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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 앞으로는 바다가 탁 트인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향일암앞으로는 바다가 탁 트인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 김종길

해돋이 행사를 10여 일 앞둔 20일 새벽 향일암에 화재가 났다. 우리나라 4대 관음 도량 중의 하나인 향일암은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전국적인 명소였다. 아직 화재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국과수에서 정밀 검사를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문 향일암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석문을 경건한 마음으로 지나야 한다.
석문향일암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 석문을 경건한 마음으로 지나야 한다. ⓒ 김종길

여행자는 화재가 나기 전 향일암을 다섯 차례나 찾은 적이 있었다. 최근에도 지난 8월에 찾은 적이 있는데 온통 금칠을 한 향일암의 모습에 씁쓸하기 짝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 씁쓸함은 이 참혹함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제는 옛 모습을 볼 수 없는 향일암, 아쉬운 마음에 지난 사진들을 다시 들추어 보았다.

거북무늬바위 절에서 금오산에 이르는 이 일대의 바위들에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줄무늬가 드러나 있다.
거북무늬바위절에서 금오산에 이르는 이 일대의 바위들에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줄무늬가 드러나 있다. ⓒ 김종길

향일암은 원효스님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낙산사 홍련암, 석모도 보문사, 금산 보리암과 더불어 이곳은 관음도량으로 그 명성을 같이하고 있다. 관음전 옆에는 뿌리가 붙은 연리근인 동백나무가 있는데 이번 화마를 피했는지 궁금하다.

원통보전 대웅전 격인 원통보전도 이번 화재로 역시 잿더미가 되었다.
원통보전대웅전 격인 원통보전도 이번 화재로 역시 잿더미가 되었다. ⓒ 김종길

지금은 향일암으로 더 많이 부르지만 원래는 영구암이었다. 영구암으로 불린 연유는 암자가 들어선 자리의 지형에서 비롯되었다. 절에서 금오산에 이르는 이 일대의 바위들에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줄무늬가 드러나 있다.

향일암 낙산사 홍련암, 석모도 보문사, 금산 보리암과 더불어 이곳은 관음도량으로 그 명성을 같이하고 있다. 지금은 향일암으로 더 많이 부르지만 원래는 영구암이었다.
향일암낙산사 홍련암, 석모도 보문사, 금산 보리암과 더불어 이곳은 관음도량으로 그 명성을 같이하고 있다. 지금은 향일암으로 더 많이 부르지만 원래는 영구암이었다. ⓒ 김종길

암자가 들어선 자리는 거북이 등이고 암자 뒤의 바위들은 책 무더기에 해당하고 임포마을 쪽은 거북이 머리처럼 보인다. 이 형세는 거북이가 불경을 등에 지고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는 모습이라고 한다.

향일암 우리나라 4대 관음 도량 중의 하나인 향일암은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전국적인 명소였다.
향일암우리나라 4대 관음 도량 중의 하나인 향일암은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전국적인 명소였다. ⓒ 김종길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바라보자'라는 뜻의 향일암이라 강제로 부르게 하여 널리 쓰였다고 한다. 또는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 떠오르는 해돋이가 장관이라 그렇게 불렸다고도 한다. 아무래도 영구암이라고 다시 부르는 게 지형상이나 역사적으로도 올바른 게 아닌가 싶다.

관음전 이번 화재로 관음전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관음전이번 화재로 관음전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김종길

향일암 향일암은 원효스님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향일암향일암은 원효스님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 김종길

아쉽게도 불에 탄 향일암의 대웅전과 종각 등에는 스프링클러와 경보를 울리는 화재 감지기가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옥외 소화전도 없었다고 하니 어찌 보면 인재라고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일암 향일암은 어디에서 보아도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전망좋은 곳이다.
향일암향일암은 어디에서 보아도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전망좋은 곳이다. ⓒ 김종길

화재가 나기 전, 그대로 두었으면 더욱 좋았을 건물에 금칠을 하는데 7억이라는 돈이 들어간 데 비해 화재 대비는 왜 그리 늦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도비 지원을 받아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100톤짜리 물탱크를 만들고 화재감지기를 설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포마을 향일암 입구에 있는 자그마한 포구마을이다.
임포마을향일암 입구에 있는 자그마한 포구마을이다. ⓒ 김종길


#영구암#향일암#임포마을#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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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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