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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 일부 보석상점은 12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한 보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  《앨런 테인 더닝-소비사회의 극복》(따님,1997) 131쪽

 

 '일부(一部)'는 '몇몇'으로 손보고, "12세(十二歲) 이하(以河)의 어린이를 위(爲)한"은 "열두 살 아래 어린이한테만"이나 "열두 살 아래 어린이한테만 따로"로 손봅니다. '취급(取扱)하고'는 '다루고'나 '팔고'로 손질합니다.

 

 ┌ 어린이를 위한 보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

 │→ 어린이한테만 파는 보석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 어린이한테만 (따로) 파는 보석만 다루고 있다

 │→ 어린이한테만 보석을 팔고 있다

 │→ 어린이 보석을 팔고 있다

 └

 

 보기글을 보니, "어린이를 위한"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가 겹치기입니다. 왜냐하면, 보석을 팔며 "(누구)를 위한"이라 할 때에는 "(누가) 골라 사도록 전문으로 한다"는 소리이거든요. 그래서 "12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한 보석을 취급하고"라 적거나 "12세 이하의 어린이한테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가운데 하나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먼저 이렇게 어느 한쪽을 털어냅니다. 그 다음으로는, "12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대목을 손보거나 "전문적으로 취급하고"를 다듬습니다. 열두 살이 아직 안 된 어린이한테만 보석을 판다면, "어린이 보석을 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두 살이 아직 안 된 어린이한테만 파는 책을 놓고 '몇 살 밑 어쩌고저쩌고' 하는 꾸밈말이 없이 "어린이책을 판다"고만 하듯, "어린이 보석을 판다"고 하면 넉넉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열두 살이 아직 안 된 어린이가 입는 옷을 판다면 "어린이옷을 판다"고 이야기합니다.

 

 "전문적으로 취급하고"를 남겨 놓고 이 대목을 다듬는다면, '다른 물건은 안 팔고 열두 살이 아직 안 된 어린이들만 사서 즐길 수 있는 보석만 다룬다'고 하니까, "어린이 보석을 따로 다루고"라든지 "어린이 보석만을 따로 판다"로 다듬어 줄 수 있습니다.

 

ㄴ. 전문적인 경력

 

.. 나이도 많고, 전문적인 경력도 없고, 학력은 낮은데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  《부서진 미래》(삶이보이는창,2006) 18쪽

 

 사회가 조금씩 발돋움하고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면, 우리가 쓰는 말 또한 조금씩 발돋움하거나 나아집니다. 그렇지만 사회가 뒷걸음을 치거나 평등과 자유가 사라지면 말 또한 뒷걸음을 치거나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집니다. 예전 같으면 '고령(高齡)'이나 '저학력(低學歷)'이라 썼을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나이도 많고'와 '학력은 낮은데'라 쓰곤 합니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이렇게 쓰지는 않으나, 이런 말씀씀이가 조금씩 늘어나니 반갑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나라는 아닙니다만, 어설프거나 어줍잖더라도 차츰차츰 자유와 민주가 퍼지고 있는 터라, 우리 말글에서도 자유와 민주가 살짝살짝 스미고 있습니다.

 

 다만, "가정(家庭)을 책임(責任)져야"는 "집안을 돌봐야"나 "집안살림을 꾸려야"로 다듬고, "학력은 낮은데"는 "배운 게 없는데"나 "배우지 못했는데"로 다듬어 줍니다.

 

 ┌ 전문적인 경력도 없고

 │

 │→ 전문 경력도 없고

 │→ 어떤 일을 딱히 해 본 적도 없고

 │→ 잘할 수 있는 일도 없고

 │→ 잘하는 일도 없고

 │→ 솜씨있게 하는 일도 없고

 │→ 일솜씨도 없고

 └ …

 

 어느 한 가지 일을 뚜렷하게 잘하는 사람을 '전문가'라 합니다. 전문가로서 오래도록 일한 발자국이 있다면 아마 "전문 경력"이 쌓였다고 할 테지요. 그런데, "전문적 경력"이라 할 때와 "전문 경력"이라 할 때는 어떻게 다를까요. '-적'을 붙인다고 뜻이나 느낌이 한결 살아날까요? '-적'을 붙이지 않으면 어느 한 곳에서 "오래 일했음"이나 "꾸준하고 솜씨있게 일했음"을 보여주기 어려운가요?

