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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겉표지
 <세 잔의 차> 겉표지
ⓒ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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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에 오르다가 조난을 당한다. 그의 이름은 그레그 모텐슨.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그곳을 헤매다가 작은 마을 코르페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의 사람들은 미국의 이방인을 적극적으로 보살펴주고 덕분에 그레그 모텐슨의 건강은 조금씩 회복된다.

그곳에서 체력을 회복하던 어느 날, 그레그 모텐슨은 상상도 못했던 장면을 보게 된다. 82명의 아이들이 허허벌판에서 얼어붙은 땅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공부하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그때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다짐한다. "제가 학교를 지어드리겠습니다."라고.

<세 잔의 차>에 실린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히말라야의 산골마을 등에 학교를 지어주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이야기는 그렇게 우연한 조난과 우연히 방문한 마을에서의 경험으로 시작하고 있다.

한 남자의 생생한 경험담 묻어난 실화

만약 이것이 소설이라면 그 시작을 두고 너무 '우연'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세 잔의 차>는 소설이 아니다. 논픽션이다. 숱하게 만나는 우연들 사이에서,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 한 남자의 생생한 경험담이 묻어난 실화인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레그 모텐슨은 학교를 세우기 위해 유명 인사들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쓴다. 갖고 있는 재산이 별로 없는 그로서는 그것밖에 믿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580통의 편지는 희망을 만들지 못했다. 그레그 모텐슨이 돈을 아무리 아낀다 하더라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레그 모텐슨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주변사람들에게 알리고 방법을 모색한다.

뜻이 있다면 길이 보인다고 했던가. 어느 날, 젊었을 때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했던 반도체 산업의 거물 장 회르니가 미 히말라야재단의 소식지에서 그레그 모텐슨의 이야기를 듣고 연락을 한다. 장 회르니는 거액의 돈을 스스럼없이 내놓는다. 그레그 모텐슨이 그를 속이고 그 돈을 다른 곳에 쓸 수도 있고, 또한 학교를 제대로 만들지 못할 수도 있건만, 그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학교 사진을 보고 싶다고 할 뿐이었다.

생사의 고비 넘다들며 세운 학교

이때부터 그레그 모텐슨의 일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돈을 모아 학교를 짓는데 필요한 목재와 자재를 갖고 코르페 마을에 간 것을 시작으로, 그는 산간마을을 찾아다니며 78개의 학교를 짓는다. 누구나 짐작하듯,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돈을 모았다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과 협력해야 하고, 또한 분쟁지역을 다닐 때는 생사의 고비에 서야 할 때도 있다.

뿐인가. 그가 학교를 세우려고 가는 곳들은 이슬람 지역인 경우가 허다했다. 그곳에서 미국인이 학교를 세운다고 하니 원리주의를 고수하는 종교자들이 얼마나 반발했을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실제로 그는 납치되어 감금당하기도 하고 종교자들로터 심한 저항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참았고, 또한 해냈다. 그곳의 정부나 정치인, 기업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한 남자가 만들어낸 셈이다.

어째서 그랬던 것일까? 그레그 모텐슨은 특별한 휴머니스트가 아니었다. 남들처럼 평범한 남자였다. 남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인간애에 솔직했다는 것이고 그것을 외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히말라야 산골 마을의 아이들을 외면하지 못했고 긴 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던 것이다. 학교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 그것 하나를 위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종종 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또한 한 사람이 바뀐다 하더라도 세상은 끄덕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틀리기도 한 것 같다. <세 잔의 차>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이레(2009)


태그:#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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