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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늦은 오후, 지인과의 점심약속 때문에 늦은 점심을 먹던 중에 9년 터울의 고등학생인 남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누나! 우리 다 죽는대!"

 

대뜸 이 한마디를 던지는 동생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검색어 1위가 '북한전쟁선포'인데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그저 웃으며 전쟁은 그렇게 쉽게 나는 게 아니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또 다시 동생에게서 '북한군이 3·8선을 넘었대!'라며 전화가 왔지만 누가 그러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전쟁은 나지 않을 거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런 비슷한 상황이 전에도 있었던 것 같아 생각해보니, 작년 북한 핵 실험이 있고 나서도 이런 비슷한 전화를 동생에게서 받았던 겁니다. 우리 정말 전쟁 나는 거 아니냐며, 정말 진지하게 걱정하던 동생의 모습은 오늘의 그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도 '너희가 살아온 10년 동안은 평화로웠기에 잘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그 이전에는 늘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다'며 동생의 걱정을 잠재웠는데 또 이런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게 되다니,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졌습니다.

 

저는 80년대 생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무장공비가 내려왔다는 뉴스 특보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월남했던 뉴스를 보고 자란 세대기도 합니다. 머리가 굵을 대로 굵어서 그런지, 북한의 도발 보도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전쟁을 들먹이는 이 상황이 그렇게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10년 남짓 차이가 나는 동생 세대는 그렇지 않은 것이지요. 그 만큼 지난 10년이 그 이전에 비해 많이 평화로웠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전쟁이 날 수는 있겠죠, 대한민국과 조선인민공화국 간의 전쟁은 종전(終戰)이 아니라 휴전(休戰)이니까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전쟁이 난다고 가정했을 때 일단 북한 개성공단에서 기업들 다 철수한 후에 폐쇄하고 전쟁을 치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 정부에 개성공단 보험금을 주기 싫어서 폐쇄는 않고 축소만 했죠. 이런 것들을 누가 우리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말해줄까요? 주변 어른들도 잘 모르는 얘기인데 말입니다.

 

현실정치나 정부 차원의 대북정책 이런 것들을 다 떠나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미지(未知)의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 어른들로서 잘 하는 것인가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미래를 꿈꾸며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할 아이들이 이런 막연한 공포로 떠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요? 과연 이것이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반문해 봅니다.


#학생#전쟁#공포#북한#90년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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