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국민참여당 측에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지를 잇겠다는 국민참여당이 일요일인 지난 17일, 서울 장충 체육관에서 창당 대회를 열었지만 민주당 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5일 오전에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참여당이 창당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힘을 나눌 때가 아니라 힘을 합칠 때라는 것이 민주개혁진영의 일관된 목소리"라며 "뭉쳐도 힘이 부족한데 나누면 제대로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한층 더 노골적인 비판을 가했다. 송 최고위원은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파당을 만들어서 포장마차처럼 만들었다 깨고 맘에 안 들면 비판하고 뛰쳐나가는 이런 낡은 정치행태는 노무현 정신과도 맞지 않다"며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민주당 측 주장도 일리가 있다. 정 대표나 송 최고위원 말대로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한나라당 독주를 견제 하려면 한 곳으로 똘똘 뭉쳐도 될까 말까 하다는 목소리가 진보진영 측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불편해 하는 이유는 단순히 힘이 분열돼서 만은 아닌 듯하다. 아마 민주당 중심으로 힘이 모이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국민참여당 창당으로 그 기대가 깨졌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이렇다 할 변수가 없는 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세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진보진영 힘이 자연스럽게 민주당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민주당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힘이 모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민주당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될까 말까한 상황이 온 것이다. 그것은 진보진영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민주당은 국민 참여당 을 백안시 하지만 진보진영은 국민 참여당 창당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또 공공연하게 연대를 제안 했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장충 체육관에 참석해서 축사를 통해 연대를 제안했다.

강 대표는 "많은 설움과 한숨, 절망과 분노를 갈고 닦아 국민참여당 창당을 이루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진보진영의 대통합으로 반MB전선을 굳건히 하고 국민들과 시대적인 요구를 6·2 지방선거에서부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실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진심으로 축하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국민참여당의 창당으로 당겨지고 있다"며 "2010년 6월부터 정권교체를 함께 이뤄내자"고 제안했다.

강 대표와 노 대표 제안에 국민참여당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참석했던 당원과 지지자 3천명은 강 대표와 노 대표가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올라서자 마치 자기당 대표라도 되는 듯 "강기갑! 강기갑!", "노회찬! 노회찬!" 이라며 크게 연호했고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진영 분위기가 민주당을 왕따 시키고 가자는 분위기는 아니다. 진보진영도 진보 대 연합을 이뤄 반 MB 전선을 이루기를 고대 하고 있다. 또 6.2 지방 선거를 승리해서 한나라당 독주를 막아내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주당을 왕따 시키고 나머지만 뭉쳐서 이를 이룬다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인가? 민주당이 지금처럼 쓴 소리만 뱉는 것은 해답은 아닌 듯하다. 그 해답은 이종태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이종태 전 원장은 현재 유력한 안양시장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이종태 전 원장은 국민 참여당 안양시 위원회가 주권 당 대회를 열고 6.2 지방 선거 준비에 들어 갈 것을 선언 하는 자리에서 "시냇물이 흘러 큰물에서 만나듯이 지금 나와 정당은 다르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축사를 대신했다.

그렇다. 다시 만나야 한다. 그러려면 적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민주당이 나서서 국민 참여당을 끌어안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연대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민노당과 진보신당 하고도 함께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민주당 행보는 연대의 길이 아니었다. 지난 국회의원 보궐선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국민들은 진보 대 연합을 간절히 원했지만 어느 곳 하나 진보 대 연합을 이룬 곳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은 그게 왜 민주당 탓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맞다. 몽땅 민주당 탓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이 가장 큰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장 큰 책임도 민주당이 질 수밖에 없다.

버려야 한다. 민주당은 앞으로 많은 것을 버리고 서로 나누어야 한다. 특히 지난 국회의원 보궐선거처럼 연대하지 않아도 당선 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또 민주당을 중심으로 힘이 모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민주당이 적극 참여해서 힘을 모을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많이 버릴수록 진보 대 연합은 빨리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