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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여러 해 글을 써 왔지만 처음으로 특정 기자를 향한 비판을 합니다. 정운현선생님의 글을 거의 빼지 않고 읽어 왔는데 오늘 쓰신 장태평 농식품부장관과 산타놀이를 함께 하신 두 번째 글을 읽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농업문제와 관련하여 장태평 장관과 김재수 농업진흥청장을 대하는 정 선생의 태도는 차치하고 우선, '빌딩농장'에 대해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에스비에스 스페셜에서 '생명의 선택'이라는 다큐를 방영했습니다. 3부로 엮인 이 다큐에는 아주 재미있는 실험결과 하나가 나옵니다. 제철에 노지재배 한 채소와 비닐집에서 키운 채소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 실험결과입니다. 제철 채소가 철을 거른 비닐집 채소보다 미네랄과 미량원소가 월등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빌딩농장을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살아있는 땅에서 제 철에 키운 작물과 빌딩농장에서 키운 작물은 비교 할 수가 없습니다. 땅 위에서 키웠지만 비닐집 채소가 이럴진대 빌딩에서 키운 작물이라면 서양식의 식품영양학적 분석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생명의 음식'은 아닙니다. 오늘 내가 먹는 것은 내 생명입니다. 내일의 나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저는 농사를 16년째 짓고 있습니다. 오이나 가지, 마늘을 상온에 오래 두게 되면 그냥 쪼글쪼글 마릅니다. 온전한 자연환경 속에서 지은 농산물이라서 그렇습니다. 비료치고 농약 친 작물들은 냉장고에 두지 않으면 바로 다 썩어버립니다. '빌딩농법'은 물과 영양과 온도로만 짓는 농사입니다. 빛도 만들어 쬐입니다. 짧은 기간 안에 많이 수확하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 되는 농사입니다. 농산물 하나가 생명으로 완성되는데 있어 영양과 수분과 온도가 전부는 아닙니다.

'빌딩농장'에 쓰이고 나오는 물들은 전부 오염된 물들입니다. 제가 농사짓고 나오는 물들은 환경을 살리는 물들입니다. 농사는 이런 측면까지 관심을 넓혀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오염됐거나 부실한 음식은 거부하고 살아있는 밥상을 대할 권리가 있습니다. 기본 인권의 문제입니다. 자본에 빼앗긴지 오래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밥상을 되찾아야 합니다.

정 선생님은 친일청산문제에 큰 역할을 하고 계실뿐더러 '곧은 펜'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농업과 관련한 선생님의 글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농사는 산업이 아닙니다. 농사를 산업으로,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바라보는데서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제가 두 번째 지적하는 문제입니다. '빌딩농장'은 철저히 농업을 산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일반농사의 10배나 된다는 등의 주장이 그렇습니다.

토양유실방지라든가 홍수조절기능, 환경보전기능, 지하수정화기능, 생물종의 다양성 보존, 사막화 방지 등등 농업의 이른바 교역외적 기능을 보더라도 농업을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기능으로만 보는 것은 짧은 생각입니다. 필요 식량의 량만 확보하면 된다는 발상이 '빌딩농장' 구상에 들어 있습니다. 농업의 직접 경제외적 역할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무역장벽으로까지 등장했습니다. 축산을 '생명활동'으로 보지 않고 오직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보는데서 동물에 대한 학대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수인성 질병이 등장했습니다. 정 선생님이 지지하는 '빌딩농장'은 불가피하게 '식물복지'의 문제를 제기하게 됩니다. 돈벌이가 주목적인 '빌딩농장'은 그리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양은 물론 밤과 낮을 조절하고 빛과 색을 동원하여 곡식과 채소를 '사육'할 것입니다.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채소를 우리는 야채라 합니다. 식탁에서 야채가 사라지므로 해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주 심각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정 선생님이 언젠가 썼던 글에 일본의 사례가 나오는데 저도 일본에 가서 봤던 것입니다. 도오꾜오 도심 빌딩 지하에 있는 농원을 가봤고 빛과 색을 이용한 재배 실험도 봤습니다. 이건 식물, 아니 음식에 대한 고문입니다. 저는 크게 전율했던 것인데 정 선생님은 찬양하고 계시더군요.

