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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구독하는 자전거 잡지를 읽다가 여행란에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달리는 여행기가 눈에 띄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 서해 바닷가 모래사장 위를 라이딩 하다니 호기심이 불끈 솟는다. 그냥 걸어도 발자국이 움푹하게 나는 푹신한 모래해변 위를 어떻게 자전거로 달려 지나갔을까? 충남 태안의 몽산포 해변에서 밑으로 청산포 해변을 지나 마검포 해변까지 약 10km의 바닷가에서는 가능하단다.

모래사장이 다른 해변과 다르게 단단해서 자전거 라이딩을 할 수 있다는데 여행기 속 글쓴이의 잔차가 한 눈에 봐도 포스가 느껴지는 MTB다. 에이, 그러면 그렇지... 내 애마 잔차는 MTB가 아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메일로 문의해 보니 일반 잔차도 달릴 수 있다는 희소식이 곧바로 도착했다. 한 여름엔 날씨가 너무 덥고 햇살이 뜨거우니 지금이 최적기라는 친절한 조언과 함께. 그래, 태양이 아직 덜 뜨겁게 타오를 때 바다 바람을 마시며 해변을 신나게 달려보자. 

몽산포 해변은 이웃 안면도 해변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바다와 갯벌 여행지로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서해 바닷가다. 몽산포 해변에서 별주부전의 마을이 있는 청산포 해변을 지나 한적해서 좋은 마검포 해변으로 이어지는 이 길고도 드넓은 바닷가는 보기만 해도 눈과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

 썰물이 빠지는 서해 바닷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거대한 갯벌이 된다.
썰물이 빠지는 서해 바닷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거대한 갯벌이 된다. ⓒ 김종성

 단단한 모래사장 덕분에 자전거위에 올라타 바닷가를 달린다. 귀여운 게들을 밟지않게 조심하며 천천히..
단단한 모래사장 덕분에 자전거위에 올라타 바닷가를 달린다. 귀여운 게들을 밟지않게 조심하며 천천히.. ⓒ 김종성


수많은 게들과 사람들이 노니는 드넓은 해변 몽산포

점점 더 힘들게 공부해야 하고 일해야 하는 한국 사람들이 불쌍했는지 부처님이 자비를 선사하여 주말을 낀 화창한 5월의 부처님 오신날 연휴가 생기자 많은 사람들이 몽산포 해변으로 몰려든다. 차 트렁크에서 애마 잔차를 꺼내 삼단으로 접혀 웅크려 있던 몸체를 기지개 하듯 쫙펴고 바닷가를 향해 기분좋게 달려 나간다.     

썰물중인 몽산포 바닷가는 저멀리 수평선까지 모래밭과 갯벌이 펼쳐져 있다. 도시에서 가까운 것만 보고 살았던 좁은 시야의 눈이 탁 트인다. 불과 몇 시간 전엔 출렁이는 바닷속이었던 갯벌에는 수많은 작은 구멍들이 퐁퐁 뚫려져 있고 주변엔 구멍수만큼 많은 작은 게들이 옆으로 왔다갔다하며 분주하다. 이렇게 드넓은 모래사장을 가득채운 작은 게들과 게들이 둥글게 말아놓은 염소똥같은 모래공들의 풍경이 장관이다. 그런 게들에 맞먹는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갯벌 위에서 고개를 숙이고 저마다 수렵 활동에 열심이다.

조심스럽게 애마 잔차에 올라타 바닷가 모래사장 위를 나아가본다. 언뜻 보기엔 모래속에 잔차 바퀴가 푹빠질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앞으로 슬슬 나간다. 땅도 아닌 모래펄 위를 달려가는 느낌이 뭐랄까 좀 비현실적이고 푹신푹신한게 기분이 좋다. 게들이 바퀴에 깔리지 않고 피할 수 있게 페달을 천천히 밟는데도 잔차는 서지않고 슬금슬금 잘도간다.   

