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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과 어우러지는 벚꽃. 전라도 영암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한옥과 어우러지는 벚꽃. 전라도 영암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 이돈삼

벚꽃은 봄날 여행의 단골 테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함께 찾는 여행코스로 제격이다. 전국적으로 벚꽃 여행지는 부지기수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전라도 영암이다. 영암은 벚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영암군 영암읍에서 학산면 독천리에 이르는 100리 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벚꽃길이다. 월출산의 기암괴석과 보리밭이 한데 어우러진 벚꽃길은 정말 아름답다. 올해는 벚꽃길 양쪽으로 노란 유채꽃도 많이 피어 화사함을 더해준다. 이 길의 벚꽃이 지금 절정을 맞았다. 월출산 자락이 온통 '벚꽃세상'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영암 벚꽃길을 찾아가려면 서해안고속국도 목포 나들목에서 강진 방면으로 2번 국도를 타고 영산강 하구언(하굿둑)을 건너야 한다. 이 길을 따라 자동차로 30여 분 가면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819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영암읍 방면으로 가면 된다.

영암읍까지 가는 길이 그 유명한 벚꽃길이다. 길 중간에 왕인박사 유적지와 구림마을이 있다. 새로 난 도로를 타고 시원스레 달리는 것도 좋지만, 옛 길을 따라가면 벚꽃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호남고속국도를 이용할 경우엔 광산 나들목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를 지나면 영암읍에 이른다.

 벚꽃을 보러 나온 일가족이 영암 벚꽃길을 걸으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벚꽃을 보러 나온 일가족이 영암 벚꽃길을 걸으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 이돈삼

 영암 100리 벚꽃길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왕인박사유적지로 가는 길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영암 100리 벚꽃길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왕인박사유적지로 가는 길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 이돈삼

이 길에 벚꽃이 활짝 피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해마다 벚꽃이 피는 때에 맞춰 열리는 왕인문화축제는 벌써 끝났다. 하지만 꽃을 찾아 온 여행객들은 축제 때보다도 훨씬 더 많다. 꽃놀이를 온 여행객들은 벚꽃길을 따라 걸으며 벙글벙글 피어난 꽃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 마음도 꽃처럼 하얗게 부풀어 오른다.

여행객들은 역시 벚꽃은 봄을 가장 확실하고도 황홀하게 장식해주는 꽃이라는 걸 실감한다. 벚꽃은 봄을 가장 봄답게 만들어주는 꽃이기도 하다. 한창 봄이 무르익을 때 피는 벚꽃은 이른 봄에 먼저 피는 매화와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향기가 없다는 것.

 한옥과 어우러진 벚꽃. 한옥도 고풍스럽고 꽃도 더 화사해 보인다.
한옥과 어우러진 벚꽃. 한옥도 고풍스럽고 꽃도 더 화사해 보인다. ⓒ 이돈삼

 토담 기와에도 벚꽃잎이 내려앉아 있다. 영암 구림마을 풍경이다.
토담 기와에도 벚꽃잎이 내려앉아 있다. 영암 구림마을 풍경이다. ⓒ 이돈삼

하지만 매화와 산수유꽃이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이맘때 활짝 피어 이내 '하얀 세상'을 연출하는 벚꽃의 화사함은 부족한 향기를 대신하고도 남는다. 일시에 피어나는 벚꽃은 하얀 꽃구름을 연상케 한다. 멀리서 보면 솜사탕 같기도 하다.

한옥과 어우러지는 벚꽃을 볼 수 있는 것도 영암 벚꽃길의 또 다른 매력이다. 벚꽃은 한옥의 지붕과 만나고, 토담에도 살포시 걸쳐 있다. 기와에 떨어진 벚꽃잎도 마음을 앗아간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한옥과 화사한 벚꽃의 만남은 한옥과 벚꽃의 품격을 모두 높여준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은 마음속까지 흔들어 놓는다. '꽃눈'되어 날리는 벚꽃은 계절을 일순간에 한겨울로 돌려놓기 일쑤다. 봄비라도 내리면 영락없는 꽃비가 된다. 그 아래엔 벚꽃잎이 차곡차곡 쌓인다. 비가 내려도 좋고, 바람 불어도 좋은 영암 벚꽃길이다.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왕인박사가 마셨다는 '성천'으로 가는 길에 핀 벚꽃에는 문화의 향기가 흐르고 있다.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왕인박사가 마셨다는 '성천'으로 가는 길에 핀 벚꽃에는 문화의 향기가 흐르고 있다. ⓒ 이돈삼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는 벚꽃 외에도 봄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는 벚꽃 외에도 봄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 이돈삼

봄을 즐기러 나온 여행객들은 이래저래 마음이 뭉클해진다. 게다가 영암은 벚꽃만 있는 게 아니다. 왕인박사의 정신문화와 어우러져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고장 출신의 왕인박사는 논어와 천자문을 가지고 도예기술자 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인물이다.

왕인박사 유적지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유적지의 드넓은 잔디밭를 배경으로 활짝 피어난 벚꽃은 말 그대로 흐드러져 있다. 유적지와 어우러지는 벚꽃에선 역사의 향기가 묻어난다. 왕인의 숨결도 배어 있어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까지 행복하게 해준다. 마음까지도 설레게 한다.

영암은 풍수지리의 시조인 신라 도선국사와 왕건의 책사였던 고려 최지몽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한석봉과 어머니가 글쓰기와 떡 썰기 시합을 한 곳도 영암 구림마을이다. 개성에서 태어난 한석봉은 스승을 따라 영암으로 내려와 이 마을에 있는 죽림정사에 머물며 글씨를 배웠다고.

 고목에 피어난 벚꽃. 영암 100리 벚꽃길의 벚나무는 고목들이 많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고목에 피어난 벚꽃. 영암 100리 벚꽃길의 벚나무는 고목들이 많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 이돈삼

 한옥과 어우러진 벚꽃. 예슬이가 한옥 담장에 내려앉은 벚꽃잎을 손바닥에 모아놓고 입으로 불고 있다.
한옥과 어우러진 벚꽃. 예슬이가 한옥 담장에 내려앉은 벚꽃잎을 손바닥에 모아놓고 입으로 불고 있다. ⓒ 이돈삼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구림마을의 역사도 2000년이 넘는다. 청동기시대 옹관묘가 발견되고 조선시대 토담도 잘 보존돼 있다. 노송에 둘러싸인 '회사정'은 조선시대 구림마을 역사의 주역이자 산증인이다. 회사정은 향약의 기본정신을 실천할 목적으로 조직된 구림대동계의 집회장소였다.

게다가 500여 가구가 사는 구림마을은 한옥보존 시범마을로 지정돼 있다.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가구가 한옥에 살고 있을 정도로 한옥이 보편화돼 있다. 한옥과 어우러진 벚꽃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 활짝 핀 벚꽃. 왕인박사유허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영암 왕인박사유적지에 활짝 핀 벚꽃. 왕인박사유허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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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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