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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많아서 새섬이었을까? 서귀포 미항에서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 아스라이 떠 있는 새섬, 새섬은 조도(鳥島)로 새들이 사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새섬은 새연교가 준공되면서 육지로 태어나고 말았다.

 

"엄마, 바람에 날아가면 어떡해요"

 

행여 작은 몸뚱아리가 날아갈까봐 겁을 먹는 딸아이는 새연교 난간을 붙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음마를 한다. 그러고 보니 무인도로 가는 날을 바람이 최고로 많이 부는 날을 택했던 것이다.

 

우두암을 비롯해서 문섬과 범섬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새섬, 새섬 머리는 정수리에만  해송 우거진 머리가 있을 뿐이다. 히끗히끗한 바위가 마치 내 흰머리처럼 돋아났다. 그리 크지 않은 무인도 주변에는 하얀 포말이 일었다. 바위덩어리 같기도 하고, 작은 동산 같기도 한 새섬, 다른 섬과  다른 게 있다면 지나가는 바람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것이다.

 

외줄 케이블 형식의 169m 새연교는 바람과 돛을 형상화한 45m의 주탑. 불과 169m 다리지만 새연교를 걸으면 서귀포 미항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10만 2천여㎡의 무인도인 새섬, 온몸을 드러낸 바위 끝 산책로가 걸어 보았다.

 

알몸으로 드러누운 새섬의 산책로랄까. 범섬 뒤로 지는 해를 받아 바다가 유난히 반짝였다. 수림 지역의 새섬은 마치 습지 지역을 연상케 했다. 볼레나무에 대롱대롱 붙어 있는 보리수 열매는 어느 곳에서 맛본 보리수 열매보다 달콤했다.

 

산책로를 가로질러 걷다보니 제주도에 초가지붕을 이는 '띠'가 새섬의 운치를 더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띠'를 '새'라고도 부른다. 누렇게 익어버린 '띠'의 물결이 유난히 곱다.

 

데크 시설로 된 산책로를 벗어나자 자갈길, 비록 데크 산책로와 자갈길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조금은 씁쓸했다. 하지만 그 씁쓸함을 서귀포 미항의 방파제 끝에 서 있는 2개의 등대가 해소시킨다.

 

문섬 부근까지 닿는 빨간 등대, 그리고 마주보며 서 있는 하얀 등대다. 한라산이 폭발하여 떨어졌다는 새섬, 새연교가 연결하여 육지와 통하지만, 자갈길을 걷다보면 무인도에서 느끼는 그리움은 여전하다.

 

다만 여느 무인도와 다른 것이 있다면 바람이다. 새섬 바람은 파도를 만들고, 새섬의 바람은 그리움을 낳는다. 무인도가 그렇듯이, 바람따라 걸어보는 무인도 수림지역 1.2km는 그리움만 쌓인다.

 

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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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태그:#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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