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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더욱 지배적이었다

 

.. 오랜 세월 동안 후자의 목소리가 더욱 지배적이었다 ..  <오드리 설킬드/허진 옮김-레니 리펜슈탈 : 금지된 열정>(마티,2006) 12쪽

 

 "오랜 세월(歲月) 동안"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오랫동안'이나 '오래도록'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후자(後者)의 목소리"는 "뒤쪽 목소리"로 다듬어 줍니다.

 

 ┌ 지배적(支配的)

 │  (1) 어떤 사람이나 집단, 조직, 사물 등을 자기의 의사대로 복종하게 하여

 │      다스리는

 │   - 지배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 /

 │     회장으로 있는 동안 그는 지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  (2) 매우 우세하거나 주도적인

 │   - 모임의 지배적 성향은 구성원들에게서 나온다 /

 │     국민 정신생활을 지배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

 ├ 지배(支配)

 │  (1) 어떤 사람이나 집단, 조직, 사물 등을 자기의 의사대로 복종하게 하여

 │      다스림

 │   - 지배 계층 / 지배를 당하다 / 지배 세력에 대항하다

 │  (2) 외부의 요인이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침

 │   -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

 ├ 이 목소리가 더욱 지배적이었다

 │→ 이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

 │→ 이 목소리가 더욱 컸다

 │→ 이 목소리가 더욱 거셌다

 │→ 이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았다

 └ …

 

 한자말 '지배하다'는 '다스리다'를 뜻합니다. 아니, 곰곰이 헤아려 보면, 우리가 예부터 누구나 '다스리다'라고 일컬어 온 말마디를 한자로 옮겨적으면 '支配'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지난날 우리들한테는 우리 말이 있었어도 우리 글이 없었기 때문에 입으로는 '다스리다'라 읊어도 글로는 '支配'를 적었습니다. 여느 사람들이야 굳이 글을 쓸 까닭이 없었습니다만, 여느 사람을 다스린다는 사람들은 우리 글이 없던 때에는 없는 대로 우리 말을 멀리했고, 우리 글이 있던 때에는 있는 대로 우리 글을 꺼리면서 으레 '지배'와 '支配'만을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이 흐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다스리는 사람들"이나 "다스려지다"를 "지배 계층"과 "지배를 당하다"라고만 적었지만, 이제는 '지배 + 적' 같은 말투까지 새로 끌어들입니다. 우리 깜냥껏 우리 말결을 보듬지 못하고, 우리 슬기로 우리 말마디를 가꾸지 않으며, 우리 손으로 우리 말밭을 일굴 뜻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말과 글로 우리 생각과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가운데 한자와 알파벳한테 우리 넋과 얼이 짓눌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지배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 → 다스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 회장으로 있는 동안 그는 지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 회장으로 있는 동안 그는 시키기만 했을 뿐이었다

 │→ 회장으로 있는 동안 그는 다스리기만 했을 뿐이었다

 │→ 회장으로 있는 동안 그는 사람들을 억눌렀다

 ├ 모임의 지배적 성향은

 │→ 모임을 다스리는 흐름은 / 모임을 이루는 흐름은 / 모임을 이끄는 힘은

 ├ 국민 정신생활을 지배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 사람들 마음을 붙잡아 이끌어 나가는

 │→ 사람들 마음을 움켜쥐고 이끌어 나가는

 └ …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우리 나름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모습을 이어나가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우리 줏대를 잃거나 버리면서 우리 글과 얼과 터전을 못 아끼는 매무새대로 지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고, 하루를 보내도 사랑스럽게 보내며, 하루를 맞이해도 살갑게 맞이할 수 있는 몸가짐이란 바랄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말을 말답게 건사하고, 글을 글답게 간직하며, 이야기를 이야기답게 돌볼 줄 아는 깜냥은 우리한테 너무 벅찬 노릇인지 궁금합니다.

 

 ┌ 오랫동안 모두들 이런 목소리를 냈다

 ├ 오랫동안 모두 이런 목소리였다

 ├ 오래도록 한결같이 이렇게 말해 왔다

 ├ 오래도록 누구나 이처럼 이야기했다

 └ …

 

 좀더 따뜻하게 서로를 감쌀 수 있는 우리들이기를 꿈꿉니다. 좀더 따뜻하게 서로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우리들이기를 꿈꿉니다. 좀더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말마디를 사랑스레 펼칠 수 있는 우리들이기를 꿈꿉니다.

