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미 바이크 여행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는 강철호씨가 아이들을 태우고 고동산 입구로 향하고 있다
 이미 바이크 여행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는 강철호씨가 아이들을 태우고 고동산 입구로 향하고 있다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어떤 일이든지 자기 자신이 가장 먼저 생각한 듯 하지만 세상을 돌아보면 그 누군가는 이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더 나아가 실천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가 최근 연재 주제로 잡은 바이크 올레꾼도 신선한 신조어라 여겼지만 이미 과거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

순천시 낙안초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강철호씨, 바이크 경력이 20여년에 가깝고 만져 본 바이크 종류만 해도 10여종이 넘는다. 처음 바이크와 인연을 맺을 때는 여느 사람들처럼 그도 '스피드'가 바이크를 타는 주된 이유였지만 요즘은 그저 시골길, 정확히 말하면 옛길 따라가는 재미에 빠져있다고 한다.

"오토바이(바이크) 타면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오토바이(바이크)를 타고 있지만 바이크족의 행태가 눈에 거슬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듯 그들도 그 다양함속의 한 그룹이니까요."

강철호씨가 바이크 올레길(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원래길')을 돌아보기 구입해 손을 본 삼륜바이크
 강철호씨가 바이크 올레길(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원래길')을 돌아보기 구입해 손을 본 삼륜바이크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강씨는 애써 그들을 두둔했다. 하지만 이해해달라고 말한 부분은 어찌 보면 강씨 자신을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스피드를 즐기는 대다수 바이크족 속에서 우리 조상들이 마차 타고 다녔을 법한 길들만 찾아다니는 그 속의 또 다른 별종(?)으로 다양함속에서 또 다양함이라는 범주에 속해있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필자가 '바이크 올레꾼'이라는 제목으로 시도해 보려고 했던 것을 그는 이미 조용히 실천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런 길을 보다 쉽게 다닐 수 있도록 그가 손수 손을 본 삼륜바이크는 '나는 바이크 올레꾼입니다'라고 크게 외치는 듯 했다.

지난 15일, 강씨는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709미터의 고동산에 오르자고 제안했다. 최근 국유임도가 완성돼 한번쯤 가 볼만한 코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바이크로 오르려던 고동산에 눈이 라는 복병이 가로막았다. 아이들은 신나는 듯 썰매를 탔고 걸어서 고동산으로 향했다
 바이크로 오르려던 고동산에 눈이 라는 복병이 가로막았다. 아이들은 신나는 듯 썰매를 탔고 걸어서 고동산으로 향했다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아침 10시, 아이들까지 데리고 고동산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미 녹았을 것으로 기대했던 눈이 응달진 곳에서 버티고 서서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만 것이다. 몇 차례 시도를 해 봤지만 바이크는 한없이 힘겹게 보였다. 길 안내하겠다고 나선 강 씨는 멋쩍은 듯 한참을 고민했고 속 모르는 아이들은 오히려 잘 됐다는 듯 신나게 미끄럼타기에 빠져있었다.

"정상까지 걸어갑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말을 던지고 각자 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단거리 코스인 목촌, 수정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 10여분 만에 도착한 수정마을쪽 등산길은 임도와는 다르게 가파른 코스였다.

바이크를 입구에 세워두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등산길에 올랐다. 임도를 따라 바이크를 타고 고동산에 오를 계획을 세웠던 것이 졸지에 밋밋한(?) 등산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오르고 내리는 사이에 필자는 강씨와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고동산 정산에서 단체사진 (사진에서 우측이 강철호씨)
 고동산 정산에서 단체사진 (사진에서 우측이 강철호씨)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강씨는 필자에게 "바이크 올레꾼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한 뒤 "연재가 성공하길 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여행문화이긴 하지만 극히 일부 소수자의 일일수도 있고 기존 바이크 문화를 인위적으로 바꿔나가는 일이기에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크가 여행에서 자전거처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는 장점과 자동차처럼 빠르게 운행할 수 있는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유독 눈총을 주는 것은 "바이크에 대해 자전거는 시샘하고 자동차는 무시하기 때문이다"고 농담을 했다.

그런데 사회 현상에 빗대 생각해 본다면 강 씨의 말은 뼈있는 농담이다. 기존 영역을 확보한 자전거와 같은 세력은 자신보다 많은 장점과 월등한 능력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나타나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밀어내고 이미 사회를 점유하고 있는 자동차와 같은 세력은 그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세력은 반드시 제거한다는...그런 비유.

고동산은 최근 국유임도가 완료돼 아름다운 산악길이 됐다. 하지만 이전에 다소 무분별한 산악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인해 곳곳은 훼손돼 있다
 고동산은 최근 국유임도가 완료돼 아름다운 산악길이 됐다. 하지만 이전에 다소 무분별한 산악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인해 곳곳은 훼손돼 있다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아무튼 우리는 여러 가지 얘기들을 하면서 고동산에 오르고 앞으로의 계획들을 말하면서 고동산을 내려왔다. 특히, 강씨와 필자가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은 '길'이라는 정의인데 세상에 길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지만 사람들이 걸어 다니다 보니 그것이 샛길이 됐고 불편해서 넓힌 것이 길인데 우리는 그것까지를 길이라 정의하고 그것을 '원래길'이라고 말하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이 자연스럽게 낸 길, 그리고 불편해서 넓힌 길을 제외한 특별한 목적이 있어 새롭게 낸 고속도로나 신작로 같은 것을 우리는 길이라고 말하지 말자는 의견의 일치였다. 그래서 '바이크 올레꾼'은 원래길을 찾아 나선 사람으로 속칭 바이크 원래꾼'이라는 표현도 괜찮은 표현이라는데 의견의 일치였다.

즐거운 상상이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원래 길'을 찾아 나서고 그 길이 연결해 주는 마을을 돌아보는 일을 자전거는 시샘하고 자동차는 무시하는 바이크로 돌아다니는데 시샘하고 무시하는 냉대 속에서 집단에 껴주지 않아 다소 껄렁해진(?) 바이크 여행문화를 가라 앉혀줄 수도 있는 의미 있는 작업,

강철호씨가 아이들과 함께 고동산을 걸어서 내려오고 있다
 강철호씨가 아이들과 함께 고동산을 걸어서 내려오고 있다
ⓒ 서정일

관련사진보기


강씨는 헤어지며 '바이크 만지작거리고 시골길 돌아다니는 것'은 그저 취미라고 했다. 그것이 거창하게 여행문화를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켜야겠다는 그런 것도 아니고 특별히 뭔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도 적은 그저 내 좋아서 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미 그는 바이크 여행문화를 변화시키고 있었고 바이크 올레꾼이라는 칭호를 듣기에도 충분하다는 느낌이었다.

오늘 바이크로 가 보려던 해발 709미터의 순천 낙안면 고동산은 지난해 말 국유임도가 개설됐으며 자연지형물을 이용한 쉼터, 벤치 등 휴식공간은 물론 임도노면 가장자리 및 사면에 철쭉과 동백나무를 심어 이용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기존임도와 차별화를 뒀다. 이미 자전거를 비롯해 산악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정평이 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고동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