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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이부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이부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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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노조로 인정받던 1999년. 당시 이부영 교사는 10년간의 해직교사 생활을 마치고 복직(1998년)한 지 1년 남짓 됐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활동했다는 이유로 1989년 교단에서 쫓겨나 제자들을 그리워하며 해직교사로 지낸 10년 세월을 겨우 보상(?)받게 된 즈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합법화를 맞이한 전교조의 첫 위원장으로 다시 교육운동 현장에 몸을 담게 된다. 합법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전교조의 운명을 떠안게 된 것이다. 그 후 다시 해직과 복직을 하는 등 25년 세월을 교육운동에 투신했다가 지난 2006년 서울시 교육위원으로 당선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교조'라는 이름만으로도 보수 세력들의 저격 목표가 되는 세상인데, 그는 이번엔 서울시교육감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명박 정권의 탄압이 계속될 것이므로 전교조가 위기이기는 하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 교육감에 출마한다고 해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희망론도 따라붙었다.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도 일찌감치 마친 그를 지난달 24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전교조위원장 출신이라 불리?... 전교조 알릴 기회"

- 지난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대 반 전교조의 구도로 선거가 진행됐고 결국 '전교조 후보'라고 불리던 이가 패했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은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전직 전교조 위원장 출신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들이 있다.
"그런 정서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과학적·객관적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식 경쟁 만능에 가장 비판적인 저항 세력이 전교조다. 보수 세력이 장기 집권으로 가는 데는 전교조가 큰 걸림돌이다. 전교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이 저들의 의도다. 전교조가 지금 위축돼 있더라도 4월과 5월은 다를 것이다. 나는 이 지점이 전교조에게 위기이면서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이야말로 전교조는 자기 얼굴과 자기 목소리로 당당히 나서야 한다. 그것이 당당한 것이고 본선 경쟁력이라고 본다. 이번 선거는 전국 선거로서 이명박 정부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므로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 불리한 건 아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지만 전교조만의 교육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부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이부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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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이 넘도록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두드러지는 성과나 업적이 없다는 지적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좀 난감한 질문인데…. 나는 1989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시작으로 1999~2000년 전교조 합법 초대위원장을 지내기까지 전교조 합법화와 참교육 운동에 앞장섰다. '6·15공동선언' 해인 2000년 평양을 방문해 남북 교사 교류의 첫발을 내딛었으며,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대통령 자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의 위원으로 국가 교육정책 수립에 일역을 담당했다.

국제중학교 문제에 교육위원으로는 최초 14일간의 단식투쟁으로 전국적인 반대 여론을 이끌어냈고, 동호공고 폐교 저지, 학원법 조례, 친환경 급식 등 많은 역할을 했다."

- 교육감이 되면 꼭 이루고 싶은 것 한 가지만 말해 달라.
"두 가지 하면 안 되나?(웃음) 먼저 핀란드 형 혁신학교와 비슷한 '작은학교제'를 하고 싶다. 이를테면 36학급짜리 학교를 9학급 4개나 12학급 3개 학교로 나누는 것이다. 이걸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교육과정 등을 특성화·다양화 시키면 '작은 학교' 효과가 나지 않겠나? 각각의 특색을 다양화하면 서로 장점 살려 운영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무학년제나 교육과정 통합도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 친환경 급식은 나도 계속 주장해 왔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친환경 급식이나 웰빙, 유럽에서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 로컬푸드, 컬러푸드 이런 것 해보고 싶다. 시범학교를 지정해서 푸드마일리지도 할 생각이다. 생소할지 모르지만 신선하고 학부모들의 의식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식탁에 오르는 식품이 어떤 과정 거쳤는지 몇 킬로나 왔는지 등 전반적인 것을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확인하는 것이다."


- 무상급식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보편적 복지 차원의 접근과 선별적 접근을 두고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어떤 입장인가?
"당연히 무상급식이다.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건 저소득층의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부자는 안 하겠다는 거다. 우리는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걸 교육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포퓰리즘 운운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건강한 밥상공동체를 위해서도 친환경 무상급식은 필요하다. 내가 처음 교육위원 선거에 나오면서 한 핵심공약 3가지 가운데 첫째가 '학생건강권과 친환경 급식'이다.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무상급식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친환경 무상급식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서울교육청 인사시스템은 '패밀리' 구조"

- 서울교육청 비리 문제가 커지자 이명박 정부는 교육계 비리를 근절한다며 교육감 권한 축소와 교장공모 50% 확대 등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계 MB'로 불렸던 공정택 전 교육감이 인사 비리의 주역으로 드러났는데, 이명박 정부가 교육감 권한 축소와 교장 공모제 확대 실시를 내세우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진보 교육감의 권한 축소 의도가 농후하다고 본다.

정부에서 말하는 교장공모제는 자격증 있는 교장만 응모할 수 있다. 교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은 비슷비슷한데, 평교사도 응모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임기 안에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50% 이상 확대하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점수제, 승진제도 대신에 15년 이상 교육 경력을 가진 모든 교사들이 교장에 응모할 수 있도록 교원인사제도를 바꾸어 나갈 것이다.

