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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16억 44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 대통령의 고등학교 친구인 정 전 비서관은 2003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중 2005년 1월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백화점 상품권 94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

 

또 2004년 11월에는 업무상 보관하고 있던 대통령 특수활동비 중 1억 5000만 원을 임의로 빼내기 시작해 2007년 7월까지 6회에 걸쳐 12억 5000만 원을 빼내 횡령했고, 2006년 8월에는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 업무상 쓸 곳이 있으니 현금으로 3억 원을 달라"는 취지로 금품을 요구해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결국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16억 44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총무비서관으로서 누구보다 더 청렴해야 하고 자신의 처신에 주의해야 했던 피고인이 받은 뇌물이 3억 9400만 원에 이르고,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국고가 12억 5000만 원에 이르는 등 범행이 결코 가볍지 않아 죄질이 매우 중한 점, 이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커다란 허탈감을 준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병현 부장판사 "대통령 욕보이는 것...믿었던 친구가 대통령에 결정타"

 

이에 정 전 비서관이 혐의를 부인하고 형량도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우선 대통령의 친구이자 가장 자주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었던 총무비서관인 피고인이 상품권 9400만 원어치를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질타를 시작했다.

 

이어 "피고인은 현금 3억 원은 권양숙 여사의 부탁에 의해 받았고, 특수활동비는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해 관리했다고 항변하면서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15억 원이 넘는 특수활동비를 은닉해 보관하던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가족이 사적으로 필요한 3억 원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져 말썽이 많던 기업인에게서 조달했다가 차명계좌로 은닉하고 있었다고 한 말을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더구나 일부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 후에도 다수의 측근을 대동해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 세를 과시하던 것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며 "그런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피고인이 퇴임 후를 대비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또 "실제로 대통령이 퇴임 후 돈이 없어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릴 정도로 궁핍했던 것을 보면서도 거액의 돈을 보관하고 있다고 대통령에게 밝힌 사실이 없고, 심지어 박연차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이후 그의 변호인을 수시로 만나 피고인과 관련된 수사상황을 파악했으면서도 차명계좌가 발견될 때까지 특수활동비는 물론 3억 원에 관해 대통령에게 밝히지 않은 점에서 퇴임 후를 대비해 관리했다는 말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대통령이 가장 믿었던 친구로서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모셨던 피고인이 자신의 죄를 방어하기 위해 대통령 친구를 끌어들임으로써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지웠고, 급기야 거액이 들어있는 차명계좌가 발견됨으로써 재임 중 가족들이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상심해 있던 대통령에게 결정타를 가했다"고 엄중히 질책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자신의 주변을 책임질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피고인을 청와대로 불러들였을 때에는 진정한 친구였을지 모르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피고인은 친구의 믿음을 저버렸다"며 "피고인이 누구보다도 돈 안 들이는 깨끗한 정치를 주창하던 대통령의 진정한 친구였다면 이 정도의 유혹 정도는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정상문#총무비서관#특수활동비#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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