 

 저도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바라보는 눈은 "사진쟁이 눈"이나 "사진가 눈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은 "사진가의 시각"이나 "사진가적 시야"라는 말마디를 으레 읊곤 합니다. 이는 글을 쓰는 사람한테서도 다르지 않아 "작가의 눈"이라든지 "작가의 시각"이라든지 "작가적 시야"라든지 "작가적 시선"이라든지 …… 온통 '-적'이나 '-의'를 붙여서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저 꾸밈없이 이야기하려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예 부드럽고 살가이 생각을 나누려는 매무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한국땅에서 한국사람과 한국말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하루하루는 어쩐지 외톨이가 되는 하루하루라고 느낍니다.

 

ㄷ. 17∼18세의 여성을 전문적으로 속여

 

.. 또 다른 유괴 사건에 의하면, 범인은 조선 농촌에서 17∼18세의 여성을 전문적으로 속여 4년 간 약 250명을 중국 동북 지방과 화북 지방에 팔아넘겨 왔는데 ..  《요시미 요시아키/이규태 옮김-일본군 군대위안부》(소화,1998) 123쪽

 

 "유괴 사건에 의(依)하면"은 "유괴 사건을 보면"으로 다듬고, "17∼18세의 여성"은 "열일고여덟 살짜리 여성"으로 다듬습니다. "4년(四年) 간(間)"은 "네 해 동안"이나 "네 해에 걸쳐"로 손보고, '약(約)'은 '거의'나 '얼추'로 손봅니다. "중국 동북 지방(地方)과 화북 지방(地方)"은 "중국 동북과 화북"으로 고쳐 줍니다.

 

 ┌ 17∼18세의 여성을 전문적으로 속여

 │

 │→ 열일고여덟 살짜리 여성을 골라 속여

 │→ 으레 열일고여덟 살짜리 여성을 속여

 │→ 열일고여덟 살짜리 여성만 속여

 │→ 열일고여덟 살짜리 여성만 골라 속여

 └ …

 

 사람을 속이는 데에 전문가라고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을 잘 속이니 '속이는 전문가'라 할 수 있어요. 여러 사람들 가운데 어느 갈래 사람들을 잘 속인다고 한다면, '아무개 (들을) 골라서' 속인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 얄궂은 쪽에서 길을 트는 사람이 나오는지 슬픈 노릇이지만, 참말로 속이기 솜씨꾼이 퍽 늘어났습니다. 거짓말 재주꾼 또한 부쩍 생겨났습니다. 말장난 장사꾼이 꽤 퍼졌습니다.

 

 꾸밈없는 마음동무를 만나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스스럼없는 마을이웃을 사귀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낌없는 사랑이와 오순도순 살아가는 가시버시는 그예 자취를 감추는가요.

 

 어쩌면, 우리 스스로 꾸밈없는 마음동무가 되고자 하지 않는달 수 있습니다. 우리부터 스스럼없는 마을이웃이 아니 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야말로 아낌없는 사랑이답게 살아가길 꺼린다 할 수 있습니다.

 

 참되게 살 길이 아니라 거짓되어도 배불리 놀고먹는 길을 찾으면서 내 마음과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셈입니다. 아름다이 살 길이 아니라 짓궂어도 주머니 두둑한 길을 바라면서 내 생각과 터전을 끊임없이 무너뜨리는 노릇입니다.

 

 ┌ 전문적 기술 (x)

 └ 한길 파기 / 한우물 파기 / 솜씨 / 재주

 

 삶이 있어야 생각이 있고, 생각이 있어야 말이 있습니다. 삶터가 있어야 넋이 있고, 넋이 있어야 글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한테는 삶이며 삶터며 송두리째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나와 내 이웃과 내 터전을 고루 사랑하고 아끼는 한길과 한우물 파기가 아닌, 내 밥그릇을 채우기만 하는 '전문적' 기술로만 치닫습니다. 나와 내 동무와 우리 자연을 두루 믿고 돌보는 따순 솜씨와 재주가 아닌, 내 이름값을 높이기만 하는 '전문적' 지식으로만 내닫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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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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