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법질서 확립이 오늘 업무보고 주제인데 국민들은 법집행을 하는 정부가 과연 잘 하고 있느냐고 물을 것 같다. 권력형 비리,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 비리와 범죄에 대해 검찰이 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위로받을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이같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위 글은 지난 23일(수)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법·질서분야 업무보고'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말을 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 대통령은 스스로 자기가 한 말을 부정했다. 29일 정부는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을 31일자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건희 전 회장 사면단행에 대해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제 심기일전해 세계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위해 기여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창 올림픽 유치노력과 함께 경제위기에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건희 전 회장에 사면에 대한 누리꾼들 반응 차갑다. 포털사이트 다음 누리꾼 '또라'는 "초등학교 도덕교과서 수정해주세요"라고 부탁하면서 "아무리 많은 죄를 지어도 돈만 있다면 용서가 되는 세상이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겠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세금을 탈루하고 탈법으로 재산을 축적해서 일단 돈을 많이 모아야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게 된다고, 심지어 대통령한테 까지 존경을 받게 된다고, 바꿔주세요"라고 탄식했다.

 

'토마토'는 "도대체 한국에는 사법부가 왜 있는거냐?"라고 따져 물었고, '한여울'은 대한민국엔 "있는 자를 위한 정부만 있고 없는 자를 위한 정부는 없습니다"라고 비판했다.

 

포털 야후 누리꾼 'o_123456_oh'는 "대한민국 법치는 사망했다, 아니 살해 당했다"고 분노했다. 'as132432'는 "앞으로 당신들 입에서 법질서 확립이라는 말은 꺼내지 말라"고 충고했다. 물론 'gol7063'처럼 "잘못은 있지만 더큰 국익을 위해 사면에 찬성"이라는 누리꾼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건희 전 회장 사면을 비판했다.

 

<조선닷컴> 누리꾼 'transpac'은 "건희 회장은 과보다 국가에 기여도가 엄청나게 크다"며 "한국의 브랜드 가치와 국가품위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결정인 기여를 했다, 마지막 국가에 봉사할 수있도록 기회를 준 것은 잘한 일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누리꾼인 'kjw2010'은 "이명박 대통령과 체육계, 재계에 묻는다"면서 "올림픽이 선진국을 가져다 주나 아니면 법치가 가져다 주냐?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게 동계 올림픽이냐 법치냐? 개인의 업적과 법치중 어는 것이 더 중요한가? 이 대통령 공약에 법치와 올림픽 유치 어느 것이 없었나? 도덕적 하자가 있는 사람이 세계를 상대로 뛰어다니면 웃음거리가 되겠냐 아니면 존경의 대상이 되겠냐?"라며 이건희 전 회장 사면을 비판했다.

 

그럼 왜 누리꾼들은 이건희 전 회장 사면에 대해 이토록 비판하고 있는가. 이건희 전 회장은 경영권을 불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차명계좌 운용 등 각종 편법과 탈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로 지난 8월 14일 사법부에 의해 배임 및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사법부가 내린 사법 정의를 입만 열면 법질서를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넉 달 만에 스스로 부정해버렸기 때문에 누리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2018년 겨울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면서까지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올림픽 정신과도 맞지 않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2011년 7월 6일 119차 IOC총회(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결정된다. 물론 이에 앞서 2010년 6월 공식후보도시로 선정되어야 한다. 만약 2011년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인데 평창이 개최지로 선정되면 모르겠지만 탈락하면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하다.

 

하지만 평창 개최 여부를 떠나 이건희 전 회장 특별사면 및 복권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자기 말을 부정해버렸다. 이제 그가 하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믿을 수 없다. 믿지 않으면 윽박지를 것인가, 그래도 믿을 수 없다. 잡아들일 것인가, 그래도 믿을 수 없다.


#이건희#특별사면#이명박#사법정의#평창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