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본주의 혹은 자본주의 사회가 인류역사의 주류로 등장한 배경에는 '중세사회에 내재된 모순'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내재된 중세사회의 그 모순은 역사의 진전 곧 생산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양식의 변화와 함께 야기된 사회변화와 함께 점차 드러났고, 종래 발전된 생산기술을 장악해 부를 축적한 신흥 세력(시민으로 성장)의 저항과 투쟁에 의해 붕괴되었다.

 

한편 초기 중세를 지탱한 생산방식은 장원제도로 대표되는 중농주의였다. 이후 자연과학의 발달과 함께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신항로의 개척과 함께 신대륙을 발견한다. 신대륙의 발견으로 서구사회는 신대륙에서 생산되던 많은 물자를 본국으로 들여오게 된다.

 

이러한 경험의 누적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국제 교역을 통해 더 큰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그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같은 믿음과 깨달음을 통해 중세의 서구사회는 이후 점차 국부 창출의 근원을 중농에서 중상으로 옮긴다. 이렇게 해서 중세의 서구사회는 중농주의를 대체하는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중상주의를 강화해 나간다.

 

물론 초기 중상주의의 활로를 개척한 자본은 절대왕조로부터 나왔다. 이후 중상주의가 더욱더 강화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본이 절대왕조라는 권력 기반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중상주의의 강화는 종래 중세를 지탱한 근간인 장원 제도를 점차 약화시킨다. 실제로 장원제도가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살피면 자못 흥미롭다. 중세를 지탱한 중농주의의 후퇴와 함께 중상주의의 팽창은 중세사회를 풍요 속에 빠뜨린다.

 

이로써 나타난 것이 중세사회의 사치문화다. 중세의 건출물이 매우 화려한 것도, 기타 음악, 미술, 조각 등 예술분야가 크게 발전한 것도 사치문화가 팽창된 결과이다. 중상주의를 통해 부를 축적한 중세 서구사회의 귀족들은 넘쳐나는 부를 주체하지 못한 셈이다.

 

이때 나타난 사회풍조 중의 하나가 바로 '첩의 문화'다. 노예를 수명씩 거느린 중세 귀족들에게 당시 첩 문화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본처 외에 첩을 거느리는 것은 누가 되었든 도덕적으로 비난과 함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하물며 남 몰래 바람만 피우다가 들통이 나도 사회적 격멸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근간에 골프 황제 우즈가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맹렬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중세서구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그것이 중세의 서구사회 귀족들에게는 오히려 대단한 자랑거리였다.

 

이러한 중세서구사회의 사치문화는 종래 생산양식의 변화와 함께 중세사회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중심 역할을 한다. 사치문화에 빠져든 중세서구사회의 귀족들은 더 호화스러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예술품을 소장하는 데에 더 많은 돈이 필요했고, 급기야 자신의 경작지인 장원을 담보로 대출에 나선다. 이때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신진세력의 자본이 동원되었다.

 

결국 빌린 돈을 갚지 못한 봉건 영주는 사회 중심세력으로부터 퇴출되고, 신흥세력은 점차 더 성장해 사회 개혁의 주도세력, 곧 시민 권력을 형성한다. 이들이 주도한 것이 서구사회의 시민 혁명이다.

 

이러한 시민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앞서 말한 사회변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분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을 비롯한 세계 사회의 모습은 마치 변화하던 중세서구 사회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중세서구사회에 새로운 생산양식인 중상주의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생산방식인 중농주의가 해체의 길로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농업에 종사하던 수많은 이들이 일거에 일자리를 잃게 되어 생계 위기에 직면한다. 이때 사회 또한 변화하게 되는데, 그 결과가 바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다.

 

한편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 또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 이 또한 중세사회의 내재된 모순처럼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된 모순 또한 생산 기술발전과 함께 그 모습을 점차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된 모순이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생산 양식의 변화, 곧 산업생산에서 지식에 기초한 문화적 생산이 강화되면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중세서구사회의 변화기(期)나 한국사회를 포함한 현대 세계사회의 변화기 동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실업자의 양산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 사회를 유지하던 생산방식의 진화는 풍요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실직으로 내모는 특이 형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실직에 내몰린 이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언제 사회 도전세력으로 변화할 지 알 수 없다. 누군가 현재의 권력 곧 자본주들을 퇴출하기로 결심만 서면 그들은 언제든지 실직상태에 있는 이들을 동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사회혁명 주체세력으로 성장한다.

 

결국 현재의 실업은 생상양식의 변화로 인해 나타난 구조적인 문제로 정부정책만으로는 어쩔 수 없다. 결국 이 실업의 문제를 해소하자면 사회전체가 함께 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로 인해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본주의적 사회기능의 후퇴이다. 따라서 이후 사회는 곧 자본주의에 내재된 모순이 점차 드러나는 과정을 밟는다.

 

그러나 이후 사회가 사회주의 체제로 나아간다는 뜻은 아니며, 인간의 삶에 더 유익한 방향의 사회가 열릴 것이라는 말이다. 단지 사회가 거기에 이르기까지 어떤 형태가 되었든 큰 변화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이 변화의 실체를 옳게 파악하고, 사전에 대비해야만 비로소 큰 혼란 없이 안정된 사회, 곧 꿈의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실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