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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감정적인 대화

 

.. 이런 식으로 감정적인 대화가 되고 만다. 손에 닿는 대로 베개가 날고 잡지도 날아간다 ..  <아키야마 나미,가메이 노부다카/서혜영 옮김-수화로 말해요>(삼인,2009) 163쪽

 

"이런 식(式)으로"는 "이렇게"나 "이런 모양으로"로 다듬습니다. '대화(對話)'는 '이야기'로 고쳐씁니다.

 

 ┌ 감정적인 대화가 되고 만다

 │

 │→ 짜증 섞인 이야기가 되고 만다

 │→ 골 부리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 서로 짜증내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 서로 골 부리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 …

 

감정이 섞인 이야기란 서로 울컥울컥거리다가는 그예 짜증을 내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되도록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차분하게 두려고 했으나, 그예 터지고 마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어쩔 수 없이 골을 부리고 목소리가 높아지며 때로는 삿대질이 나오겠지요. 베개가 날기도 한다니, 이맛살을 찌푸리며 새된 소리를 내기도 하겠구나 싶습니다.

 

 ┌ 성난 목소리가 오가고 만다

 ├ 짜증난 목소리가 오가고 만다

 ├ 서로 말다툼을 하고 만다

 ├ 말다툼이 되고 만다

 └ …

 

그러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은 서로 짜증을 냅니다. 짜증은 이내 말다툼으로 번집니다. 말을 나누려 했으니 말나눔이지만, 말나눔이 아닌 툭탁툭탁 치고받는 말다툼이 되고 맙니다.

 

처음부터 말다툼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 테고, 말다툼이 되어 서로서로 마음에 생채기가 남기를 바라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처럼 말다툼을 일삼습니다. 작은 일에 골을 내고 하찮은 일에 울컥하며 대수롭지 않은 일에 발끈합니다.

 

골을 낼 만하니 골을 내고, 울컥할 만하니 울컥하며 발끈할 만하니 발끈하기도 합니다. 화딱지나는 말이 있고,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이 있으며, 아픔을 긁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참기 어렵습니다. 이리하여 한판 싸움을, 말로 하는 싸움을, 말싸움을 벌입니다.

 

 

ㄴ. 덜 감정적이 되고

 

.. 다방이나 사람들이 있는 공원 같은 데서 얘길 하면 덜 감정적이 되고, 서로 예의를 지켜가며 싸우게 되니 오히려 문제 해결도 더 쉬웠다 ..  <황안나-내 나이가 어때서?>(샨티,2005) 163쪽

 

"문제 해결(解結)도 더 쉬웠다"는 "문제를 더 쉽게 풀었다"나 "문제도 더 쉽게 풀렸다"로 다듬어 봅니다. "서로 예의(禮儀)를 지켜 가며"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차분하게"나 "서로를 헤아리며"나 "서로를 더 생각해 주며"로 손볼 수 있습니다.

 

 ┌ 덜 감정적이 되고

 │

 │→ 덜 발끈하고

 │→ 덜 화를 내고

 │→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도 하고

 │→ 마음을 가라앉힐 수도 있고

 └ …

 

"감정적이 된다"는 말은 "감정을 앞세운다"는 소리입니다. 화를 내거나 불같이 길길이 뛴다는 소리입니다. 이런 모습을 두고 '발끈한다'로 나타낼 수 있을 텐데, 보기글에서는 "덜 감정적이 된다"고 했으니, 감정을 내지 않는 모습으로 가리키면 됩니다.

 

이를테면 "마음을 누그러뜨린다"든지 "마음을 가라앉힌다"든지 말이에요. '차분해지다'를 넣어도 됩니다. '조용해지다'나 '누그러지다'를 넣을 수 있고, "덜 화를 내고"뿐 아니라 "더는 화를 내지 않고"를 넣어도 썩 어울립니다.

 

 

ㄷ. 감정적이 되긴 했지만

 

.. 나중에 이게, 현에 말도 안 하고 갔다고 해서 사후처리 단계에 이르러서 현이 감정적이 되긴 했지만 ..  <이시무레 미치코/김경인 옮김-슬픈 미나마타>(달팽이,2007) 91쪽

 

'사후처리(事後處理)'는 '뒤처리'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글흐름에 따라 "끝에 이르러서"로 적어 보아도 됩니다. 글머리에서 '나중'이라 했으니 이곳에서 다시 '나중'이라고 적어 넣어도 됩니다.

 

 ┌ 감정적이 되긴 했지만

 │

 │→ 뿔이 나기는 했지만

 │→ 뾰로통해하기는 했지만

 │→ 토라지기는 했지만

 │→ 앵돌아지기는 했지만

 │→ 안 좋아하기는 했지만

 │→ 미워하기는 했지만

 └ …

 

알맞게 주고받을 말도 찾아야 합니다. 알맞게 쓸 만한 말은 우리 스스로 머리를 굴리든 국어사전을 뒤적여 보든 부모나 이웃사람한테 묻든 해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나아가면 좋을 길 또한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할 일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우리 생각이든 우리가 쓰는 말이든 우리 생각을 담아내는 말이든 스스로 찾아야 올바릅니다.

 

'感情的'이라는 말을 담아낼 만한 우리 말이 없다고 말하면, 이대로 끝입니다. 스스로 찾아보려고 애쓰지 않았으니,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더는 새로운 생각이나 말이나 느낌이나 글이나 찾을 길이 없습니다. '글쎄, 우리가 왜 感情的이라는 말을 써야 할까? 참말 다른 말은 없을까? 아니, 우리가 이 말, 感情的을 쓴 지는 얼마 안 되었잖아? 차근차근 돌아보고 헤아려보고 살펴보고 짚어 볼까?' 하면서 머리를 굴려 보면, 또는 아버지나 어머니 말을 새겨 보면, 때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들 말씀씀이를 지켜보면, 가느다란 실낱이지만 알맞게 가다듬을 실마리를 하나하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려울 수 있고 퍽 오래 걸리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어렵다 해서 그만둘 일이 아닙니다. 오래 걸린다 해서 대충 말하거나 아무렇게나 글을 써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애써야 비로소 잘할 수 있는 영어입니다. 힘써야 바야흐로 잘 익힐 수 있는 한자입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거나 한자를 익힐 때 들이는 품만큼 우리 말글을 배우거나 익히는 데에도 품을 들이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과 글을 가꾸고 일구는 일에 얼마나 땀을 쏟거나 마음을 바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힘쓰지 않고는 우리 삶을 북돋우지 못합니다. 힘쓰지 않고는 우리 생각을 가다듬지 못합니다. 힘쓰지 않고는 우리 말을 갈고닦지 못합니다. 작은 힘을 모으고 작은 슬기를 추스르며 작은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한 걸음씩 꾸준하게 내디디면서 우리 삶결과 생각결과 말결을 보듬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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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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