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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이종혁 의원(부산 부산진을)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15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 세종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충분히 피력했고 역사적 책무는 다한 셈"이라며 "당내 화합과 분열 방지를 위해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 대통령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이명박 정권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후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정책적 결정으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당내 소통을 무너뜨려서 이명박 정부도 성공하지 못하고 정권 재창출도 실패하게 된다면 역사적 죄를 어떻게 씻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가정책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지만, 그것이 역사 발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정책 운영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야 한다"고 사실상 대통령의 양보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 방식에도 큰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백번 양보해서 세종시를 수정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더 좋다고 해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전쟁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동아대 법대 재학 시절 민주화선거혁명추진 운동을 하던 중 학교 선배인 서석재 전 의원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12대 국회 때부터 10여 년간 서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고 18대 총선에서 당선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말 서 전 의원의 장례식에서 빈소를 지키며 사실상 상주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종혁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쟁하듯이 밀어붙이는 게 국민통합에 맞나"

 

- 세종시 수정안이 지난 11일 발표됐다. 수정안이 나오기 전에 '10년 앞을 보면 세종시가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50년, 100년을 보면 효율적이다'라고 했는데 이번 정부 수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수정안을 보면 십년대계는 될 수 있어도 백년대계는 못 된다. 세종시와 같은 중차대한 국가정책을 번복하려고 했을 때는 그에 합당한 내용과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수정안은 원안에 있던 자족기능에 덧칠한 수준에 불과하다. 명칭이나 내용만 조금 바꿨을 뿐이지 새로운 게 없다. 원안에도 정부부처 이전뿐만 아니라 첨단지식산업 유치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볼 때 수도권 과밀화, 지방의 상대적 위축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구조를 가지고 경제성장 드라이브를 걸어봤는데 소득수준은 2만 달러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 세종시 원안은 국토 균형 발전의 시금석이다. 초기의 시행착오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종시 원안은 30년 후, 50년 후, 100년 후를 보면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출발이 될 수 있다."

 

- 한나라당 내에서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는 쪽도 행정부처를 이전할 경우 비효율이 생긴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정부도 행정 비효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는데.

"긴 호흡으로 보지 않은 단견이다. 행정부처가 쪼개지니까 대통령이 회의를 소집하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고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왔다 갔다 해야 하니 얼마나 비효율적이냐고 하는 것은 짧은 시각으로 국가대계를 논의하는 것이다. 9부2처2청의 이동은 새로운 창조경제시대, 지식경제시대, 과학기술시대를 책임져야 할 부처들만 세종시에 모아서 주변 산업들과 상생발전을 이루자는 것이다. 외교, 안보, 국방 관련 부처들은 서울에 남는다. 비효율이 크게 발생할 여지가 없다. 또 앞으로 기술발전으로 시속 700km의 자기부상열차가 전 국토에 깔리면 세종시와 청와대는 30분 거리가 된다.

 

그리고 공무원들의 왕래가 그렇게 문제라면 제도개선을 하면 된다. 이미 내가 속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도 회의장에 장·차관이나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실·국장만 국회에 나오라고 한다. 뭐하러 수십, 수백명의 공무원들이 장·차관 따라서 국회에 오나. 이런 전근대적인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 정부는 현재 세종시 여론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정안을 만들 때 여당과 협의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정부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원안론자와 수정론자 사이에 치열한 토론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절충할 수 있었어야 하는데 무조건 원안은 안 된다, 무조건 수정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마치 전쟁하듯이 밀어붙이는 게 국민통합이나 정책결정 절차에 맞는지 의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세종시를 수정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더 좋다고 해도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전쟁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세종시를 수정하겠다고 한 뒤부터 '당에서도 수정안 내용을 알아야 찬반을 하지'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정부가 수정안을 정책으로 구체화할 때까지 당내 어떤 토론도 없었다. 이게 민주적 절차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현명한 것이었나에 큰 회의를 갖고 있다."

 

- 앞으로 여론의 향배가 세종시 원안이냐 수정안이냐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텐데 어떻게 전망하나.

"현재 세종시 수정안의 장점이 언론을 통해 홍보되고 있다. 정부도 마치 수정안이 원안보다 경제적 이익이 더 큰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반면 원안을 고수하자는 이유로는 정치적 신뢰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원안이 수정안보다 충청지역 발전과 국가 전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충분히 설명이 된다면 수도권과 다른 지역들에서도 수정안 반대 여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 화합 위해 이 대통령도 고심하고 있을 것"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과의 신뢰'를 강조하면서 세종시 수정 반대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향후 여당 내 논의 과정에서 절충안이 나올 수도 있고 정부의 수정안이 아예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평생을 '효율성'으로 삶을 개척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세종시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전략이라는 것은 단기적 전략과 장기적 전략이 있다. 당장의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는 정책이 있는가 하면 30년을 보고 손익을 계산하는 정책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세종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충분히 피력했다. 역사적 책무는 다한 셈이다. 당내 화합과 분열의 방지를 위해 이 문제를 어떻게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대통령도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뜻인가.

"나는 한나라당의 의원으로서 이명박 정권이 성공해야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권 재창출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권세력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런데 세종시 수정이라는 정책적 결정으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당내의 소통을 무너뜨려서 당 스스로 체력이 떨어지면 이명박 정부도 성공하지 못하고 정권 재창출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그럼 역사적 죄를 어떻게 씻을 것인가. 

 

대통령은 국가정책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가치가 다른 가치와 부딪칠 때 그것이 역사 발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정책 운영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야 한다."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 박근혜 전 대표가 '제왕적'이라는 친이계의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근혜 전 대표가 언제 제왕적이었나. 한나라당과 대통령이 수십 차례 약속을 하고 이미 전체의 20%가 진행된 세종시 사업을 순식간에 뒤집는 행위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떤 행정 비효율보다 더 큰 재앙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신뢰와 원칙만 가지고 벽같이 서 있는 지도자가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당이나 국가와 관련해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항상 양보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답답할 정도다. 당내 일부 의원들이 그런 박 전 대표에게 제왕적이라고 한 것은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다. 안타깝다. 앞으로 이런 인신공격이나 감정 싸움을 지양했으면 좋겠다."

 

-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거나 세종시 수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다고 보나?

"박 전 대표의 판단은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상생발전과 균형발전의 가치에 대한 확신, 수도권 과밀화와 비대화는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시 수정안#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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