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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팀이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전플랜트 수출 1호작품이어서인지  국력의 개가라는 말도 들리는 반면 이면계약이나 옵션으로, 알려진 것보다 불리한 약속을 하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는 소리도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수주전망이 10%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계약을 성사시켰으니 한전팀이 잘한 것은 수긍하고 인정할 만하다.(다만 원전이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현 정부의 논리를 수긍한다고 해도 그 폐기물처리에 대한 인류사적 숙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그런데 갑자기 MB가 1박2일 출장을 다녀오면서 원전수출이 정치적 시비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 압권은 방송사 9시 뉴스의 생중계 기자회견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9시뉴스를 시청하고 있는데 KBS,MBC 모두 MB의 아랍에미리트 현지에서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도 내외신 기자회견이라기보다는 국내 언론용, 특히 방송사 9시 뉴스를 겨냥한 이벤트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사상 최대의 원전수출을 해외수주의 달인인 MB가 해냈다는 투의 보도였지만 이 계약이 가지는 문제는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고 일방적인 치적홍보뉴스가 되고 말았다. 물론 한전팀의 원천기술이 미국이나 일본에 있다는 보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수 없었다.

 

한전팀이 잘 한 것은 원전수출 1호를 기록했기 때문이고 이는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사건이다.(거듭 강조하지만 원전이 대안에너지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실적을 중시하는 국제원전계약에서 기술력과 단가면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은 우리 기술진과 수주실무팀의 공으로 돌려 마땅한 일이다. 또 1호 원전수출이니 선진국의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해도 좋다고 본다. 싼 인건비를 중심으로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그리고 다시 첨단 기술산업으로 이전해온 우리경제 성장사를 보더라도 원전 수출에 관한 한 이제 첫 관문을 지난 것이니 지나친 기대수준에서 비난하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MB가 다 차려진 밥상위에 숟가락 하나 얹는 듯한 플레이를 펼친 것은 '땡전뉴스'로 정언유착을 이미 눈치채고 있는 80년대 한국인들보다 21세기 지금의 한국인을 심하게 비하하는 행태다. 

 

정확하게 저녁 9시에 기자회견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3분가량 시간을 끈 것으로 비치는 대목은 현지 청와대 실무팀의 준비부족 애교로 봐준다 치자. 정작 문제는 그런 헤드라인 뉴스에 따르는 적절한 분석과 논평없이 대경사로만 전달하는 방송사들의 행태에서 우려했던 정권의 방송장악 악취가 진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대목이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한전팀의 수주전망이 불투명했던 이번 계약은 아랍에미리트 연합과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단가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한전팀으로 급속하게 기울어진 것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그러자 새해예산안과 세종시, 4대강 사안으로 한치 앞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던 청와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MB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이벤트를 기획했고,  방송사 주요뉴스 헤드라인에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마련된 것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MB정권이 제2롯데월드로 군심을, 용산참사 등으로 민심을,  정치검찰 논란으로 검심을 건드리더니, 임기가 남은 정연주 KBS사장을 불법으로 몰아내고 엄기영 MBC 사장까지 압박하면서 방송인들의 자존심까지 접수하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김석수의 자유자재'(http://blog.daum.net/kss60)에도 올린 글입니다. 


#원전수주#이명박#에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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