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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동 오토바이 배달을 기다리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있다.
회현동 오토바이배달을 기다리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있다. ⓒ 김새롬

 

서울시 중구 회현동. 시끌벅적한 남대문 시장을 마주보고 있는,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경사도의 언덕에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다. 그런데,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도 힘들 것 같은, 이 미로 같은 골목을 쉬지 않고 오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희뿌연 연기를 내면서 달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다.

 

회현동에는 '오토바이 골목'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골목마다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과거 회현동은 남대문 시장과 근접해 있어 신당동, 창신동과 함께 '공장 밀집지역'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2009년 12월에 찾은 회현동에서는 제품 공장에서 나야할 제봉틀 소리를 듣기가 어려웠다. 그 골목을 추운 겨울 날씨만큼 고요했다.

 

"과거에는 공장 당 3~4대의 오토바이는 기본이었어. 그렇게 해야 납품일을 지킬 수 있었으니깐. 그런데 3, 4년 전부터 제품공장이 하나 둘씩 문을 닫더니 이제는 1/3정도 남아 있어 한 30%정도 되나? 이제는 택배나 중국집 음식 배달하는 사람들이 주로 오토바이를 타지."

 

송태영씨 회현동에서 오토바이 판매, 수리업을 하고 있다.
송태영씨회현동에서 오토바이 판매, 수리업을 하고 있다. ⓒ 김새롬

 

회현동 골목에서 오토바이 판매·수리업을 하는 송태영(58)씨는 제품공장이 문을 닫기 시작한 이후부터 오토바이의 매출 또한 줄었다고 말했다. 회현동에서 오토바이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다 장사가 안 돼서 그렇지. 아무리 집세가 비싸도 장사만 잘 되면 남아 있지. 장사가 안 되니까 봉급도 낮을 수밖에 그러니 일할 사람도 없고…. 대부분 공장이 망하거나, 그렇지 않은 공장들도 집세가 낮은 삼양동이나 만리동으로 떠났지." 

 

송태영씨는 회현동에 오토바이의 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아쉬움을 전했다.

 

회현동 오토바이 배달원 회현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제품을 오토바이 뒤에 싣고 배달을 가는 모습이다.
회현동 오토바이 배달원회현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제품을 오토바이 뒤에 싣고 배달을 가는 모습이다. ⓒ 김새롬

회현동에서 제품공장이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 저렴한 가격의 중국공장 제품들이 수입되어 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중국산 물품들은 국내에서는 도저히 책정할 수 없는 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회현동 등 국내에서 만든 물품들이 품질은 좋았음에도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회현동 제품공장뿐만 아니라 배달 업자 그리고 송태영씨와 같은 오토바이 판매업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바쁘게 배달을 가는 몇 안남은 제품공장의 배달을 가는 김수한(38)씨는 "옛날 같으면 성수기지,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얼마나 바빴는지, 배달이 밀릴 정도였어"라며 "요즘도 바쁘긴 하지만 옛날만큼은 아니지, 이 일만 7년이 다 되가는데 점점 다 힘들어 지는 것 같아" 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 때문에 바쁜 듯 시동을 걸고 다시 길을 나섰다.
 
취재를 마친 것은 오후 5시. 짧은 겨울 해가 벌써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지만 회현동의 오토바이 부대들은 계속해서 골목골목을 누볐다. 점점 한적해지는 회현동에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더 많은 재봉틀 소리와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웃음 소리가 들리기를 소원해본다.

#회현동#오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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