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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가입자들은 선관위의 트위터 단속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트위터 가입자들은 선관위의 트위터 단속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 트위터

"트위터에 계엄령을 내린 것이다."

 

파워 블로거이자 열성적인 트위터리언(twitterian, 트위터 사용자)인 고재열 <시사인> 기자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중앙선관위의 '트위터 단속'을 두고 꼬집은 말이다. 물론 "계엄령이라는 표현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중앙선관위의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단속을 헤아리면 수긍할 만한 표현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당시 중앙선관위가 단속한 사이버상 선거법 위반행위는 5만5000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사이버 사전선거운동만 4만9000여 건에 이르렀다. 인터넷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2002년 대선 당시 2425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무려 20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선관위의 '과잉단속'으로 UCC 열풍은 점차 수그러들었다. 선관위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트위터를 무차별적으로 단속할 경우 이러한 'UCC 단속'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법 93조 1항에 근거한 '트위터 단속'... 트위터가 이메일이라고? 

 

선관위는 지난 12일 선거법 93조 1항에 따라 트위터를 단속하겠다며 관련지침을 내놓았다. 선관위가 내놓은 지침에 따르면, 우선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5월 20일∼6월 1일) 전에는 예비후보자만 트위터를 통해 선거운동 정보를 올릴 수 있다. 즉 일반 시민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정당·예비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선거운동 내용을 트위터에 올릴 수 없다는 것.

 

또한 예비후보자로부터 선거운동정보를 받은 팔로어(follower, 정보공유자)는 자신의 또다른 팔로어에게 해당 선거운동 정보를 '돌려보기'(Retweet, 리트윗)할 수 없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사전선거운동을 하거나 예비후보자 등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해당 정보가 삭제되거나 해당 트위터 계정이 차단된다. 투표 당일에는 누구든지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선거운동정보를 올릴 수 없고, 심지어 후보자조차 트위터를 통해 투표를 독려할 수 없다. 

 

다만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과 의사표시,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 의견 개진, 예비후보자가 선거운동정보임을 명시해 자신의 팔로어에게 선거운동내용을 전송하는 행위 등은 허용된다.

 

선관위의 '트위터 단속'은 선거법 93조 1항에 근거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 93조 1항에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광고, 벽보, 인쇄물, 사진이나 녹음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선관위는 이 조항의 '기타 이와 유사한 것'에 블로그와 UCC는 물론이고 트위터까지 포함시켜 단속대상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윤석근 중앙선관위 법제과장은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은 의사전달이 가능한 매체나 수단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트위터가 의사전달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대목은 선관위가 트위터를 이메일(전자우편)로 규정한 점이다. 선관위는 "트위터는 홈페이지와 이메일의 융합적 성격을 가지지만, 홈페이지에 작성된 글이 팔로어에게 전해지는 것을 전제로 서비스되므로 트위터에 글을 게시하는 행위 자체가 전자우편 발송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에 트위터리언들은 "트위터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개인의 소통도구이고, 이메일은 타깃지향적 소통도구"라며 "트위터가 이메일로 취급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발했다. 일부 가입자는 "(영화) <넘버 3>의 송강호가 임춘애를 현정화라고 우기던 장면이 교차한다"(newspresso)고 꼬집었다.

 

부장검사 출신인 최영호 동아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자우편이란 말 그대로 우편으로서 특정한 전자우편 주소를 향한 메시지의 발송과 수신을 지칭하는 것이니, 트위터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향한 트윗이나 알티(RT, 리트윗)를 전자우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50여 명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트위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약 3만 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트위터.
한국에서는 50여 명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트위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약 3만 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트위터. ⓒ 트위터

"불법으로 기재된 선거운동을 제외한 모든 것 허용해야"

 

하지만 '트위터가 이메일이냐 아니냐' 하는 통신수단논쟁은 '트위터 단속 논란'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새로운 미디어의 발달에 맞추어 새로운 방식의 의사표현(선거운동)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법 재개정 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시 공감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유권자의 일상적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선거법 3대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법 3대 독소조항'이란 ▲ 82조의 6(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 ▲ 93조 1항(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 251조(후보자 비방죄)를 가리킨다.

 

'선거법 3대 독소조항'은 선거시기 공론 형성 기능을 위축시키고, 유권자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독소조항들은 '돈은 막고 입은 푼다'는 선거법 개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인터넷 실명인증제'를 도입한 82조의 6은 익명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포괄적인 후보자 비방죄'를 규정한 251조는 후보자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막고 있다. 

 

특히 트위터 단속의 법적 근거로 제시된 93조 1항은 "가장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정치표현을 행정편의적 관점으로만 바라보아 과도하게 법을 해석·집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긴 했지만, 다수(5명)의 재판관들은 '해당 조항이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합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은 3명, 그러나 위헌 결정이 내려지려면 재판관의 3분의 2인 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했기에 결국 합헌 결정이 내려짐). 또 국가인권위에서도 선관위의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이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규제하고 있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결국 선거법에 기재된 선거운동만 허용하는 현재의 열거주의(positive list)에서 불법으로 기재된 선거운동을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포괄주의(negative list)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향후 선거법 개정 방향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최근 국회에 낸 선거법 개정 청원서에서 "규제중심적인 선거법은 유권자와 후보자 간의 자유로운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하고 오히려 탈법, 불법 선거운동을 부추겨 정치적 불신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며 "선거운동과 관련된 조항은 '특정 방식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금지 규정'을 제외한 모든 방식이 가능하도록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단속 논란#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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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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