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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이건희 전 회장 사면

 

12월 29일 정부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31일자로 단독 특별사면ㆍ복권키로 했다고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밝혔다. 경제인에 대한 '원포인트' 특별사면이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전 삼성회장의 특별사면 안을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켰다.

 

사면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전 회장 사면과 관련,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 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지난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불과 4개월 전의 일이다. 이 전 회장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으로 회사에 227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차명 주식거래로 양도세 456억 원을 포탈한 혐의가 인정됐는데도 실형을 면한 데 이어 형 확정 4개월 만에 '특별사면'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번 특별사면이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첫째, 이 전 회장의 양도세 포탈과 회사에 대한 수백억의 손해를 끼친 사실은 스스로 기업인이기를 포기한 행동이다. 또한 삼성이라는 기업을 사기업화해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무법적인 행위이며 비도덕적인 행위임에 틀림없다.

 

둘째, 법에 대한 무시다. 이러한 죄질이 매우 불량한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형이 무척 가벼울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집행을 포기했다. 미국의 경우를 보라! 500억 달러 대규모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을 일으킨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은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치주의를 지켜야하는 정부와 법원의 삼성 봐주기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재작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는 빙산에 일각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서 증명되고 있다.

 

셋째, 국민에 대한 무시다.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반도체신화를 이끌며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의 부를 위한 행위이지 결코 사회와 국가를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의 제1의 갑부인 워렌 버핏을 보라! 그는 자신이 한 해 동안 벌어들였던 부의 80%를 기부하며 이것도 적다고 제2의 갑부인 빌게이츠 회장과 함께 기부운동에 적극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약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약육강식의 기업정신을 가진 이건희 회장이 과연 사회에 공헌한 것이 있는가? 마지못해, 법적으로 처벌이 두려워 수백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다!

 

만약 이건희 전 회장이 사회기부에 힘쓰고 약자를 배려하는 행위를 했다면 국민들은 한 번의 실수를 눈감아 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터져 나오는 비리의 온상인 삼성이 과연 세계 제1의 일류기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넷째, 형평성의 문제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 서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법과 제도에 의해 인간의 사회적 자유가 규정되고,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난과 배고픔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사회가 권리를 되찾기 위한 인간들의 노력을 계속해서 통제하는 한, 난 계속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서 무려 19년을 살아야 했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발장에 대한 이야기다. 일반인들은 죄를 지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다. 그러나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은 일반인들이 평생 번다는 12억의 수십, 수백 배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치적 배려와 경제적 배려에 의해 풀려난다(필자는 그들이 타고 다니는 고급승용차, 고급빌라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 않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누려라 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서 사회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꼭 책임지는 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닌가!).

 

게다가 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들이 휠체어에 앉아 병자행세를 한다. 그리고 사면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일어나 걸어 다닌다. 참 대단하다. 한국 의술의 높은 경지를 볼 때마다 느낀다. 참 경의적인 일이다.  

 

다섯째, 대의명분의 부재다. 정부든 정당이든 국가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부여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은 대의명분이 희박하다. 대통령이 그동안 누누이 강조했던 법과 원칙은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원칙인가?

 

황당하게도 정부의 특별사면에 대한 대의명분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이건희 회장이 IOC위원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올림픽정신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건전한 경쟁에 있다. 이러한 올림픽 정신에 과연 이건희 회장이 부합되는 인물인가?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동굴이데아에 빠져있는 것에 대해 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평창 올림픽 가능한가? 실지로 평창 동계올림픽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생각이 틀렸기를 바란다. 또한 평창 지역민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올림픽유치의 조건과 문제점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개최국과 도시를 보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이다. 저번 러시아 소치는 유명한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소치는 소련시대부터 매우 유명한 곳이다. 미국에 캠프 데이비드가 있다면 러시아에는 소치가 있다 할 정도로 세계 정치사에 유명한 곳이다. 반면 평창은 인지도가 있나?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둘째, 대륙 간의 교차로 올림픽은 정해진다. 지난 일본-미국-이탈리아-캐내다-러시아라는 순으로 올림픽이 열린다. 하계 올림픽을 중국에서 열었기 때문에 한국에 동계올림픽이라는 선물을 주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

 

셋째, 다시 올림픽을 유치하려면 최소 5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세계에는 180개국이 있다. 이들에게도 평등하게 올림픽을 분배해야 할 의무가 IOC에 있다.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겨우 20년이 흘렀다. 부산이 2020년 올림픽을 유치한다, 평창과 무주가 올림픽을 유치한다고 하는 것은 시기가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사실상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는 각 도시의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 한국에 대해서도 이미지 형성과 개선이 전혀 되어있지 않다).

 

넷째, 또 다른 전시행정이다. 각 지자체들의 국제대회 무분별한 유치경쟁은 국력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유치를 기회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바라고 있다. 또한 이를 기회로 인기를 얻어 지방선거에서 당선하겠다는 근시안적이며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자체의 재원만 고갈시키는 보여주기 식의 전시행정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유로 든 이건희 회장의 사면은 억지춘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참고로 지난번 2차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는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으로 직접 참석했다. 

 

대통령의 권한인 사면권에 대해 법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도덕적인 측면에서 보면 매우 부도덕한 사면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특별사면 이면에 이번 UAE 원전과 관련되어 있지 않은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삼성물산도 UAE 원전 한국 콘소시움에 참여기업이기 때문이다. 부디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면을 다시 되돌아보며 오만과 독선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대통령의 이번 특별사면을 이건희 회장은 뼈를 깎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보여줬던 삼성의 약육강식의 정글식 경영에서 탈피해서 약자와 사회를 배려하는 21세기형 선진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또한 나눔의 경제학을 배워야 할 것이다. 빌게이츠와 워렌 버핏은 삼성보다 몇 배, 몇 백배의 부를 쌓았으며 그 부와 함께 이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존경받고 있다. 우물의 원리를 일찍 깨달은 사람들이다.

 

이제 공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으로 넘어갔다. 부디 이번 기회를 살려 반도체신화 이상의 신화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20세기 정글 경영을 버리고 새로운 상생의 경영을 하기를 바란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대학교

 정치학 박사 이신욱

 

덧붙이는 글 | 한겨레 한토마에 올린 내용입니다. 


태그:#이건희, #특별사면, #이건희 사면, #이건희 특별사면, #이건희 회장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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