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방과후학교로 사교육 줄이겠다는데 보육교사로 일하는 사람은 정말 힘들어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해요. 아예 여자만 뽑더라구요. 27세인데 뭘 해야 할지 막막해요."
"학원 강사 6년 하다가 아기 맡길 데가 없어서 2년을 쉬었어요. 어제부터 어린이집 보냈는데 한 달에 40만 원 들어요. 나이가 많아서 취업은 안 되고 억울하고 불안해요."

3.8 여성대회를 앞두고 여성단체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라지는 일자리가 대부분 여성 특히 임신과 출산·양육을 경험하는 30대 여성의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3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40여 개 여성·노동·교육단체들이 참여한 '민생 살리고 일자리 살리는 생생여성행동(이하 생생여성행동)' 소속 활동가 50여 명이 참여했다.

"퍼플잡, 작정하고 여자들을 집으로 내모는 정책"

가장 눈에 띈 것은 불안한 일자리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여성들. 구직활동 중인 27세 여성 포커페이스(닉네임)와 35세 여성 김수진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한 명은 비정규직 교사, 한 명은 어머니로 보육 문제의 당사자다.

포커페이스의 경험은 안정적 일자리를 가져본 적 없는 88만원 세대의 전형적 사례였다. 그는 2년 동안 휴학을 하면서 대학 등록금을 벌었지만 결국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막상 취업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뒤늦게 직업상담사로 진로를 정하고 자격증 준비에 나섰지만 역시 생활비가 문제였다. 편의점이나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25세 미만이어야 가능했다. 행정인턴에 합격했지만 6개월 동안 한 일은 차 심부름, 문서 복사, 우편물 처리뿐이었다.

그가 다시 찾은 직업은 방과후학교 보육교사. 경기도 수원 집에서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했다. 여가는 없었다. 중간업체에서 파견하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자영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4대 보험은 적용받지 못했다. 월급은 120만 원이었다. 결국 그는 일을 그만두고 제대로 된 직업을 찾아보기로 했다.

김수진씨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30대 여성의 전형이다. 학원 강사로 6년을 일했던 그는 갓난아기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고 보육료도 비싸서 잠시 일을 그만뒀다.

아기가 두 돌이 되자 김씨는 다시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구직에 나섰다. 그러나 일을 쉬었던 2년 새 강사직을 원하는 대학생이 늘었고, 경력은 큰 장점이 안 됐다. 그는 "내가 할 수 있은 일이 경리 정도더라"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지,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점점 늘어갈 텐데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어린이집 3세 반 보육료는 특별활동비까지 추가돼 약 40만 원이다.

김씨는 "주변에서 '둘째 안 낳냐, 같이 기르는 게 낫다'고 하는데 더 낳기가 불안하다"면서 "인형 눈 붙이기, 봉투 붙이기를 찾아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생생여성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니까 애를 낳으라고 말하는 것은 당장 일을 그만두라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에서 안정적인 돌봄노동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일하는 여성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퍼플잡(유연근무제)'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의 70%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정책이 '육아휴직'을 입 밖에 꺼내기도 어려운 여성노동자의 생존권을 흔들고 '남성은 생계, 여성은 양육'이라는 편견을 강화한다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지적이다.

생생여성행동은 "퍼플잡은 작정하고 여성노동자를 집으로 내몰아 아이 낳는 데 전념하라는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여성 일자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