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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의 학살이 벌어진, 국회의원이건 자치단체장이건 한나라당 후보는 '뭐하러 나왔나' 싶은 광주에서, 그것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로부터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감사패를 받았다.

 

18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의원은 지난 23일 광주 5·18기념회관에서 열린 5·18 민주유공자단체 통합및 30주년 특별기획사업 설명회에서 5·18 유족회·부상자회·구속자회 등 '5월 단체'가 공동으로 주는 감사패를 받았다.

 

지난 연말 2010년도 예산 정국 속에서  5·18 30주년 기념사업에 관한 예산을 잘지켜냈다는 게 이들 단체들이 이정현 의원에게 감사패를 준 이유다.

 

지난 26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이 묘사한 '5·18 예산지키기'는 험난했다. '5월 단체', 5·18 기념재단, 광주시 등이 신청한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에서 대폭 삭감되기 일쑤였고, 정부의 1차 예산심의에서는 전액 삭감당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각 부처 담당자와 실·국장뿐 아니라 장관에게 예산 확보를 호소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해 정부에서 삭감한 예산을 다시 살려낸 얘기를 하면서 이달곤 행안부 장관, 같은 당의 김성식, 나성린 의원에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전남 곡성군이 고향인 이 의원은 1995년 광주 시의원에 출마해 1.2%, 2004년 총선에선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0.7%라는 표를 얻었지만, "다음 총선에서도 99.9% 광주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며 "지금은 5·18단체까지도 한나라당 의원에게 마음을 열어줄 정도다, 한나라당이 언제 호남이 감동할 정도로 한 바 있느냐"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친이-친박 간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으로 언론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기자가 묻지도 않았는데도 박 전 대표의 '호남사랑' 얘길 빼놓지 않았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

 

"계수소위 앞 뻗치기로 예산 살리기, 김성식·나성린 의원에 감사"

 

- 어쩌다가 한나라당 의원이 5·18 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게됐나.

"감사패를 준다기에 깜짝 놀랐고 처음엔 사양했다. 나같은 경우는 관련 예산 확보에 아주 기본적인 도리를 했을 뿐이어서 천부당만부당하다고 거절했는데, 5·18단체에서 주신 영광스러운 기회여서 아주 의미있게 받아들었다."

 

- 놀랄만도 하겠다.

"광주에서, 그것도 5·18단체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마음의 문을 먼저 열었다는 것 그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 상을 주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대체 어떻게 했기에... 광주에 불러서 감사패까지 줄만큼 열심히 했던 건가.

"내가 한 일은 5·18 30주년을 맞아 5·18 기념재단에서 추진하는 기념행사와  광주시의 30주년 기념행사, 5·18 유관단체에서 추진하는 뮤지컬 전국 순회공연 등 주요행사 예산이 정부부처 심의에서 삭감됐는데 그걸 다시 살린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일회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단체·행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던 예산들을 살려냈다.

 

행안부 소관 예산의 경우 담당자부터 시작해 과장·국장들과 통화하고 장관과도 면담하면서 살려내려고 노력했다. 이달곤 행안부 장관 같은 경우 아주 흔쾌히 협조해줘서 예산의 일부가 반영됐다.

 

그렇게 해서 국회로 넘어간 것을 한나라당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에게 최종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뻗치기'(취재 속어로 회의장이나 사무실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까지 하면서 의원들에게 호소했고 특히 김성식 의원과 나성린 의원이 아주 적극적으로 내 뜻을 수용해줘  5·18 기념행사 예산들이 상당부분 당초 요구대로 복원되게 됐다. 광주시청 선양과에서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작성한 것도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

 

"호남에 세계대회 유치해 광주의 민주·인권·평화 정신 알린다" 

 

- 5·18 기념행사 예산 말고도 호남 예산 챙기기에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국회에 들어와서 호남과 관련해 나름 한 일이라고 하면 여수 엑스포,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F1 자동차 경주대회, 순천 정원박람회 등 호남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와 관련된 지원법이나 예산 통과에 힘쓴 일인데,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한민국 남단의 도시에 세계대회를 유치하면 세계적으로 그 도시들의 특징들이 알려지게 되는데, 그렇게해서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다. 민주·인권·평화와 같은 세계적이고도 보편적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형연할 수 없는 지역민의 희생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민주화를 앞당긴 성공적인 시민혁명이었다는 것이 세계대회를 통해 훨씬 쉽게 알려질 수 있는 것이다.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들에서 온 손님들은 광주의 시민혁명에 대해 알게되고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 나라에서 온 손님들은 시민혁명의 성공과 현재의 안정된 상황을 본으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에서 호남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한나라당 의원 전원을 데리고 구례에서 2박3일 연찬회를 했고, 의원 전원이 5·18 묘역을 참배했던 순간, 아주 가슴 뭉클했다. 당시 당내 이견들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그렇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특이한 변화도 있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이 지역구인 이인기 의원이  5·18 묘역에서 한 어린아이의 영정사진을 보고선 '만약 내 자식이 저렇게 있다고 하면 내가 맨정신으로 걸어다닐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 지역구 주민들도  5·18 묘역을 참배시키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실제로 지역구 주민들을 버스 5대에 태우고와서 그 말을 지켰다. 서로 가보고, 만나보면 영·호남이 서로 이해하게 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호남에 감동 준 적 있나?"

 

- 비례대표를 한 했으니 다음엔 지역구에 출마해야할 데, 호남지역에 다시 출마하면 당선이 여전히 어려운 것 아닌가. 미리부터 출마 준비를 열심히 해야할 것 같은데.

"지역구 관리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호남 지역에서 내 지역구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어느 한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미리 마음을 먹으면 호남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 한나라당 내에서 호남지역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통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 지역구에 매몰되면 지금은 한나라당 내에 호남을 대변해 실질적으로 일을 해낼 사람이 없다. 그러나 다음 총선에서 99.9% 광주에 출마할 것이다."

 

- 나머지 0.1%의 가능성은 뭔가.

"아무리 장담해도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는 거니까…."

 

- 다음 총선에서 광주에 출마해 당선 가능성이 정말 있는 건가?

"나는 큰 액수의 후원금은 별로 없지만 호남지역에서 보내주시는 10만 원 이하의 후원금이 참 많다. 호남에서 많이들 격려를 해주신다.

 

한나라당의 '호남에선 후보도 못낸다, 호남에 나가면 절대 안된다'는 인식은 지역정서에도 원인이 있지만 한나라당이 지레 포기한 점도 있다. 한나라당은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한다. 지금은 5·18단체까지도 한나라당 의원에게 마음을 열어줄 정도다. 한나라당의 잘못이 더 크다. 언제 한나라당이 호남이 감동할 정도로 한 바 있는가."


#이정현#친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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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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