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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꽃 · 1

 

그 여자가 전락했다

수십 편의 시를 지어 바쳤던 여자

에겔리아라고 불렀던 여자

베아트리체라고 불렀던 여자

그 여자가 전락하기 시작한 건

근시였던 그 여자 사랑의 거리 측정에 실패한 때부터

사랑은 불과 같아 가까우면 데고

사랑은 망각과 같아 멀어지면 잊는 것을

시인의 하늘에

별빛으로 빛나지 못하고

한 개 별똥별로 추락한 것이

꽃이 스스로 시들어 떨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더라도

그 여자가

그만

천길 벼랑으로 전락한 것은

숙명처럼 사랑을 쫒는 시인에게

한 생애에 걸쳐 애석한 일이다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그 여자가

영롱한 별이 되어 시인의 생애를 비춰야 할

그 여자가

여기 저기 흔한 개망초꽃 된 것은

한 생애를 통틀어 그에게, 통탄스러운 일이다

                                              -최일화

 


#개망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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