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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일 오후 2시부터 7시10분까지 부산지방법원 306호 법정은 뜨거웠다. 4대강정비사업(낙동강)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꼭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4대강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국토해양부장관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상대로 낸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소송'(일명 낙동강 소송)의 첫 변론이 열린 것이다.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부장판사 문형배) 심리로 열렸다.

 '4대강사업 중단 수륙대재'가 3월 28일 오후 함안보 아래 백사장에서 열렸는데, 환경단체 회원들이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는 펼침막을 들고 앉아 있다.
'4대강사업 중단 수륙대재'가 3월 28일 오후 함안보 아래 백사장에서 열렸는데, 환경단체 회원들이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는 펼침막을 들고 앉아 있다. ⓒ 윤성효

최근 몇 년 사이 4대강사업을 놓고 토론회와 공청회, 설명회가 많았다. 대부분 한쪽 주장만 하는 사람들이 나오거나 일부 내용만을 다루는 토론(설명)이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4대강사업의 쟁점들이 다 거론된 가운데, 양측 핵심 관계자들이 나와 다양한 주장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변론은 중간에 10여 분간 쉰 뒤 5시간 동안 열렸다. 50개의 방청석이 모두 찼으며 의자가 모자라 다른 사무실에서 더 가져오기도 했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솔직히 많이 오실지 몰랐다"면서 "더 큰 법정으로 옮길 수는 없고, 방청권을 배부하지는 않겠지만 보조 의자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4대강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와 이원영 수원대 교수, 부산과 경남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공판을 지켜보았고, 차정인 부산대 교수(법학)는 학생 5명과 함께 방청하기도 했다.

변론은 원고(국민소송단)와 피고(정부)측이 각각 2시간씩 설명과 증인심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원고 측은 정남순·박서진·전종원·이정일 변호사, 피고 측은 정부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가 중심이 되어 변론했다.

증인은 원고측에서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환경공학)와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피고측은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학 교수(환경공학)와 홍동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수생태보전팀장, 정동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부장이 나섰다.

양측은 파워포인트를 통해 설명하면서 각각 주장을 펼쳤다. 홍수예방, 용수확보, 침수피해, 수질악화 여부가 쟁점이었다.

[원고측] "4대강사업은 하천법 등 각종 법률 위반"

원고측은 4대강사업이 각종 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건설기술관리법, 국가재정법,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고 '이익형량원칙'을 위반했다는 것.

원고측은 "낙동강종합치수계획은 상위계획인 하천기본계획에 맞지 않는다"고,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해 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500억 이상 들어가는 공사는 타당성조사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려면 재해예방 등 시급성이 있어야 하는데 4대강사업은 긴급·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문화재지표조사를 하면 반드시 수중지표조사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정일 변호사는 "2003년 태풍 '매미' 등 본류에서 피해가 난 것은 배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정부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가하천 정비율은 96%이고 지방하천은 81%에 그쳐 정비를 하려면 지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용수 확보 때문이라고 하는데, 유독 낙동강에만 집착하느냐. 낙동강 유역은 상대적으로 가뭄이 약하다. 낙동강에 치중하는 것은 대운하 때문이 아니냐. 배를 띄우기 위한 보 설치로 준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인으로 나온 박창근 교수는 남대천(강릉) 하천기본계획을 세웠다가 '상위계획'과 맞지 않아 공사를 중지하고 올해 2월 재수립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천기본계획과 낙동강치수종합계획에 보면 홍수량이 불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스위스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하천 폭을 넓히는 신개념의 치수정책을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강에 보를 설치해 놓고 물을 가둬 놓으면 썪는다. 한강은 신곡수중보로 인해 물고기는 없고 배만 왔다 갔다 하는, 죽은 강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지난해 6월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 때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 최고 책임자였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창완 박사는 낙동강에 대한 준설 계획을 세워놓고 보니 10억 톤의 물이 확보되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침수 피해 지역을 은폐 내지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정일 변호사는 "정부가 밝힌 '함안보 건설로 예상되는 침수피해'를 보면, 남지읍은 0이고, 이륭지구와 덕남리만 각각 4m 높아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면서 "그런데 박재현 교수(인제대)의 분석에 의하면 함안 칠북·칠서 등 상당수 지역의 지하수위가 상승한다. 달성보도 정부는 지하수위 상승이 없다고 하지만 성서공단 주변은 습지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안보 건설 공사 현장.
함안보 건설 공사 현장. ⓒ 윤성효

김좌관 교수는 증인으로 나서 수질 악화를 제기했다. 그는 "보를 설치하면 수질은 나빠진다. 울산 태화강의 경우 오염원을 차단하면서 2006년 방사보를 철거한 뒤 수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산발전연구원에서 낸 자료에 보면 낙동강 하구둑 이후 녹조 현상이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면서 "하구둑으로 정체가 심하다. 부산사람들이 서울 가면 얼굴이 훤해진다고 하는데, 부산보다 더 맑은 물을 먹어서 그렇다고 할 정도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낙동강은 금호강 합류 지점부터 조류 농도가 높다. 정부 계획을 보면 대구는 안동으로, 부산은 남강으로 취수원을 옮긴다고 한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 수질이 나빠질 것이기에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그는 "강은 예민한 생태계다. 4대강사업이 완공되는 2012년이 되면 녹조가 가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합천보, 낙단보 시공업체가 낸 자료를 보면 4대강사업으로 호소가 되고 수질은 더 오염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피고측] "강을 넓힐 수 없으니 깊게 파야"