 

 사람 위에 사람이 있지 않고 사람 밑에 사람이 있지 않는 우리 터전이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고 사람된 이로서 뭇 목숨을 함께 껴안을 수 있는 우리 삶터이기를 바랍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랑이 온누리에 골고루 퍼지며 이 느낌 그대로 우리 말밭과 글밭이 넉넉하고 푸지게 북돋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ㄴ. 절망이 지배적이다

 

.. 희망을 노래하는 시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절망이 지배적이다 ..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권민정 옮김-카불의 책장수>(아름드리미디어,2005) 61쪽

 

 우리는 '희망(希望)'과 함께 '절망(絶望)'을 이야기합니다. 무언가를 바라거나 꿈을 꾼다 할 때에는 '희망'이라 하고, 무언가를 바랄 수 없거나 꿈꿀 수 없다 할 때에는 '절망'이라 합니다.

 

 이 낱말들을 쓰는 일은 잘못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알맞게 잘 살려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보기글에서는 '기쁨'과 '슬픔'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웃음'과 '눈물'을 떠올려도 잘 어울립니다. '밝음'과 '어두움'을 떠올려도 됩니다. '빛'과 '그림자'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리하여 이 보기글은 통째로 손질해서 아주 새롭게 고쳐써도 됩니다. "기쁨을 노래하는 시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슬픔만 노래할 뿐이다."처럼. "웃음을 노래하는 시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눈물만 가득할 뿐이다."처럼. 또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괴로움만 털어놓을 뿐이다."처럼.

 

 ┌ 절망이 지배적이다

 │

 │→ 절망이 흘러넘친다

 │→ 절망만이 가득하다

 │→ 절망만 보일 뿐이다

 └ …

 

 우리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우리가 꿈을 꾸기 나름입니다. 우리가 두 손 모아 곱게 빌기 나름입니다.

 

 한자말 '희망'과 '절망'을 살려쓰면서 "절망이 넘칠 뿐이다"라든지 "절망이 떠돌 뿐이다"라든지 "절망에 젖어 있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한자말 '희망'이든 '절망'이든 털어내면서 "아픔만 있을 뿐이다"라든지 "괴로워 울부짖을 뿐이다"라든지 "슬퍼 우짖을 뿐이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적든 우리 몫입니다. 어느 쪽으로 나아가든 우리 깜냥입니다. 어느 쪽으로 삶을 가닥 잡든 우리 길입니다.

 

 우리 말은 우리가 가꾸지만, 우리가 내팽개칩니다. 우리 글은 우리가 돌보지만, 우리가 내버립니다. 우리 말은 우리가 키우지만, 우리가 내동댕이칩니다. 우리 글은 우리가 북돋우지만, 우리가 내찹니다.

 

 

ㄷ. 지배적인 힘

 

.. 이 사회에는 두 가지 힘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배적인 힘은 망각하는 능력인 것 같다 ..  <데이비드 스즈키,오이와 게이보/이한중 옮김-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나무와숲,2004) 53쪽

 

 "충돌(衝突)하고 있는 것 같은데"는 "부딪히고 있는 듯한데"나 "맞서고 있는 듯 보이는데"로 다듬고, '망각(忘却)하는'은 '잊는'으로 다듬으며, "능력(能力)인 것 같다"는 "힘인 듯하다"나 "재주로 보인다"로 다듬어 줍니다.

 

 ┌ 지배적인 힘은

 │

 │→ 더 큰 힘은

 │→ 더 센 힘은

 │→ 더 덩치 큰 힘은

 │→ 덩치가 더 큰 힘은

 └ …

 

 불꽃을 튀기듯이 서로 맞서는 두 힘이라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누른다거나 이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서로서로 어슷비슷하거나 닮거나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이때에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크거나 세거나 단단하거나 튼튼하지 않습니다. 서로 고만고만합니다. 서로 매한가지입니다.

 

 이러다가 어느 한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진다면, 어느 한쪽이 좀더 커졌다는 소리입니다. 어느 한쪽이 조금 더 세지거나 어느 한쪽 덩치가 조금 부풀었다는 소리입니다.

 

 아무래도 이 세상은 힘이 더 센 쪽이 힘이 더 여린 쪽을 다스린다고 할 텐데, '다스림'이라는 테두리로 바라보면서 "지배적인 힘"처럼 적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말 그대로 "힘이 더 센"이라 하거나 "덩치가 더 큰"이라 가리켜 주면 됩니다. 꾸밈없이 말을 하고 수수하게 글을 쓰면 됩니다. 괜스레 부풀리기보다는 조촐하게 다독여 줄 때가 한결 알맞고 아름답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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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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