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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활성화하다

 

.. 규모가 작은 식품 제조업이 부활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것입니다 ..  <요시다 도시미찌/홍순명 옮김-잘 먹겠습니다>(그물코,2007) 87쪽

 

 "규모(規模)가 작은"은 "크기가 작은"으로 다듬거나 '작은'이라고만 적어 줍니다. '부활(復活)하고'는 '살아나고'나 '되살아나고'로 다듬고, '지역경제(-經濟)'는 '지역살림'이나 '마을살림'으로 다듬어 봅니다.

 

 ┌ 활성화(活性化) : 사회나 조직 등의 기능을 활발하게 함

 │   - 경제 활성화 / 투자 활성화 /

 │     소극장의 설립이 연극 공연의 활성화로 이루어졌다

 │

 ├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것입니다

 │→ 지역경제도 힘을 얻을 것입니다

 │→ 지역살림도 잘되겠지요

 │→ 지역살림도 꽃필 테지요

 └ …

 

 '활발(活潑)하게' 한다는 '-化'붙이 말투 '활성화'입니다. '활발하다'는 "생기있고 힘차며 시원스럽다"를 뜻하며, '생기(生氣)'란 "싱싱하고 힘찬 기운"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활발'이란 "싱싱하고 힘차며 시원스럽다"는 소리일 텐데, 국어사전 뜻풀이로 따지면 겹치기 풀이로 되어 있습니다. 이 낱말 풀이를 살피면 저 낱말을 들여다보도록 되어 있고, 저 낱말을 들여다보면 다시금 이 낱말을 살피도록 되어 있는 우리 국어사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꽤 자주 쓰는 낱말풀이마저 이렇게 되어 있다면, 어렵거나 아리송하다고 느끼는 낱말풀이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나저나 "활발하게 한다"는 '활성화'라 한다면 "싱싱하게 한다"거나 "힘차게 한다"거나 "기운나게 한다"는 소리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말풀이를 돌아본다면, 처음부터 "싱싱하게 한다"거나 "힘차게 한다"거나 "기운나게 한다"고 말할 때가 한결 나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꾸밈없이 말하는 버릇이나 있는 그대로 글쓰는 매무새를 익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처럼 가르치는 흐름이 없고, 집안 식구들 또한 서로서로 가르치며 배우지 못합니다.

 

 ┌ 마을살림도 살아나겠지요

 ├ 마을살림도 살아납니다

 ├ 마을살림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 …

 

 말뜻을 헤아리며 싱싱하게 하거나 힘차게 한다는 일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곱씹어 봅니다. 힘을 잃거나 축 처지거나 주눅이 든 누군가를 '북돋워' 준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와주'거나 '이끌어' 준다든지 '힘을 보탠다'는 이야기가 아니랴 싶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작은 제조업이 살아나면 마을살림도 '살아난다'고 하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작은 제조업이 살아나면 마을살림도 힘을 얻고, 힘을 얻으니 씩씩해지고, 씩씩해지니 튼튼해지며, 튼튼해지면서 기운을 차리고, 기운을 차리는 가운데 차츰 살아납니다. 이리하여 이 보기글은 "작은 식품 제조업과 마을살림이 살아납니다"처럼 통째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 경제 활성화 → 경제 살리기

 ├ 투자 활성화 → 투자 높이기 / 투자 북돋우기 / 투자 끌어내기

 ├ 소극장의 설립이 연극 공연의 활성화로 이루어졌다

 │→ 작은극장을 세워 연극 공연이 늘어나게 했다

 │→ 작은극장을 세우니 연극 공연이 늘어났다

 │→ 작은극장을 세우며 연극 공연을 북돋웠다

 └ …

 

 뜻을 살리며 다른 보기글을 돌아본다면, "경제 활성화"란 "경제 북돋우기", 그러니까 "경제 살리기"입니다. 또는 "경제 키우기"일 수 있습니다. "투자 활성화" 또한 "투자 북돋우기"나 "투자 높이기"나 "투자 끌어내기"이며 "투자 키우기"나 "투자 살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쓰느냐를 살피면서 가장 알맞다 싶은 낱말을 넣어 줍니다. 어느 흐름에 어떻게 쓰느냐를 짚으면서 가장 어울린다 싶은 낱말을 담아 줍니다.

 

 낱말 하나에 슬기롭게 힘을 실어 주면서 우리 넋과 삶 또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글월 하나에 씩씩하게 힘을 담아 주면서 우리 얼과 뜻 또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말을 살리며 삶을 살리는 셈이요, 삶을 살리며 말을 살리는 셈입니다. 이웃이 잘 살 수 있도록 돕고, 나 스스로 내가 잘 살 수 있도록 거듭니다. 동무들과 주고받을 말마디를 살리고, 나 스스로 내 뜻을 펼치는 글줄을 살립니다. 살리려고 애쓰면 얼마든지 살아나는 말이며, 살리려고 마음쏟으면 언제나 살아움직이는 글입니다.

 

 

ㄴ. 최소화하다

 

..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되 학생들이 만화를 그리며 겪게 될 수많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미 다 겪어 본 내가 가장 효율적인 길을 일러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  <이두호-무식하면 용감하다>(행복한만화가게,2006) 266쪽

 

 '시행착오(試行錯誤)'는 '잘잘못'으로 다듬고, '효율적(效率的)인'은 '나은'이나 '좋은'으로 다듬습니다. '자신감(自信感)'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믿음'으로 손질해도 됩니다.

 

 ┌ 최소화할 수 있도록

 │

 │→ 되도록 줄일 수 있도록

 │→ 어느 만큼 줄일 수 있도록

 │→ 웬만하면 줄일 수 있도록

 └ …

 

 '최소'를 말하고 싶고 '최대'를 말하고 싶다면, 이대로 말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최소로 하다"와 "최소가 되게 하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최소화하다'나 '최소화되다'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쓰건 미국말을 쓰건 쓰고프니 쓴다고 하지만, 낱말은 낱말이라 하여도 말투는 어긋나지 않게 추슬러야 합니다. 말투까지 무너뜨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낱말이니 쓸래'라 외쳐도 될까 궁금합니다. 아니, 찬찬히 헤아린다면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낱말이니 쓸래'라 하여도, 알맞고 올바르게 써야 할 낱말입니다. 아무 데나 함부로 써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말 지식이 있다고 함부로 쓰는 일이란 주먹힘이 있다고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는 일하고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다고 함부로 돈을 처바르는 일하고 똑같기 때문입니다. 이름값이 높다고 다른 이를 마구 깔아뭉개거나 깎아내리는 일하고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이도록

 ├ 줄이고 또 줄이도록

 └ …

 

 함부로 휘두르게 되면서 둘레 사람을 괴롭히는 주먹입니다. 멋대로 휘두르게 되면서 뭇사람을 들볶는 돈입니다. 아무렇게나 휘두르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어지럽히는 이름입니다. 알맞고 올바르게 가누지 않으면서 우리 터전과 생각자락을 무너뜨리는 말이 되기도 하고 글이 되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화#외마디 한자말#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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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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