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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소리 나는 스코리아 길 위에 눈이 내렸다. 제주 바람이 매서웠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탐방출입증을 가슴에 달고 문화해설사와 함께 도착한 곳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거문오름 트레킹 코스 태극길을 걸었다.

 

장수의 비결... 바로 이곳

 

숲이 우거진 분화구는 어두컴컴했다. 100m 정도 걸었을까, 용암협곡 앞에 섰다. 엄동설한인데도 갈라진 용암협곡 땅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마치 가습기에서 흘러나는 김 같았다.

 

"오늘, 거문오름 분화구를 탐방하신 탐방객들께서는 5년은 더 장수할 것입니다."

 

거문오름 김상수 문화해설사(선흘2리 리장)의 말이었다. '5년은 더 장수한다'는 말에 20여 명의 탐방객들은 문화해설사의 말에 집중했다. 김상수 문화해설사는 '화산활동으로 빚어진 거문오름 분화구에 왔으니 좋은 공기를 흠뻑 마시고 돌아가라'고 몇 번을 당부한다.

 

화산활동으로 환경변화 식생의 특별함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트레킹 코스는 8km, 거문오름 트레킹을 하다보면 두 번 놀란다. 그 하나는 거대한 분화구다. 거미줄처럼 얽힌 분화구 산책로는 대부분이 테크시설로 돼 있다.  특히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같은 식물인데도 서로 다른 환경 변화로 식물마다 그 생김새가 다르다. 즉, 식나무의 경우, 빨간 열매를 맺은 식나무가 있는가 하면 이제여 꽃 봉우리를 맺고 있는 식나무도 있다.

 

거문오름 주변은 곶자왈과  삼나무림과 낙엽할엽수림,관목림과 초지,상록활엽수림으로 사계절 푸른 숲을 이룬다. 거문오름 진수는 바로 용암협곡 때문이다. 거문오름 분화구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용암협곡은 폭이 80-150m, 깊이가 15-30m, 길이가 무려 2km로 상록식물이 우세하게 자라 한겨울에도 푸르고 울창한 숲을 제공해 주는 보물이다.

 

 

분화구 속 제주의 아픔과 비극 면면히 흘러 

 

더욱 놀라운 것은 거문오름 분화구 속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속에 담긴 아픔과 비극이 면면히 흐른다. 거문오름 분화구를 걷다보면 일제강점기와 제주 4,3사건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특히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등 군사시설은 오늘까지 오름의 생명력을 앗아가고 있다. 또한 4.3 당시 도피처로 이용됐던 흔적은 물론 깊고 넓은 분화구 속에는 숯을 굽고 화전을 일구던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다.

 

화전민들의 삶의 터

 

분화구 트래킹코스 시간은 2시간 정도, 용암협곡→알오름 전망대→동굴진지→숯가마터→풍혈→화산탄→병참도로→수직굴이다. 특히 알오름 전망대에 서면 거문오름 능선이 사방을 똘러싸고 있어 어머니 품속처럼 따뜻하다.

 

숯가마터와 풍혈, 화산탄의 흔적을 여실히 볼수 있는 곳이 바로 분화구 트레킹 코스다. 숲속에 남아 있는 돌담으로 봐서 예전에 이곳에 화전민들의 삶의 터였음을 일수 있었다.

 

용과 봉황의 기운 스며드는 아홉 개의 봉우리

 

거문오름의 두 번째 놀랄만한 것은 정상코스 탐방이다. 거문오름은 신의 오름으로 통한다. 즉, 지세로 보아 거문오름은 서남쪽의 땅의 기운을 받았으며, 북서쪽 머리를 돌려 서쪽은 종산 한라산을 바라본다. 복동쪽은 꼬리를 내린 형상으로 능선은 수없이 가지를 뻗어 9개의 봉우리를 이룬다. 미로초럼 얽힌 분화구에 알오름이 봉긋 솟아 아홉마리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모습이며 구슬을 꿰멘다는 형상이라 한다.

 

따라서 정상코스를 걷노라면 아홉 마리 용의 형국을 느낄 수 있다. 풍수지리로 본 거문오름은 상서로운 기운을 품고 있다고 한다. 특히 거문오름은 용과 봉황의 기운이 스며있는 상징의 오름으로 한라산에서 흘러온 영기가 맺힌 곳이라 한다.

 

'용의 형국' 찾아서

 

꼬불꼬불 이어져 내리는 높고 낮은 봉우리, 9개의 봉우리 능선을 걸어보았다. 분화구 트래킹코스를 벗어나면 9룡, 해발 371m 구룡은 '희룡은산봉'으로 '멀리 흘러온 용이 방향을 바꾸어 산속으로 숨은 형국'이라 한다.