동물복지와 식물복지라는 말을 가지고 시비를 걸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근대의 인권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성애나 양심적 병역거부 또는 초상권이나 일조권 등을 현대 인민의 기본권으로 이해하듯이 동물복지와 식물복지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음식정의가 실현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이 동물과 식물을 학대함으로 빚어지는 재앙들이 각종 질병과 자연재해들입니다. 동물복지와 식물복지가 배부른 자들의 한가로운 담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연관성에 깊이 눈 돌릴 때입니다.

아마도 여기까지의 제 주장을 듣고 '인류의 식량문제'를 제기하실지 모르겠군요. 세 번째 비판이 그것입니다. 정 선생님이 쓰신 몇 안 되는 농업관련 글들에는 인류의 식량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범인류적 문제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어떤 사회문제건 두 갈래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식량문제도 그렇습니다. 첫째는 당장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고, 둘째는 원인을 파악하여 근본적인 해결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일 것입니다. '빌딩농업'은 둘 다 아니라는 것입니다. 식량문제의 원인을 살펴보면 됩니다. 농지가 부족한 것도, 생산량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인류의 먹을거리 문제는 이미 많은 대안들이 나와 있습니다. '카길' 같은 곡물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맞서야하며, '몬산토'같은 악질적인 종자회사 농간에서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알다시피 세계의 식량생산 양은 인류가 먹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괴질을 창궐케 하는 반생명적 공장식 축산을 금지하고, 농지의 조사료 재배를 줄이고, 절대농지 해제를 막아야 합니다. 산림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고 자연하천과 습지를 보존해야 합니다.

기상이변을 촉진해서 제대로 된 농사를 더욱 망치는 '빌딩농장'을 기상이변 등 농업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제기하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빌딩농장'은 자본의 음모라고 보면 됩니다.
농지를 파헤쳐 길을 만들고 공장이나 빌딩, 돈 되는 전원주택을 만들기 위한 속셈으로 보입니다. 지금 농촌에 '뉴타운'바람이 거셉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농정의 일치된 모습입니다. 정 선생님도 아마 서울 오세훈시장의 뉴타운 정책을 반대하실 겁니다. 용산참사가 웅변하고 있습니다. 한 지역을 통째로 말아먹는 뉴타운이 시골에 난립합니다. '빌딩농장'이 이런 흐름을 조장한다면 뭐라 하시겠는지요?

기업농이나 규모형 대농만을 살리고 대부분의 농민을 농업노동자로 전락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의 핵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장태평 장관관 김재수 청장은 그 첨병입니다. '전국농민회'의 고심과 활동을 살펴보시면 바로 알 수 있는 문제기도 합니다. 

정운현 선생님이 수 십 년 생명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정농회'와 '전국귀농운동본부'의 활동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신다면 '귀농'을 '취농(就農)'이라는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국환경농업연합회'의 활동은 보셨는지요? 농식품부장관이나 농진청장에게 관심 갖기보다 이런 쪽에 귀 기울이시길 청합니다. 최근 화두가 되는 '윤리적 소비'와 '지산지소' 등의 관점에 서도 두 분 높으신 분의 주장과 책자들은 반대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호주제 폐지에 적극적이었던 생물학자 최재천 선생은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까지 했으면서 해외농지 개발에 나선 현대중공업을 극렬 찬양하고, 두바이 신화의 전도사를 자처합니다. 박원순 선생님은 생태환경 문제를 인문사회문제와 연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 인문, 사회, 국제, 언론 분야의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생태문제, 영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지를 넘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운현#빌딩농장#자연농법#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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