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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문화진흥회 일부 이사들이 MBC 경영진에 대한 자진 사퇴를 압박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릴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앞서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과 노조원들이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왼쪽)을 방문해 방문진 이사들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일부 이사들이 MBC 경영진에 대한 자진 사퇴를 압박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릴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앞서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과 노조원들이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왼쪽)을 방문해 방문진 이사들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 유성호

"엄기영 사장이 지난 9월 제의한 New MBC Innovation Plan, 새로운 개혁안은 방문진과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엄 사장이 노력은 많이 했지만 그 결실은 적다고 본다. 개혁안에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문화방송 구성원들도 이렇게 회사가 나가도 되는 것인가 걱정하고 있다. 엄 사장도 스스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엄기영 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 MBC 경영진 흔들기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문진 여당측 이사들도 김 이사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며 엄 사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의 핵심은 노동조합과 맺은 공정방송 관련 단체협약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방문진 여당측 이사들은 공정방송을 담보하기 위해 노조와 맺은 단협 조항들을 '경영간섭 조항'이라고 비판해왔다.

방문진이 1일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차기환 이사는 "엄기영 사장이 3개월간 추진한 결과는 지난 업무 보고에서 인식한 문제점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정방송협의회 운영규정(공정방송과 관련해 임직원 보직변경 요구가능 조항 등) 등 노조의 인사권, 경영권 개입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개정하라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 이사는 "실질적인 개선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지난 수차 보고회마다 논의 과정 및 내용은 대외비를 지켜줄 것이니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최종 보고 시에도 마찬가지여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홍재 이사도 "엄 사장이 당초 제시한 안에 대해 그 일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100분 토론>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어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시직인 작가만 사실상 해고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나머지 PD들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100분 토론> 시청자 의견 조작문제에 대한 책임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엄기영 MBC 사장이 9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6회 방송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방송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엄기영 MBC 사장이 9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6회 방송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여 방송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엄기영 사장은 1일 창사 48주년 기념사를 통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을 넘어 MBC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 '뉴 MBC 혁신 플랜'이었다"며 "공정성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고 책임경영 확립과 내부 혁신으로 경영 효율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엄 사장은 "뉴MBC 플랜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면서 "내년에도 종합편성 PP 등장과 미디어렙 제도, 간접광고 도입, 외주정책 변화 등 만만치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시비를 차단하고 존경과 사랑을 받는 언론사가 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단순 비판에 머물기보다는 건전한 공론장을 형성하고 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에너지를 통합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이분법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 국민 통합을 구현하는 것이 MBC의 과제"라고 밝혔다.

다음은 엄기영 사장의 창사 기념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MBC 가족 여러분!
오늘은 창사 48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날입니다.

MBC는 지난 1961년 개국 이래 급변하는 정치, 경제 상황 속에서도 방송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창의성으로 오늘날의 종합 미디어그룹을 일궈냈습니다. 여기에는 선배들의 피땀 어린 헌신이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선배님들의 노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힘든 한해였습니다. 올해 초 만해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습니다. 2차례의 비상경영을 통해 초긴축 예산을 편성했지만 경영적자가 4백억 원 선에 이르면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했습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아프지만 조직을 축소하고 사옥 공간도 재배치했습니다. 이미 깎은 제작비를 다시 잘라 내고 경비도 추가로 삭감했습니다.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비용을 절감했음에도 2년째 급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사장으로서 정말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고통스런 기간이었지만 이제 조금씩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11월부터는 영업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마지막까지 노력하면 올해 흑자 달성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기꺼이 고통 분담에 동참하신 임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MBC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프로그램 경쟁력의 회복 덕분이었습니다. <선덕여왕>과 <내조의 여왕>등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경쟁력의 중추 역할을 해왔습니다. <무한도전>과 <황금어장>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고 <세바퀴>,<놀러와><지붕 뚫고 하이킥>도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연초에 약속한 대로 높은 성과를 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만든 성과효율 보상시스템은 3/4분기 프로그램부터 적용해 집행하겠습니다.