 별주부 마을이 있는 청산포 해변가에는 신기한 돌그물 독살이 놓여있다.
별주부 마을이 있는 청산포 해변가에는 신기한 돌그물 독살이 놓여있다. ⓒ 김종성

 바닷가의 수많은 게들도 놀랍고 게들이 만든 크고 작은 모래공들이 무슨 예술작품같다.
바닷가의 수많은 게들도 놀랍고 게들이 만든 크고 작은 모래공들이 무슨 예술작품같다. ⓒ 김종성

바닷가의 돌그물 독살을 만나다

바다는 아직도 썰물중인지 넓다란 해변에 드러난 S라인 갯골에 바닷물이 흘러간다. 놀러온 아이들이 놓치지 않고 갯골에 들어가 까르르 웃으며 물장난에 여념이 없다. 오늘은 옷을 버려도 된다는 허락을 엄마에게 받았는지 갯벌위에 마음껏 나뒹군다. 나와 애마는 그런 갯골과 마주치면 안장에서 내려와 끌바를 하며 갯골을 건너 걸어간다.

중간에 끊기지 않은 이 긴 해변가에 따로 따로 이름을 붙여서 뭐하겠냐만은 어느덧 몽산포 해변을 지나 청포대 해변에 왔다. 몽산포보다 사람들이 좀 덜한 청포대 해변가에는 돌무더기들이 둥그렇게 둘러서 있는 이채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이것은 독살(일명 돌살)이라고 하는 돌그물인데 서해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한 전통적인 어로방식으로 바닷물이 찻다가 빠지면서 이 독살안에 갖힌 물고기들을 잡았다고 한다. 현대의 무자비한 물고기 남획에 비해 참 소박하고 탐욕이 느껴지지 않아 정이 가는 돌그물이다.

청포대 해변가에는 안내판과 함께 재미있는 전래동화 별주부전의 배경이라는 별주부(자라) 마을이 있다. 마을 앞 해변가에 작은 암초같은 바위가 서있는데 이곳에서 토끼가 간을 말렸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별주부 마을에서는 여행객들을 위해 독살에서 물고기 잡기 체험행사도 하고 있다니 한 번 해볼만 하겠다.

 저멀리 해변의 끝을 향해 바닷가를 달리자니 꿈속을 달리는 것 같다.
저멀리 해변의 끝을 향해 바닷가를 달리자니 꿈속을 달리는 것 같다. ⓒ 김종성

 다시 돌아올때는 해변 옆 송림사이의 길을 달려 왔는데 진한 소나무 내음이 피로를 풀어주는 상쾌한 길이다.
다시 돌아올때는 해변 옆 송림사이의 길을 달려 왔는데 진한 소나무 내음이 피로를 풀어주는 상쾌한 길이다. ⓒ 김종성

인적없는 모래사장위를 홀로 달린다

청포대 해변을 지나니 사람들이 띄엄띄엄 눈에 보일 정도로 바닷가가 한적해진다. 이제야 갈매기 소리와 파도소리가 저멀리 갯벌이 끝나는 바다에서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그래, 바닷가는 이 맛에 찾아 오는 거지.. 그런 바닷가 모래사장 위를 애마 안장위에 올라타 달리려니 현실같지가 않고 꿈속같다.

저 앞에 이어진 해변은 마검포 해변이라는데 무슨 오지의 바닷가인듯 이젠 주변에 인적이 아예 없다. 갯벌의 많은 게들도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안받아서인지 한결 여유롭게 돌아다닌다. 마치 사막을 건너듯 까마득한 해변의 모래위를 무념무상속에서 나아간다. 도시에서 담아온 가슴속 번뇌들이 시원한 바다 바람에 실려 다 날아가는 것 같다.

아직 5월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휴업중인 마검포 해변엔 오토 캠핑장이 다있다. 올 여름엔 차에 텐트도 싣고 와서 이곳에서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야영을 해야겠다. 이제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 바닷가의 끝에까지 다왔다. 저너머는 안면도인데 가까이에 있는 안면도 바닷가는 너무 푹신해 자전거로 달릴 수가 없으니 서해 바다는 참 신묘하다.     

몽산포에서 마검포까지의 약 10km의 해변가는 믿기지 않게 단단하기는 하나, 아무래도 갯벌과 모래인 만큼 잔차 기어를 올리며 내맘대로 속도를 내지는 못한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바닷가의 정취를 느끼며 달리면 더욱 좋겠다. 다시 돌아올때는 해변가 옆 소나무 숲길을 달려보았는데 해송 내음이 진하게 나는 이 길도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다.        

덧붙이는 글 | 5월21일에 다녀 왔습니다.



#자전거여행#태안#몽산포#청산포#마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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