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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틀림없느냐는 질문에 교복을 갈아 입고 자리에 앉은 김경환 모범택시 협회장.
 학생이 틀림없느냐는 질문에 교복을 갈아 입고 자리에 앉은 김경환 모범택시 협회장.
ⓒ 김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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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부 모범택시 운전자회에서 회장 김경환씨를 만나러 갔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겠다는 약속 시간이 되자 시간보다 좀 이른 시간이었는데, 체구가 당당한 젊은(?) 기사 한 분이 들어섰다.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니 김경한씨었다. 인사하고 농담으로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서슴없이 "구룡포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며 대답하고 웃었다. 지금 차림세를 보니 기사의 모습이 아니냐며 또 농담을 하자 교복 차림을 하고 자기의 책상 앞에 앉아 보였다.

그의 학창 생활을 물어보기로 하였다.

모범택시 운전자로서 복장을 하고 있다.
 모범택시 운전자로서 복장을 하고 있다.
ⓒ 김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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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나이는?
"만 52세 이구요. 부끄럽습니다만 손자가 있어요."

- 50세에 고등학교에 진학 하셨는데…, 개인택시를 가진 모범 운전사란 훌륭한 직업이 있는데도 어떤 이유로 만학도가 되기로 결정 하셨나요.
"시골(포항 장기면)에서 장기중학교를 졸업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진학을 포기하고 놀고 있을 때 우연히 낯선 트럭 기사를 만나서 조수로 따라 나섰던 것이 운전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그럭저럭 33년이 되네요. 조수에서 운전기사가 되어서 개인택시를 갖는 것이 꿈이었었습니다. 사고 없이 꾸준히 운전을 해서 개인택시도 가졌고, 열심히 벌어서 결혼도 했고 자식들도 잘 키워서 결혼 시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돈 버는 것만이 사회생활이 아니더군요.

어느 때에 모범운전자 협회장 선거에 출마를 했었는데 3번 모두 낙선 되었습니다. 1회 임기가 3년이니까 9년이란 세월이 지나게 되고 정말 허무 하더군요. 그런 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학벌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룡포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4번째 출마하면서 학력란에 구룡포고등학교 재학 중이라고 썼더니 당선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는 가운데 돈만 중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거만이 아니더군요. 이제 배움이 정말 중한 줄을 깨달았습니다."

고등학생들에게 '형'으로 통한 52세 고등학생 택시운전사

이영우 경북도 교육감과 함께 찍은 모습이다. 본인은 학생으로서 퍽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영우 경북도 교육감과 함께 찍은 모습이다. 본인은 학생으로서 퍽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 김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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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김경환씨를 부르는 호칭은 무엇입니까.
"'형'이라 부르지요. 처음부터 '형'이라 부르지 않으면 돌아보지 않았으니 자연히 형으로 통했습니다."

- 지난 3년 동안 동료들에게 어떤 보람된 일이라도 하였나요.
"자랑이면 자랑이고 보람이라면 보람인데 처음 입학 당시 우리 반 학생이 30명이 었는데 그 30명 모두가 탈락자 없이 졸업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님도 아시다시피 말썽꾸러기들의 집단이라 할 수 있잖아요. 자퇴를 하려는 학생이 있을 때마다 반장인 자격과 사회 선배라는 자격으로 교외에서 따로 만나서 제가 사회에서 학력이 없어서 겪은 일들을 일러 주면서 설득을 하고, 담임선생님의 협력으로 30명 모두가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지요."

- 그러면 김경환씨도 진학을 하게 되나요.
"예, 물론입니다. 4년제 경주 동국대학교와 포항대학을 저울질 하다가 결국 나의 꿈 때문에 포항대학 자동차과에 등록 했어요."

- 꿈이라면?
"포항시 기초 의원에라도 도전해 보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그러려면 포항지역 대학을 나오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 까요." (웃음)

- 학교생활하면서 즐거웠던 일이있다면.
"사실 남들은 즐거운 일이 아니라 고된 일이였다고 할지 모르나 즐겁게 보람되게 일했다고 여기기에 이야기하겠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서 자동차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가 일학년 때부터 빠지는 날 없이 포항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서 7시 40분부터 8시 30분까지 교통정리를 했었지요. 왜냐하면 학교로 진입하는 선생님들 차가 사고 나면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을 못 가르치시는 날이 되니까요. 학교 행사시나 눈비가 오는 날이면 모범택시 동료들에게 부탁하여 더욱 철저히 교통사고 예방을 했습니다. 그동안 한 건의 사고도 없었습니다."

"엎드려 자는 학생 있으면 '차려!' 열 번이라도 했다"

52세의 김경환 학생은 이 교복을 벗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52세의 김경환 학생은 이 교복을 벗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 김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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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생활에서 에피소드는?
"두어 가지 이야기할까요. 수학선생님이 여선생님이었는데 시험 보기 전에 학생들에게 50점 이하 받는 학생들에게 종아리를 때리겠다고 하셨지요. 그리고 시험을 친후에 50점 이하 받은 학생들을 나오라고 했어요. 그러나 아무도 나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50점에서 1점 빠진 49점이라서 자진해서 나가서 때려 달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매를 맞았지요. 그랬더니 50점 이하 학생들이 자진해서 나왔었고 그 이후 시험에 성적을 50점 이상으로 많은 학생들이 올린 적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반장이었기 때문에 수업시작 시간이면 선생님께 인사를 할 때에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있으면 열 번이라도 차려! 차려!를 해서 똑바로 인사를 했던 것입니다. 한 번은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운동장에 나오시기 전에 반 학생들을 정렬시키고 있는데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이 내게 다가오시더니 이 학교의 체육선생은 교복을 입느냐고 하여서 여러 학생들의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지요."

확인차 당시 교감이었던 신동근 선생님을 만났더니 김경환 학생은 3년 동안 만학도 반장으로서 학생생활 지도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학생회장을 지낸 모범학생이며 경찰 교통통신원 7년 장애자 무료수송 십년 등 사회봉사의 공로로 위촉장 표창장이 5여 개나 되는 사회의 모범운전사라고 하였다. 하여튼 이분의 앞날의 또 하나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모범운전자 동료들과 산행에서 찍은 사진
 모범운전자 동료들과 산행에서 찍은 사진
ⓒ 김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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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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