올해 힘든 가운데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 새 채널 MBC Life를 출범시켰고 해외 방송사업을 위해 미주 MBC도 법인화했습니다. 웹 하드와 IPTV에서 새로운 수익원도 찾아냈습니다.
키자니아 사업도 착실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MBC 가족 여러분!

저는 MBC의 수장을 맡고 난 뒤부터 지속 성장이 가능한 역량을 찾기 위해 고심해왔습니다. 그 해답이 '뉴 MBC 혁신 플랜'이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을 넘어 MBC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공정성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고 책임경영 확립과 내부 혁신으로 경영 효율을 이루며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미래전략도 새로 짜는 일이었습니다 상당 부분 실천에 들어갔고, 연내 마무리하겠습니다.

내년의 방송과 경영환경도 종합편성 PP 등장과 미디어렙 제도, 간접광고 도입, 외주정책 변화 등으로 만만치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MBC 사원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위기 때마다 모두 힘을 합쳐 극복해온 MBC 사원 여러분의 저력과 지혜를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반세기 MBC의 새로운 50년 출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성장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합니다. 상암동 신사옥 건설은 내년 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매출과 영업 이익을 늘리기 위해 핵심 역량인 제작과 사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합니다. 뉴미디어 환경에 맞게 사업 방식도 바꾸고 신성장 동력도 추가로 발굴해야겠습니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는 좋은 실적으로 더 이상 고통 분담이 화두가 아닌, 보상을 논의할 수 있는 신바람 나는 일터로 만들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MBC의 르네상스입니다.

MBC 경쟁력의 원천은 역시 콘텐츠 경쟁력입니다. 전체 경쟁력에서는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녁 주요 시간대의 경쟁력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뉴스데스크와 미니시리즈는 더욱 분발해야겠지요? 주말 황금 시간대 프로그램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시비를 차단하고 존경과 사랑을 받는 언론사가 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주위를 돌아보고 우리를 채찍질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단순한 비판에 머물기보다는 건전한 공론장을 형성하고 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에너지를 통합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누는 이분법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 국민 통합을 구현하는 것이 MBC의 과제입니다.

곧 구체화될 광고 제도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무엇이 진정 MBC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길인지 본, 계열사의 상생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취임사에서 광역화 문제는 자율적인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자립기반을 갖추고 지방화 시대를 열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제 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자발적인 광역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사는 자율적인 광역화에 대해서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내년에는 본사 내부 혁신도 더욱 강하게 추진하겠습니다. 새로운 50년 출발을 위한 성장 기반을 다지려면 인력 낭비와 업무 비효율을 없애야 합니다. 녹이 슬고 물이 새는 낡은 수도관으로는 힘찬 물줄기를 뿜어 올릴 수 없습니다. 본부장 제도를 도입한지 10년이 넘었지만본부별 성과 달성에 대한 측정은 아직도 미흡합니다. 앞으로는 책임지고 일하되 성과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평가하겠습니다. 프로그램과 개인에 대한 성과 보상도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올해 만든 프로그램 성과효율 보상 제도를 보완하고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겠습니다.

사랑하는 MBC 가족 여러분!

창사 50주년이 되는 2011년이 이제 1년 남짓 남았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향하는 계기가 될 창사 50주년 관련 프로그램과 행사 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향후 MBC 미래 10년의 청사진이 될 미래전략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사내 의견 수렴을 거쳐 미래전략이 확정되면 내년에는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 실행하겠습니다.

그래서 5년, 10년 뒤에는 "세계적인 콘텐츠 생산 공장", "일류 공영방송 MBC"의 명성이
더 높아지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선배들이 헌신으로 일군 보람찬 일터를 더욱 알차게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줍시다.

MBC 임직원 여러분! 올해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해 New MBC, 새로운 MBC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2009.12.1.

문화방송 대표이사 사장 엄 기 영


#엄기영 MBC 사장#김우룡 방문진 이사장#MBC 공정방송협의회#뉴 MBC 혁신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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