비리의 근본 대책은 인사, 승진, 장학사 제도다. 장학사(선발 포함)들은 근본적으로 행정 시스템의 말단 행정직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인재라고, 전문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교수학습의 전문이 아닌 행정 말단 역할 하는 건 시스템의 문제다. 장학사 선발제도과정도 투명하게 하겠다. 지금의 서울교육청 인사시스템은 한마디로 형님-아우하는 패밀리구조다. 그러니 비리의 온상이다. 패밀리구조라는 게 형이 잘못해도 좀 눈감아 주는 것 아닌가. 투명한 인사를 통해 청렴한 사람들이 중요한 직책에 많이 들어가도록 하겠다."

이부영(1946년)
- 이천농업고등학교 졸업
- 단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행정과 휴학
- 대부중·송곡여고·서울북공고·경기기계공고 국어교사
- 전교조 합법 초대위원장
-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연구소 이사
- 대통령자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정책위원
- 참여연대 창립 운영위원
- 아이건강국민연대 홍보대사(현)
-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사(현)
-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현)

- 정부는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하나로 자율형사립고의 확대 설치를 추진했다. 이에 대한 입장과 사교육비 절감 대책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아니라고 봤다. 학생·학교 서열화하는 사다리 구조 만들어놓고 사교육비 줄일 수 없다. 성립자체가 안 된다. 억지다. 사교육 폭증시키는 것을 사교육 대책이라고 하는 언어의 전도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바로 잡아야 한다. '방과후학교'라고 하면서 학원 비슷하게 (운영)한다. 그 자체가 공교육 아닌 과외, 사교육이다. 그게 어떻게 공교육인가.

최근 정부는 EBS 교재에서 수능 70%를 출제하겠다고 하며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거 90년대 초 김영삼 정부가 들고 나왔던 거다. (당시) 농어촌까지 TV 들어가니까 EBS 들으면 대학가는 데 문제없다고 했다. 당시 나도 토론회에 여러 번 나가서 반대했다. 대학 입시제도와 교육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무효다. 대학은 끊임없이 1점이라도 우수한 아이들을 뽑으려고 한다. 모자라는 아이들이 학원가고 과외 받는 건 상식인데, EBS에서 70% 내더라도 나머지 30% 채우려면 학원에 가고 과외를 받아야 한다. 그걸 가지고 대책이라고 내놓다니… 잠깐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추대위, 일인일파 유불리에 따른 소아적 처신 지양해야"

- 두발자유와 체벌금지 등이 담긴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생인권 향상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학생인권조례 관련해서는 늦었지만 정말 반갑고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학생인권 이야기는 잘해봐야 체벌·두발 문제 정도였다. 학교는 숨바꼭질하듯 가위 들고 다니고. 내가 전교조 교육운동 10년 만에, 1998년 복직하면서 정말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학교에 들고 간 게 '청소년백서'와 '유엔아동권리협약'이었다.

조례뿐 아니라 시간 지나면서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학교 예산에서 학생 복지비로 5%를 확보하고 모든 학교에 학생회실, 동아리실, 탈의실 등을 설치하고 두발 자유화와 체벌 금지 등을 중심으로 한 학생인권조례 제정하겠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빈곤 아동, 장애우, 다문화 가정 지원 확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교육 시스템도 확보할 것이다." 

이부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이부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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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고사도 여전히 논란 중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등학생은 입시가 닥쳐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하루아침에 뾰족한 수는 없다. 제일 교육적 효과가 높은 게 영·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이다. 앞에서 말한 혁신학교나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는 학교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대학갈 때 혜택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졸속으로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로 학교 교육이 정상화 됐나?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쌓아온 많은 근거들이 있는데, 수능 앞두고 준비한 상장 몇 개로 평가하는 건 부적절하다. 일제고사를 주도했던 서울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특권 학교를 세우는데 몰두하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 대책에는 소홀히 한 결과다.

기존의 입시 대비용 학력이 아닌 창의성과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위해 기존의 교육 과정과 방법을 전면 개편하고 프로젝트 수업과 학습 동아리 활동, 독서 토론회 등을 활성화 하겠다."

- 진보 진영 후보 추대위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민주 진보 진영의 후보 추대과정은 보수 진영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 결과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서울교육 변화의 주체로 참여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단체, 시민단체 등 여러 단체들이 참여해 단일후보를 추대하는 과정은 매우 의미가 깊다.

추대위 안에서 각계각층은 작은 차이를 넘어서 크게 단결해야 한다. 일인일파의 유·불리에 따른 소아적 처신은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 부족해도, 아쉬움이 있어도 신의에 기초하여 서로를 끝까지 믿고 함께 가야 한다. '불길이 필요하다면, 내 한 몸이 장작이 되어도 좋다', 이것이 이부영의 결심이다."


태그:#무상급식, #서울시교육감, #이부영,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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