피고측은 증인 심문부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 기자를 만나 "증인을 서기 위해 미국에서 왔다"고 한 박재광 교수는 강의하듯 증언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려면 환자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현재 한국의 하천에 대해 알아야 한다"면서 "낙동강의 문제 가운데 하나가 농경지다. 인근 평야도 퇴적물이 쌓여 있다. 홍수 피해가 심각하다. 비효율적이다. 원고측에서는 하천을 넓히자고 하는데 그러면 더 많은 예산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오면 도랑을 치라는 말이 있다. 강을 더 깊게 파는 것이다. 2~4m 파면 둑은 훨씬 더 안전하다. 다목적댐을 건설할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보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낙동강은 하천 농경지 농약 유입으로 피해가 심각하다. 하천 부지 내 농지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뉴브강도 낙동강 하구와 같은 '델타'지형인데,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조선일보(2008년 12월 15일)에서 10명의 전문가들에게 4대강사업에 대해 물었더니 다 필요하다고 했다"며 "모두 동의했는데 방법론에서 차이다, 이 문제는 법정 밖에서 학자끼리 조용히 하면 된다, 재판까지 해야 하나"고 밝혔다.

그는 "보를 만든다고 해서 수질 악화는 없다. 하천 유지용수가 계속 들어왔다가 나간다. 물을 모았다가 방류하면 수질은 좋아진다. 보를 설치하고 나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주장을 하려면 근거 자료를 보여 주어야 한다. 곡릉천에서 수질이 좋아진 것은 낚시금지 영향이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뉴브강에는 보·댐이 700개 가량 있고, 낙동강은 이번에 8개까지 포함하더라도 20개가 안 된다. 미국에는 200만개의 보·댐이 있다. 뮌헨 이자르강 구간(35km)에 33개의 보가 있고 인공여울은 6개다. 댐과 보가 많다고 해서 물이 썩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유럽이 잘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한강 신곡보는 해수 침입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면서 "대한하천학회에서 4대강사업 반대를 하는데, 정부 인가를 받지 않은 학회다. 위스콘신 등 미국에서 보를 철거하는 것은 오래되어 유지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원래 목적 상실 등의 이유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4대강을 깊게 파야 한다. 도로와 비유하면 된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인터체인지에 차량이 많이 들어오면 정체되고 지방도로도 막힌다. 지방도로를 넓힌다고 해결 안 된다. 마찬가지로 본류에 물이 많이 들어올 수 있게 깊게 파놓으면 지천도 물이 잘 빠진다. 간단한 논리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는 허드슨강과 미시시피강 등에서도 준설을 하는데 탁도 기준은 없다. 미국에서는 준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면서 "준설하지 말고 더 조사를 하자고 하는데, 발목잡기다"고 덧붙였다.

 낙동강 대구 달성보 공사 현장.
낙동강 대구 달성보 공사 현장. ⓒ 윤성효

국립환경과학원 정동일 박사는 "보 설치 후 조류 과다 증식으로 수질이 악화된다는 주장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체류기간이 증가하면 조류가 생길 수는 있지만 수심이 깊으면 녹조류의 성장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하천치수계획에는 준설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4대강사업이 하천법을 어긴 게 아니다", "재해예방을 위해 할 수 있기에 국가재정법 위반도 아니다", "다른 법령(하천법)에서 정하는 사업을 할 수 있기에 건설기술관리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부에서 2009년까지 해놓은 낙동강 자료를 참고로 했기에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은 아니며, 육상지표 조사뿐만 아니라 수중조사를 한 보고서도 나와 있기에 문화재보호법 위반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보의 안정성 검증 차원에서 수리모형실험을 하는데,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실시설계에 반영하는 조건으로 해놓았다"면서 "실험이 끝나기 전에 한 공사는 관련이 없는 부분부터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동곤 팀장은 "태화강의 수질이 좋아진 것은 오염원을 제거했기 때문이며 보의 영향은 아니다"면서 "환경영향평가는 골프장이나 다른 사업과 달리 4개월 다 하지 않고 2008년에 환경부에서 했던 '수생태 건강성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말했다.

현장검증 19일 함안보-달성보... 2차 변론 5월 7일

한편 피고측 박재광 교수의 여러 주장에 대해, 원고측 박창근 교수는 추가 설명을 통해 반박했다.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 하구언 조성 뒤 엄청난 녹조현상이 일어났다. 영산강은 보로 인해 농업용수로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동강에는 이미 500개의 각종 보가 존재한다", "이자르강은 이전에는 운하였는데 지금은 백사장을 많이 조성하는 형식이다", "태화강은 방사보를 철거하고 오염 퇴적토를 거둬내면서 깨끗해졌다", "지금 미국은 댐을 많이 철거하는 방향이다"고 밝혔다.

2차 변론은 오는 5월 7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리며, 앞서 오는 19일 재판부는 함안보와 달성보에 대한 현장검증에 나선다. 다음 공판에서는 반대심문도 있을 예정이며, 원고측에서는 박재현 인제대 교수와 안병옥 박사(생태하천학), 피고측에서는 정남정 한국수자원공사 상하수도연구소장이 증인으로 나선다.


#4대강정비사업#낙동강#국민소송단#부산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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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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