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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실종자 가족) 도대체 얼마나 더 우롱당해야 하나?

 

지난달 26일 밤 9시 15분경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것 같다. 수많은 의문에도 불구하고 군은 지금까지 침몰시간마저도 모르고 있으며 오히려 모든 것을 숨기려 하고 있고,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북한 잠수정에 의한 북풍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들은 이것을 마치 사실과 비슷한 것처럼 추측 보도하고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종자들 수색이다. 인본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한사람의 생명처럼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3월 30일 수중 구조작업 도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와 지난 2일의 금양98호의 침몰로 인한 무고한 인명의 희생은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러한 아까운 인명의 희생들을 몹시 안타까워한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3일 군 당국에 수색 및 구조 작업 중단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구조 참가자들의 잇따른 희생과 실종자 중 처음으로 발견된 고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발견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이야말로 모두가 실종자 수색을 포기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부모요 핏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을 어이없게 한 것은 CBS의 5일 보도에서였다. CBS는 5일 오전 보도에서 천안함 침몰 직후부터 환풍기를 통해 물이 유입돼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보도 직후 5일 오전, 실종자 가족들은 군에 관련 사실을 문의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환풍기가 설치돼 있는 것이 맞다. 환풍기를 통해서 배에 물이 새들어 갔을 수 있다"며 기사 내용 대부분을 시인했다.

 

그럼 군이 생존 가능하다고 예측한 69시간은 무엇인가? 정부와 군에게 묻고 싶다! 군이 대국민 사기를 친 것인가?

 

CBS 보도와 같이 침몰직후 실종자 전원이 익사한 것이라면 지금까지의 군의 소극적인 구난활동이 설명이 된다. 만약 군의 설명대로 실종자 대부분이 살아있었다면 정부와 군이 먼저 미군과 여러 국가들에게 긴급 구조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군에 미비한 장비 대신 최신장비들로 이들 실종자들을 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군의 대응은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어처구니없게도 지난 열흘 동안 군은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말해왔다. 아니 실종자 가족들에게 이들의 생존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사실은 군이 69시간 생존이 가능하다고 떠벌리고 있었을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느꼈을 죽음과 같은 긴 고통의 시간동안) 정부와 군은 변명의 시간을 벌고 있었던 것에 불과했다. 

 

참으로 참담하다. 눈앞에서 피 같은 자식들과 형제를 잃은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에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어떤 고통도 감내해 왔으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정부와 군의 거짓말뿐이다.

 

이 와중에 터진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 한주호 준위 장례식 기념촬영사건과 안상수 원내총무의 악어의 눈물은 국민들의 공분을 낳고 있다. 게다가 주무장관인 김태영 장관은 북풍으로 몰아가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은 입조심을 당부하며 '건져봐야 안다고 대답하라'는 메모를 전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군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더 우롱당해야 하나?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도대체 얼마나 더 죽여야 하나? 지금이라도 국민과 실종자 가족들 앞에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사실 관계를 사실대로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그러나 암울하게도 이런 대답을 들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건져봐야 알겠다.'

 

러시아 모스크바대학교

정치학 박사 이신욱

덧붙이는 글 | 한토마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태그:#천안함 침몰, #실종자 가족, #실종자,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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