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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공동체적 생활

 

.. 뉘 집에 개만 잡아도 온 동네 잔치를 벌이는 시골사람들의 공동체적 생활에 대해 처음에는 머리로 배운 대로 참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  《공선옥-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창작과비평사,2000) 27쪽

 

 "생활(生活)에 대(對)해"는 '생활을'이나 '삶을'로 다듬습니다. '촌(村)사람'이라 않고 '시골사람'으로 쓴 대목이 반갑습니다. "좋은 거라고"는 '좋다고'로 손질합니다.

 

 ┌ 공동체적 : x

 ├ 공동체(共同體)

 │  (1)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하는 집단

 │   - 운명 공동체

 │  (2) = 공동 사회

 │

 ├ 공동체적 생활

 │→ 공동체 생활

 │→ 함께 사는 삶

 │→ 함께 꾸리는 삶

 │→ 함께 살아가는 모습

 └ …

 

"개인적 삶"이라고 쓰기 때문에 "공동체적 삶"이라고도 쓰는구나 싶습니다. "개인 삶"이나 "공동체 삶"이라고만 해도 될 텐데 말이지요. "개인 삶"이나 "공동체 삶"이란 곰곰이 헤아려 보면 "혼자 사는 삶"이나 "함께 사는 삶"이요, "홀로 꾸리는 삶"이나 "다 같이 꾸리는 삶"입니다. 한 낱말로 간추려 본다면, '혼자살기'나 '홀로살기'와 '함께살기'와 '같이살기'가 될 수 있습니다.

 

 ┌ 혼자살기 / 홀로살기 / 홀살이 / 외따로살기 / 외살이

 └ 함께살기 / 같이살기 / 다함께살기 / 다같이살기 / 모여살기 / 모둠살이

 

 조금만 더 생각해 본다면 차근차근 말길을 틀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마음을 쓴다면 우리 깜냥껏 새 낱말을 빚어낼 수 있습니다. 아주 살짝이라도 우리 삶과 문화와 말과 글을 짚고 돌아보고 헤아린다면 이제까지는 미처 몰랐던 싱그럽고 알차다 싶은 말마디가 톡톡 튀어나오거나 끝없이 샘솟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참으로 좋으며 쓰기에도 알맞춤하도록 곱고 깨끗한 우리 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스스로 더없이 얄궂으며 쓰기에 걸맞지 않은 데다가 짓궂고 어처구니없는 말마디를 함부로 휘둘러 댈 수 있습니다.

 

 서로서로 어깨동무하는 마음으로 사이좋게 나눌 말을 쓰는 이도 우리요, 서로서로 미워하는 마음으로 눈알 부라리며 손가락질하듯 다투는 말을 쓰는 이도 우리입니다. 서로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마음가짐으로 서로서로 아끼는 말마디를 할 수 있는 우리요, 서로서로 아웅다웅 다투며 살아가듯 서로서로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는 글줄을 쏘아댈 수 있는 우리입니다.

 

 ┌ 시골사람들의 공동체적 생활에 대해 참 좋은 거라 생각했었다

 │

 │→ 시골사람들 공동체 삶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 시골사람들 모둠살이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 시골사람들이 이룬 마을살이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 시골사람들이 오순도순 꾸리는 삶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 …

 

 아름다움을 찾는 손길이건 아름다움을 멀리하는 손길이건, 모두 우리 손에서 태어납니다. 살가움도 싱그러움도 맑음도 고움도 모두 우리 손에서 비롯합니다. 기쁨도 우리가 일구고 슬픔도 우리가 일굽니다. 참됨도 우리가 빚으며 거짓됨 또한 우리가 빚습니다.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말길과 생각길과 삶길이 시나브로 열립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글길이건 마음길이건 나눔길이건 조금도 보이지 않으며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보면서 우리 터전을 가꾸고자 한다면, 우리 삶과 넋과 말을 차근차근 가꾸는 길을 찾습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보듬지 않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우리 삶과 얼과 글을 우리 손으로 하루하루 내팽개치면서 아무런 꿈이 깃들지 못합니다.

 

ㄴ. 공동체적인 삶

 

.. 공동체적인 삶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의지 때문에 귀농한 이들도 주민과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으니까요 ..  《강분석-씨앗은 힘이 세다》(푸르메,2006) 208쪽

 

 "확고(確固)한 믿음과 의지(意志)"는 "굳은 믿음과 뜻"이나 "굳센 믿음과 뜻"으로 손봅니다. '귀농(歸農)한'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시골로 온'이나 '시골로 농사지으러 온'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주민(住民)과의 갈등(葛藤)으로 고민(苦悶)하는 것을"은 "주민과 갈등하며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이나 "이웃과 부딪히며 힘들어하는 모습을"이나 "마을사람과 엇갈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로 다듬습니다.

 

 ┌ 공동체적인 삶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

 │→ 공동체를 이루는 삶을 굳게 믿는 마음과

 │→ 공동체 삶을 굳게 믿는 마음과

 │→ 한 마을을 이루어 살자는 굳은 믿음과

 │→ 서로 어깨동무하며 살자는 굳은 믿음과

 │→ 오순도순 모여 살자는 굳은 믿음과

 │→ 다 같이 모여 살자는 굳은 믿음과

 └ …

 

 우리는 모두 어울려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마다 눈에는 안 보이는 끈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사이가 좋든 나쁘든, 서로 좋아하든 미워하든, 서로서로 이웃이라 느끼든 모르는 이라고 느끼든,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순도순 모여 살아가기도 하지만, 툭탁툭탁 부딪히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는 삶이기도 하지만, 잔뜩 찌푸리며 골을 내는 삶이기도 합니다.

 

 ┌ 마을살이 / 도시살이

 └ 어깨동무 삶 / 오순도순 삶

 

 따로 '공동체'임을 도드라지게 내세우면서 삶을 꾸릴 수 있습니다. 굳이 '공동체'라 밝히지 않아도 서로서로 모여서 뜻과 마음을 나누는 삶을 꾸릴 수 있습니다. 어떤 이름을 앞세워야 이룰 수 있는 '공동체'는 아닙니다. 아무런 이름이 없이 다 같이 손을 잡거나 어깨를 겯을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스스럼없이 사랑과 믿음 담는 말마디를 나누는 우리들이 될 수 있습니다. 거리낌없이 따스함과 넉넉함을 주고받을 글줄을 두루 펼치는 우리들이 될 수 있습니다. 한결같이 부드럽고 해맑게 넋과 얼을 키우면서 나와 이웃이 같이 아름답도록 이끄는 우리들이 될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 가꾸는 매무새로 마음 한 자리를 가꾸고, 마음 한 자리를 가꾸는 몸가짐으로 삶 한 자락을 가꿀 수 있습니다. 말 하나를 살뜰히 보듬으며 마음 한켠 살뜰히 보듬고, 마음 한켠 살뜰히 보듬듯 삶 한구석을 살뜰히 보듬을 수 있습니다. 삶에서 비롯하는 말이며, 말에서 비롯하는 삶입니다. 나를 옳게 보면서 둘레를 옳게 보고, 둘레를 옳게 보면서 나를 옳게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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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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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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