의자라고 부릅니다. 우리 후대까지 고려할 정도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지금 당장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미래 후손들에게 재앙을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이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에까지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연스런 변화가 가장 좋은 변화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몸에 칼을 대면 회복된다고 해도 후유증이 따라다니듯이 자연에 인위적 칼을 대면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분의 조카가 독일에서 환경 문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의 현지인 동학들과 함께 방한했습니다. 그들은 자기 전공 분야가 사회적 이슈가 됨을 발견하고 전국을 돌며 4대강 개발 현지를 답사했습니다. 그들이 답사하고 내린 결론이 4대강 개발이 99% 진행된 상태라고 할지라도 공사를 멈추는 것이 옳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위적 개발이 몰고 올 재앙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과장법을 빌리기는 했지만 그들의 말에 귀를 막아서는 안 됩니다.

이번 6.2지자제 선거가 야당이 잘 해서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닙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개발독재로 치닫는 정부 여당에 반발한 국민이 택한 표심입니다. 이 사회는 다양성이 요구되고 또 필요로 하는 사회임을 알아야 합니다. 상대를 용납하지 않는 극보수 일변도의 정책은 한 지역 출신 정치인의 머리에 묶여있는 사고(思考)일 수는 있어도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사고(思考)여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은 다양성을 모아 조화롭게 만드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아야 합니다.

한 가지 더 권고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가지각색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진보라고 자처했던 사람에서부터 극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그 다양함 속에서 각자 가진 장점들을 발현(發現)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특정인을 거명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진보적 활동가로 살아온 사람을 극보수의 앞잡이 비슷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보기가 안 좋습니다. 아니 본인을 위해서도 한나라당 전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제도가 사람의 활동을 규정하는 시스템이 되어야지 사람이 제도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시스템은 전근대성을 탈피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저는 한나라당도 우리나라 정치세력의 한 축으로 역할을 훌륭하게 감내하면서 발전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정치 지도자가 교체될 때마다 정당의 이름을 바꾸어 새로 시작하는 모습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의 정책과 통치철학을 이어받아 올바로 계승할 때 정당이 발전하고 나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사고의 틀을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저는 이 대통령의 지나온 삶을 가끔 떠올립니다. 어려웠던 중고등학교 시절, 불평등한 한일관계에서 빚어진 6.3항쟁의 리더, 그리고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려 샐러리맨의 우상이 되었던 현대건설 회장 시절... 저는 이런 일련의 삶의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현대의 건설만능주의 사고에 매몰되어 있지 않나 염려를 갖게 됩니다.

건설회사는 개발과 건설만이 생존의 절대 조건입니다. 그들은 개발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들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건설회사 직원의 고백입니다. 하물며 재벌회사 건설을 총 책임졌던 현대건설 회장으로서는 오죽하겠는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정(結晶)들이 청계천 건설이었고 4대강 건설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젠 가시적 건설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불가시적 부문, 즉 개인의 인성과 올바른 사회 정치 윤리 건설에 남은 임기를 채우시기 바랍니다.

가끔 이 대통령을 비롯한 한나라당 사람들의 속이 참 좁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배짱이 맞는 사람과는 그렇게 잘 지낼 수 없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는 얼굴에 금세 드러날 정도로 어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진실의 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요 집권여당의 최고 지도자라고 하면 표정 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아니 표정 관리가 아니라 마음의 관리가 될 것입니다. 포용하는 넓은 마음으로 상대편을 안을 수 있는 대통령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6.2지방 선거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잖아요? 영호남의 지역성에 기반한 결과는 해결책이 마땅찮다고 할지라도, 당장 수도권의 인천을 민주당에 내주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는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겨우 신승했습니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충청도도 행정수도 전면 수정으로 비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을 진보적인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었고, 전통적 보수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도 민주당에 내주어야만 했습니다. 어떤 한나라당 사람은 지방선거는 정부 여당에 전통적으로 불리한 선거였고, 2년 후 총선에서는 압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위하는 소리를 했다고 합니다만 과연 그런 자위로 이 국면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선거에서의 표는 국민 마음의 최후 표현입니다. 그래서 힘이 그만큼 강력한 것입니다. 지식인은 글과 말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법관은 재판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고, 사업하는 사람은 가끔 돈으로 자기를 표현한다지만, 국민의 집단적 의사는 표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 답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옳다고 생각되는 것도 국민이 싫어하면 피해가야 합니다. 국민의 밑바닥 정서를 읽지 못한 것이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하면서도 대통령을 잘 받들 수 있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면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진정 전체 국민을 위한 대통령, 소외받는 곳 없이 따스함을 선사할 수 있는 한나라당이 되기를 권고합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십시오.


태그:#6.2지방선거, #개표 결과, #한나라당 완패,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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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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