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해는 내 인생에 있어서 엄청난 일이 진행되는 해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시작한 것이다. 과장이 심하다고 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혁명이라고 말한다. 귀농 16년 동안 꿈꾸던 소원을 이룬 것이다.

그래서 이른 봄부터 지금까지 때를 맞춰 가며 시차를 두고 포트에 씨앗을 심느라고 여간 정성을 쏟고 있지 않다. 홍천메조, 갓끈동부, 강화완두, 강화약콩, 대화초, 제주까망콩, 무종피호박, 황차조, 북한팥, 노랑완두, 연변고수, 당진참깨, 뿔시금치, 의성흑임자, 녹토금, 함안상추, 다마금 등등 30종이 넘는 토종종자를 심고 있다.

무비닐, 무경운, 무투입의 자연농법. '한다'가 아니라 '안 한다'를 이뤄내는 것이 이토록 오래 걸릴 줄 몰랐다. 토종종자로 농사를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혁명이다.

농부가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고 비닐마저도 끊는다는 것은 병충해로 농사를 망치는 지름길로 여기기 때문에 평생의 골초가 담배 끊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들 말한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업도 쉬운 건 아니지만 비닐이나 동력기계도 쓰지 않는 자연농법은 정말 쉽지가 않다.  

북주기 전 잡초가 막 자라나고 있는 감자밭
▲ 북주기 전 잡초가 막 자라나고 있는 감자밭
ⓒ 전희식

관련사진보기


유기농마저도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해서 각종 사고가 생기는 이때에 무비닐, 무경운, 무투입, 무동력 농사는 혁명적 발상과 용기로 뭉쳐진 사람들이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농운동본부에서는 작년 11월에 이어 올 1월에 강원도 횡성과 경북 상주에 모여 토종종자의 전통농사를 다짐했었다.

북주기 감자 북주기를 했다.
▲ 북주기 감자 북주기를 했다.
ⓒ 전희식

관련사진보기


모든 행위가 돈 버는데 맞춰져 버린 요즘, 생산은 농 기업체가, 유통은 카길이나 타이슨 같은 대형유통업체가, 종자는 몬산토 등의 유전자 조작을 일삼는 회사가 전 세계 인민들의 밥상을 장악해 버렸다. 땅은 병들었고 밥상은 오염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명이야 길어졌지만 병원과 약을 밥보다 더 가까이 한다.

엊그제 내가 보고 있는 **신문에서 눈에 확 띄는 기사를 읽었다. **신문은 내가 구독하는 5개나 되는 농업관련 매체 중 가장 기득권을 옹호하는 매체라 할 수 있어 내 놀라움이 더 컸다.

농업 분야에서 기득권 옹호 매체라면 농약사용과 대형 농기계, 이름을 부르려고 하면 혀부터 꼬부라지는 고소득 작물 이름을 시시때때로 대문짝만하게 소개하는 신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빌딩농장이니 경작농지의 규모화니 하는 얘기들은 바꿔 말하면 농민들은 부채더미에 올려 앉히고 농기업들을 살찌우는 선전들이다. 삼성연구소 출신이 현재의 농식품부 차관인 것이 뭘 의미하는가?

고추밭 고추밭과 감자밭에 계곡 물을 끌어다 물을 주고 있다. 고추밭은 나무껍질로 둑을 만들어 두둑을 해서 계속 그 위에 풀을 베다 깔거나 부옆토 또는 지금처럼 짚을 덮는다.
▲ 고추밭 고추밭과 감자밭에 계곡 물을 끌어다 물을 주고 있다. 고추밭은 나무껍질로 둑을 만들어 두둑을 해서 계속 그 위에 풀을 베다 깔거나 부옆토 또는 지금처럼 짚을 덮는다.
ⓒ 전희식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이 신문에 실린 글의 요지는 도시 근교의 비닐하우스 농지에게 휴가(휴경)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과잉투입과 초과 착취로 병들어 죽은 이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은 사람들을 이름 모를 질병에 고통 받게 하고 정부는 막대한 의료비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오늘 내가 뭘 먹었느냐가 내일의 내 모습을 결정한다. 사람들은 스트레스 쌓아가며 뼈 빠지게 벌어서는 몸 망치는 그 돈을 쓰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호르몬이 듬뿍 든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

"....노동자, 동물, 환경을 존중하며 다루는 회사의 것을 사세요. 슈퍼마켓에 가면 제철 음식을 사세요. 유기농 음식을 사세요. 식품에 뭐가 들었나 보세요. 슈퍼마켓에 가면 레이블을 읽으세요. 식품들은 농장에서 슈퍼마켓까지 평균 1500마일을 이동합니다. 지역에서 재배한 음식을 사세요. 농부들이 파는 시장에서 사세요. 텃밭을 가꾸세요. 가족과 같이 요리해서 함께 드세요." - 영화 <푸드주식회사> 엔딩 음악 가사 중에서

천지개벽은 하늘이 두 쪽 나고 땅이 꺼지는 것이 아니다. 누가 농사지었는지 확인하고 사는 것. 땅에 뭘 집어넣고 농사했는지를 확인하고 사는 것이 바로 개벽세상이고 혁명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도교 월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연농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