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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시민단체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가 라면 1000개를 가지고 조계사에서 열려고 했던 KBS 수신료 거부, 의료민영화 반대, 4대강사업 추진 중단 따위 포함된 '라면탑 쌓기' 퍼포먼스를 막기 위해 조계사에 전화를 하고 직접 찾아가 행사를 결국 취소하게 했다는 증언은 충격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12월 조계사 종무회의가 허가까지 한 행사로 국정원이 압력을 가해 무산시킨 것은 공권력 남용이다. 진알시가 준비한 행사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국정원이 압력행사를 한 것은 국정원 직무 범위에도 벗어난 것이다. 국정원법 제3조 국정권 직무는 아래와 같이 제한하고 있다.

국정원은 다음 각호의 직무를 1.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 다만, 각급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 형법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국정원법 제3조 직무)

'KBS 수신료 거부', '4대강사업 추진 중단', '의료민영화 반대'따위가 국가기밀과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해당되는가? 아니면 내란죄와 외환죄, 반란죄에 해댕되는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정원이 종교기관에 전화를 하고, 직접 찿아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시민들의 건전한 비판까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국정원 직무를 벗어날 수뿐만 아니라 국정원 원훈과도 맞지 않다. 지난 2008년 9월 새로 만든 국정원 원훈은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다. 국정원은 원훈 의미를 '자유와 진리'는 정보기관이 지켜야할 가치와 지향해야 할 목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무명의 헌신'은 정보활동의 원칙과 방향, 정보요원의 사명감과 행동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와 진리를 국정원이 지켜야 할 가치와 목표라고 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자유와 진리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다. 자유와 진리에는 진알시가 개최하려했던 행사 내용도 포함된다. KBS가 공영방송으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수신료 거부행사를 하려고 했다. 민주사회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행사였다.

29일 <법보신문>은 조계사의 한 관계자가 "1월 28일 오전에 국정원 직원이 직접 조계사를 찾아왔으며 조계사 고위 층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총무원장 스님이 방북하는 시기에 조계사에서 반MB 집회를 하면 되겠냐'며 행사 장소 제공에 대해 부정적인 어조를 강하게 비췄다"고 보도했다.

민주주의 사회는 정부 비판 집회를 할 수 있다. 정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민주사회는 독재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를 반MB집회라고 압력을 행사는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원훈으로 자유와 진리를 향한다고 해놓고 최고권력자를 향한 국정원이 된다면 원훈과는 동떨어진 국정원이 되는 것이다.

무명의 헌신은 정보활동의 원칙과 방향, 정보요원의 사명감과 행동 원칙을 위함이라고 했다. 이는 오로지 국가를 위해 자신을 바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번 압력행사는 나라를 위한 이름없는 헌신이 아니다. '반MB집회'라는 표현은 누구를 위해 헌신하는 것인지 말해주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인사말에서  "국민을 섬기는 정보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을 섬기는 정보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했다면 국민을 섬겨야지 누구를 섬기고 있는가. 국민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행사를 하려고 하면 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정원이 할 일이다.

국민을 섬기기는 정보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약속했으면 국민을 섬기는 국정원이 되고,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원훈다운 국정원이 되어야지 권력을 위한국정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정원#진알시#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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