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골목길 풍경
골목길풍경 ⓒ 최영환

1.
새벽이면
댕댕댕 교회 첨탑 종소리
그림자 영혼처럼
낮게 낮게
어둑어둑한
골목길에 깔려오면

두부장수 핑경소리
재첩장수 외치는 소리
분주한 출근 준비로
세수 하는 소리
그릇 달그락 거리며
아침 짓는 소리
아기의 울음 소리에
전신주 전선줄에
아침 까치들 까악까악
우짖으며 찾아온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게으름을 피우는
개구장이들 깨우며
드르륵 열리는 봉창으로 
엄마들의 잔소리
아버지들의 역성드는 소리
한방안처럼 들려오는, 골목길…

2.
(딸그랑...딸그랑...두부 사이소...)
(낙동강 재첩국 사이소...재첩국 사이소) 

새벽 눈뜨자 학교 도시락 싸던
동네 자취생들 후닥닥 

맨발로 뛰어 나와도
거미줄 같은 골목길 어디로
사라졌는지… 재첩장수 외치는 소리
두부 장수 핑경 소리만
메아리처럼 들려와,
저 혼자 빙그레 웃는 골목길

6. 25  전쟁 때 피난 내려와
수정도 산복도로에 산지가
어느듯 60년이 넘었다는 
4통 3반 통장 할아
버지,
싹싹 백팔개나 되는
계단 골목길 깨끗하게 빗질 하고 나서
등짐지고 내려다보는, 
영도 다리 겨울 어깨 위로 
갈매기들 먹구름 뚫고 날아오른다. 

3.
키 낮은 슬라브 지붕
기와 지붕, 스레트 지붕...
루핑 지붕들 이마를 맞댄
폭 좁은 골목길로
분주한 동네 꿈나무들
노란 병아리같은 의상 입고
새마을 유치원 봉고차 타고
아침 햇살과 함께 사라질 때까지 
손 흔들어주는 골목길.

동네 가내 하청 그물 공장으로
동네 아낙들 다정한 고부간처럼
동네 노친들 모시고 출근 하면…

텅빈 골목길
옥상 위의 오색의 빨래들
개구장이처럼 바람의 등을 타고 
자꾸 담장 넘어서
놀러들 다니고...

바다가 환히 보이는
골목길 전신주에 걸린
포름한 낮달은 그리운
섬조각을 닮아간다. 


#새벽 골목#핑경 소리#동네 아낙#재첩#두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