 

9룡 능선을 따라 걷노라니 8룡이 나타났다. 세차게 불어오는 눈보라에 앞을 가릴 수 없었다. 해발 380m에서 만나는 8룡은 '청룡음수봉'으로 '푸른 빛을 띤 용이 물가를 찾아 물을 마시는 형국'이라 한다.

 

소나무 길을 따라 걷다 보니 7룡에 도착했다. 해발 418m 7룡은 '와룡농주봉'. '누운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희롱하는 형국'인 7룡 주변은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겨울을 지내고 있었다. '적룡출운봉'이라는 6룡은 소나무 숲이었다. 6룡은 해발 401m, '붉은 빛을 띤 용이 서기를 머금고 구름 속에서 나오는 형국'이라서 잠시 6룡 봉우리에 서서 그 기를 받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용의 기운 느끼며 걷는 눈길

 

오르고 내리기를 몇번, 해발 418m인 5룡 '자룡고모봉'을 지나, 회룡고조봉(해발 427m) 4룡에 도착했다. '한라산에서 흘러온 용이 모리를 돌려서 다시 한라산을 바라 본다' 회룡고조뵹부터는 접은 소나무 산길이었다. 어느새 소복이 쌓인 눈길, 눈 쌓인 산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황룡상천봉(3룡), 백룡망해봉(2룡), 그리고 마지막 가장 높은 1룡인 '흙룡상천봉' 봉우리에 서니 주변위 풍경이 일품이다. '검은 빛을 띤 용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형국'인 1룡 봉우리에 서니 신의 오름이라는 거문오름의 덩치와 신비스러움에 감탄했다.

 

용암동굴계 모체 그 속살의 이미  

 

태극길 거문오름 탐방로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형성한 모체였다. 특히 오름 둘레 직경이 4,551m로 정상은 깊게 패인 화구가 있으며, 그 안에 작은 봉우리가 솟아올라 있으면서 북동쪽 사면이 크게 터진 말굽형분석구를 형태를 보인다.

 

국제트레킹 코스로도 알려진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트레킹, 3시간 30분 정도를 걷다보니  기생화산 속살은 물론 지금으로부터 30만년 전에서 10만년 전 화산활동의 흔적을 알 수 있는 곳이었다. 분화구로부터 분출된 용암류는 해안까지 지형경사를 따라 북동쪽으로 구불구불 흘러가면서 '선흘곶'이라는 곶자왈을 만들었다. 또한 왼쪽으로 벵뒤굴, 오른쪽으로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을 만들어 바닷가까지 흘러가는 거대한 화산활동, 그 모체가 바로 거문오름이다.

 

거문오름 트레킹을 하다 보면 두 번 놀란다. 그 하나는 거대한 분화구와 분화구 속에 남아있는 화산활동과 제주의 역사와 문화의 비밀, 그리고 또 하나는 아홉개의 봉우리 9룡에 대한 스토리이다.

 

 거문오름 트래킹은 사전예약

- 탐방구간 : 태극길 (총 8km, 거문오름 정상 및 분화구내 탐방)   

  ☞ 분화구 코스(해설사 동행) : 용암협곡→알오름전망대→동굴진지→숯가마터→풍혈→화산탄

      →병참  도로→수직굴 (소요시간 : 2시간)     

  ☞ 정상 코스(자율탐방) : 수직굴→정상 (소요시간 : 1시간 30분)    

      * 용암길 탐방이 불가능 합니다  

- 탐방예약 : 탐방 2일전까지 사전 예약자에 한하여 탐방 허용 (예약전화784-0456)

- 탐방시간 및 인원 제한 

  ▲ ·탐방시간  : 오전 9시,10시,11시(3회) 

  ▲ 탐방인원 : 1일 300명 (평일, 휴일 구분 없음)  

   ( 매주화요일은  '자연휴식의 날'로 지정되어 탐방 제한, 설날과 그 다음날(2일간),

    추석(1일)은 휴식일로 탐방 불가 , 기상악화시 전면 통제, 우천시(강우량 20mm이상) 탐방 금지

  ▲ 탐방 출입증 : 사전예약자는 탐방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고 해설사 안내에 따라 탐방   

    * 주의사항 : 무단으로 출입하거나, 출입증 없이 탐방시에는 퇴장조치,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처벌

  ▲ 관람준비물 : 등산복, 등산화, 우천시를 대비한 비옷, 모자, 보온용 자켓   

     * 스틱 사용 금지 (훼손방지)

 ▲ 탐방안내소 운영 : 조천읍 선흘2리 470-9번지 (선흘 2리 노인회관 옆)  

   ☞ 사전예약문의  : 064-784-0456 (오전 9시 ~ 17시까지)  

   ☞ 차량주차 : 번영로에서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가지 전 200m 지점 (주차료-무료)       

     * 주의 : 탐방안내소 앞 도로는 교통량이 많아 혼잡하므로 반드시 지정 주차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 관리본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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