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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던 김모양은 무언가 시끌벅적한 소리에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옷을 입고 모여있는 사람들, 확성기로 들리는 호소 짙은 목소리, 여기저기 보이는 피켓들, 그리고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 '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시위구나.'

홍대의 한 노점상에 그들의 호소문이 붙어있다.
 홍대의 한 노점상에 그들의 호소문이 붙어있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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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여러분, 마포구청은 구민혈세로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생계노점상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시민여러분, 여러분의 세금 2억원으로 동절기 저소득 소외계층인 노점상 단속을 진행하는 마포구청에 항의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대치하는 것도 잠시, 노란조끼를 입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검은 옷의 상인들은 그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러나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뻘이 되어가는 그들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젊은 용역직원들의 힘에 밀려 몇 명은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은 용역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드러누우면서까지 살기 위한 힘겨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노점상을 철거하려는 용역업체 직원들과 그들을 저지하려는 노점상 상인들.
 노점상을 철거하려는 용역업체 직원들과 그들을 저지하려는 노점상 상인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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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아주머니는 결국 쌓이던 울분이 터지고야 말았다. 팔던 김밥과 떡볶이, 오뎅, 쌀 등 음식물을 던지면서 울부짖었다. "다가져가 이놈들아, 다가져가!" 그 아주머니의 눈물처럼 음식물은 땅에 흩뿌려졌으나 곧 짓밟히고 말았다. 주위의 사람들도 함께 오열하였다.

노점상 아주머니의 눈물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버린 음식들.
 노점상 아주머니의 눈물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버린 음식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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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저항에 용역들은 잠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몸싸움은 멈춰지고 상인들은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외침 사이로 한 상인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선거 때는 여기 와서 악수하고 그러더니, 이제 와서 우리한테 어떻게......" 그 때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아 음식물을 던지며 울부짖었다. 소란스러운 상황에 묻혀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그녀의 표정과 몸짓으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고래고래 설움을 토하더니 결국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오열하는 한 노점상 상인.
 오열하는 한 노점상 상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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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4시반 경 홍대역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마포구청은  '가로정비민간용역활용(노점단속)'이라는 명목으로 2억원이라는 예산을 편성했다. 마포구청의 한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시민 보행권을 확보하기 위해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반 시민의 눈에는 그 2억원은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협하는 도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그곳에서 장사를 해온 노점상 상인들에게 철거를 하라는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다. 이 일을 그만두면 엄동설한에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건만 강제철거 명령을 내린 마포구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하다. 저소득층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공권력이 오히려 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강제철거에 저항하는 노점상 상인들
 강제철거에 저항하는 노점상 상인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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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눈에는 노점상은 미관을 해치는 존재지만 어떤 이에게는 생계가 달린 중요한 존재다. 아직 우리 주위에는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2억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꼭 여기에다가 써야만 했을까.

저소득층을 밀어내고 걷는 길은 넓어도 편안하지 않고 가난한 노점상을 철거한 깨끗한 길은 이쁘지도 않다.


태그:#홍대, #마포구,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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