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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아이돌 그룹에게만 팬클럽이 있는 게 아니다. 제주 최고의 스타 가수, '최상돈'이라고 들어는 봤는가.

최상돈. 이름도 참 거시기 하다. 그냥 막 풀어보면, '최상'의 가치를 '돈'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최상돈에게 팬클럽이 생겼다. 그것도 아주 자발적으로. 이런, 아이돌그룹이 웃을 노릇이지 않은가.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그램에 신청해볼까 하다가, 오마이뉴스에 그 신기한 뉴스를 전한다.

최상돈 '최상돈' 후원회 발족
▲ 최상돈 '최상돈' 후원회 발족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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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아는 만큼만 프로필을 만들어본다. 이름 최상돈. 제주시 아라동에서 혼자 산다. 그는 노래가 세상을 바꿀수 있다고 믿는 '몽니쟁이'다.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그동안 4·3현장과 해군기지 반대 투쟁, 각종 개발반대 투쟁에 슈퍼맨처럼 나타나 열심히 노래했다.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최정점에 다다르면, 언제나 목에 핏대가 선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어떠한 '현장'에 붙박여 있는 가수였다. 아, 술마시는 자리에서도 잘 보이긴 한다.

최상돈 제주 스타 가수 '최상돈'
▲ 최상돈 제주 스타 가수 '최상돈'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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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최상돈에게는 '우윳 빛깔'을 목놓아 외쳐줄 열혈 중고생 팬도, 오빠부대니 삼촌팬도 없었다. 하긴, 외모가 좀~ 그렇다. 세상에, 자신의 공연에 집 앞 슈퍼 가는 차림으로 가는 가수가 어디있냐 말이다!! 머리는 바람따귀 맞은 상태 그대로, 옷차림은 낡은 청바지, 작업복차림이다.(최상돈은 반성하라!!)

무대 매너는 어떠냐고? 말도 잘 못하는 촌스러운 사람인데다, 노래를 많이 해서 그런지 얼마나 '켁켁'거리는지. 대놓고 코를 풀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 게다가 평소에는 입에 욕을 달고 산다. 무슨 욕쟁이 가수도 아닌데, 정말 리얼하게 깐다.

그럼 노래는 어떠냐고? 최상돈의 목소리는 타고났다. 늘 현장을 다녀서 그런지 갈라질 듯한 야성적인 보이스가 매력적이다. 제주 갈옷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도 참 최상돈스럽다. 통기타 하나면 충분한 그에게 다른 음악적 기교는 필요가 없다. 언제나 현장감있는 노래를 작곡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감성적인 가사를 붙여 보기와 다르다는 평을 듣는다. 가끔 우울할 땐 시집을 읽는다나 뭐라나. (정말?)

지금까지 작곡한 노래만해도 '평화의섬', '한라산이여', '세월' 등 100여 곡이 넘는다. 그게 최상돈의 전 재산이다. 그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4·3음악순례도 다녔다. 절대 누가 시킨 것도,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다.

최상돈 후원회 최상돈 후원회에 모인 사람들
▲ 최상돈 후원회 최상돈 후원회에 모인 사람들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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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능한 재능과 패기를 가진, 젊은 가수 최상돈. 그러나 그 20여 년 동안 그는 음반 한 장 내질 못했다. 지역에서 그만큼 노래를 만들고 불렀는데도, 이상할 정도다. 남의 집에 방 한 칸 세를 내고 있는 형편이니 말 다했다.

지역에서 예술하기, 지역에서 노래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는가. 같은 제주에 살면서 사무치게 미안해진다. 그래도 고마운 건, 언제나 노래를 놓지 않았다는 거다. 지역에서 노래하기 힘들어 서울로 떠나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자기 앞가림 하나 못한다고 그동안 얼마나 핍박받는 삶을 살아 왔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그 세월을 꿍~ 참고 있었으니, 이런 무충한 사람도 없다 싶다.

최상돈 후원회 후원회 대표 김수열 시인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 최상돈 후원회 후원회 대표 김수열 시인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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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위해, 그동안 말로만 그를 후원했던 사람들이 모였다. 제주시에 있는 간드락 소극장에서 지난달(3월) 출범했다. 일명 '상도니 노래에 날개를 다는 사람들'이다. 최상돈을 위한 후원회가 발족된 것이다. 일단 그의 음반제작에 쓰일 돈을 모을 것이고, 앞으로는 공연이나 그의 가수 활동을 전적으로 후원하게 된다. 그의 노래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서다.

최상돈 후원회에서 노래부르고 있는 최상돈 가수
▲ 최상돈 후원회에서 노래부르고 있는 최상돈 가수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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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 발족식 무대에 선 최상돈. 그는 누가 자신을 후원한다고 했을 때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냥 몇 번 말이 오가다 말겠지하고 본인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이 되자, 무대에 오른 최상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여러번 '켁켁' 기침을 했고, '훌쩍훌쩍' 콧물을 삼켰다. 최상돈은 너무나 부치로와('부끄러워'의 제주 방언) 했다. 술 마시고 욕을 해대던 그가 울고 있었다.

이 날, 최상돈은 다시 태어났다. 지역에서 팬클럽 있는 가수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있으면 어쩌나?) 그러니 부탁하나 하자. 그 구질구질한 옷 대신, 제발 멋진 무대 의상 하나 구입하고, 술도 줄여서 목을 좀 보호하길 바란다. 이제 당신은 '관리'가 필요한 '스타 가수'잖은가!!!


#지역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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