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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지적 우월감

 

.. 자신한테 있는 건 지적 우월감뿐이라고 시집을 끼고 과시하며 가난을 감추느라 날 세우던 친구를 나도 알고 있었다 ..  《안미선-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철수와영희,2009) 91쪽

 

 "자신(自身)한테 있는 건"은 "나한테 있는 한 가지는"으로 다듬고, '우월감(優越感)'은 '낫다는 생각'으로 다듬으며, '과시(誇示)하며'는 '내세우며'나 '뽐내며'나 '자랑하며'로 다듬어 줍니다.

 

 ┌ 지적 우월감뿐이라고

 │

 │→ 지식이 많다는 생각뿐이라고

 │→ 지성이 넘친다는 생각뿐이라고

 │→ 남보다 똑똑한 머리뿐이라고

 │→ 남보다 잘난 머리뿐이라고

 └ …

 

 한자말 '優越'은 '나음'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토박이말 '낫다'를 한자로 옮겨적으면 '優越하다'가 됩니다. 구태여 글자수를 따지고 싶지 않으나, 토박이말 '낫다'는 둘이요 한자말 '우월하다'는 넷입니다. 한자말을 사랑하는 분들이 워낙 "한자를 쓰면 글자수가 훨씬 적다"고 외쳐대고 있기에 한 번 헤아려 보았습니다. 글자수가 훨씬 적다고 더 나은 말마디가 아니며, 글자수가 많다고 덜 떨어진 말마디가 아니건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 같은 숫자놀음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우리가 잘살고 있겠습니까? 키가 크다고 즐거운 삶이겠습니까? 밥을 많이 먹어야 몸이 더 튼튼하겠습니까? 숫자는 껍데기일 뿐입니다. 허울좋은 사탕옷입니다. 우리는 우리 몸에 가장 알맞게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집을 마련해서 살아가야 가장 좋고 즐겁습니다. 우리 몸에 알맞지 않게 지나치게 먹거나 옷을 조이거나 집을 키운다면, 우리 몸이며 마음은 견디어 내지 못합니다. 단출하게 끊어 말해야 할 때에는 단출하게 끊어 말하면 되고, 길게 말옷을 입혀야 할 때라면 알맞춤한 길이로 말옷을 입히면 됩니다.

 

 ┌ 지적 우월감

 ├ 지식이 우월하다는 느낌

 ├ 남보다 많이 알아 내가 한결 낫다는 느낌

 ├ 남보다 많이 아니까 나는 똑똑하다는 느낌

 ├ 내가 남보다 똑똑하니까 나는 잘났다는 느낌

 └ …

 

 삶이든 말이든, 또 생각이든 마음이든, 또 돈이든 집이든, 또 이름이든 힘이든, 어느 것이든 꼭 알맞게 다스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넘치지도 않되 모자라지도 않게 잘 가누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내가 좀더 잘 안다고 하여 자랑하거나 뽐낼 까닭이 없는 가운데, 나한테 돈이 더 있다고 우쭐거리거나 젠 체할 까닭이 없습니다. 내가 주먹힘이 더 세다가 으스댈 까닭이 없으며, 내가 마음밭이 한결 깊어 보인다고 콧대를 높일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상에는 아주 자잘한 구석 한 가지라도 더 잘났다고 내세우고자 하는 이들이 어김없이 있습니다. 못나면 어떻고 잘나면 어떻다고, 못났다는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기고, 잘났다는 사람을 추켜세우거나 섬기는 흐름이 있습니다. 못났으니 더 사랑해 주고 돌봐 주고 아껴 주어야 할 테며, 잘났으니 더 사랑을 베풀고 믿음을 나누며 살아야 할 텐데, 우리는 우리 삶을 올바르게 가다듬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우리한테 주어진 믿음과 사랑과 슬기와 깜냥을 알뜰살뜰 엮어내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 남보다 나은 지식

 ├ 남보다 나은 가방끈

 ├ 남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다는 한 가지

 ├ 남보다 책을 더 잘 안다는 한 가지

 └ …

 

 윗물이 아랫물로 흐른다는 말처럼, 더 나은 지식이나 더 높은 지성은 더 모자란 지식과 더 낮은 지성을 돕는 데에 쓰라고 있다고 느낍니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더 빼어난 지식과 더 훌륭한 지성은 더 못난 지식과 덜 떨어진 지성을 따스히 껴안거나 사랑하는 데에 쓰라고 있다고 느낍니다.

 

 남보다 책을 더 읽었으니, 더 읽은 만큼 넉넉한 마음결로 고운 생각줄기를 나누어 주면 됩니다. 남보다 세상을 더 잘 알고 있으니, 더 넓게 보고 꿰뚫는 눈길로 너른 넋과 얼을 나누어 주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나누고 어깨동무하는 삶이야말로, 스스로 '내가 한결 낫다'고 뽐내려는 모습에도 걸맞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콧대를 높이기보다 콧대를 낮추면서 외려 '한결 나은 사람'이 되어, 저절로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몸을 낮추고 마음을 높이면서 시나브로 좋은 사람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 느낍니다.

 

 

ㄴ. 지적 도둑질

 

.. 이는 인용의 한계를 넘은 지적(知的) 도둑질인 것이다 ..  《김성재-출판 현장의 이모저모》(일지사,1999) 37쪽

 

 "인용(引用)의 한계(限界)를 넘은"은 "인용이라 할 수 없는"이나 "다른 이 글을 따왔다고 할 수 없는"이나 "다른 이 글을 따왔다기보다"로 손질해 봅니다. "도둑질인 것이다"는 "도둑질인 셈이다"나 "도둑질이다"로 고쳐 줍니다.

 

 ┌ 지적(知的) 도둑질인 것이다

 │

 │→ 지식 도둑질이다

 │→ 다른 이 생각을 훔친 짓이다

 │→ 다른 이가 얻어낸 열매를 훔친 짓이다

 │→ 다른 이가 흘린 땀을 빼앗은 짓이다

 │→ 다른 이가 땀흘려 이룬 보람을 빼앗은 짓이다

 └ …

 

 보기글을 통째로 다시 써 보고 싶습니다. "이는 다른 이 글을 따왔다기보다, 훔친 짓거리이다." 또는, "이는 다른 사람 글을 몇 군데 따왔다고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애써 일구어 낸 열매를 빼앗은 짓이다." 아니면, "이는 다른 사람 글을 따왔다고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흘린 땀을 훔쳐 온 셈이다."

 

 그냥 "지적 도둑질"이라고 적어 놓으면 도둑질이라고 하는 짓이 '지적인 모양새'라고 하는지, '지식이나 지성을 훔치는 짓'을 가리키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느낌과 어떤 생각을 가리키려고 하는지 또렷하게 적어야겠습니다. 어떠한 이야기와 어떤 모습을 나타내고 싶은지 알맞게 적바림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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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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