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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서구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왜소한 동양권 선수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적어도 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 대회 이전까지는 우리는 그러한 속설을 인정하고 있었다. 쇼트트랙에서 입상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 선수들이 쇼트트랙에서 지난날 대거 입상하니까 우리 국민들은 스피드 스케이팅 입상 실패에 대한 보상심리를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밴쿠버 대회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한국 선수단들이 일약 세계 강호로 떠올랐다. 동양권 선수들이 절대 불리하다고 인정하는 분야에서 낭보를 보내오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의 독보적 존재인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을 온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

 

오죽하였으면 외신에서 김연아 선수의 가장 큰 적은 5천만 한국민의 기대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규혁 선수의 눈물 기자회견이 잠시 감동을 주었지만 국민들은 오직 금메달만 목매어 기다리고 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국민들이나 언론에게는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 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월 24일 이승훈 선수가 그것도 쇼트트랙에서 종묵을 바꾸어 세 번째 도전에서 10000미터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내 온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역시나 금메달만 기다리는 국민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하루 종일 이승훈 선수의 시상식 장면이 전국 방방곡곡을 휩쓸고 다녔다. 다시 보아도 감격스럽다.

 

이렇게 훌륭한 성적을 만들어 내다니 정말 대단한 대표 선수들이다. 지난 날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배우면서 커가던 우리 대한민국 스포츠가 아니던가. 스포츠 기반이나 실력이 10년 이상 뒤졌다고 한탄하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정말 상전벽해가 아닌가.

 

금메달 지상주의,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이 사진 한 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상위 1%만 명문대학에 합격하여 이 사회의 달콤한 열매를 독식하는 세상,  2등 이하는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다는 광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익숙하게 살아 온 우리들에게 이 사진은 정녕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가. 

 

교육 현장을 돌아 보라. 개천에 용나는 것은 결코 진리가 아닌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세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국가 대표가 되는 과정도 얼마나 험난한가. 그리고 국제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려면 얼마나 피땀을 흘려야 하는가.

 

오랜 시간 엄청난 고통을 겪어도 입상을 보장하지 못하는 암담한 상황에서도 우리 대표 선수들이 얼마나 지난한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는가. 그리고 그 과정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 동메달을 획득하여 연금을 수령하고 경제적 이익도 주어지겠지만 무엇보다 세계 대회에서 입상하여 온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국위 선양의 기쁨을 주지 않았는가.

 

지난 날 우리 대표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여 노력한 끝에 은메달을 획득하였을 때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기자회견도 거부했던 일들이 기억하는가. 선수들이 왜 금메달을 따고 싶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은메달은 선수들의 피땀이 아닌가. 수십 억 지상의 인구 중에서 2위라니 얼마나 대단한 성적인가. 그런데도 그들은 왜 어깨가 축 처질 수밖에 없었을까. 국민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랬을까. 우리가 1등 지상주의에 젖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금메달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뿌리 깊은 인습이 우리 현실을 지배하고 있지 않았을까.

 

은메달과 동메달 수상자들이 우리 이승훈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가마를 태운 시상식 사진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 선수들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하고 시상식에 올랐을 때 우승자를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올릴 수 있을까. 물론 그들도 생각지도 않았던 메달을 획득하여 참으로 기뻤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표상이었다. 우승 선수를 진정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매너를 보이기 위해서는 교육 현실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의 영광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대범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결과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

 

언젠가 한국 프로야구 코리안 시리즈에서 준우승팀 김경문 감독이 우승팀 김성근 감독에게 축하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먼저 2승을 하고도 우승을 빼앗겨 얼마나 애가 탔을까마는 그래도 노 감독의 우승을 환한 미소로 축하하던 그 멋진 장면을 함께 떠올린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스포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떠올리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은 가슴 터져라고 좋았던 기쁨이었다.  


#이승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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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교육에 관한 기사 작성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오마이 뉴스 기사를 보면서 많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동참하고 싶어 이렇게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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