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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시위 중인 FLEX회장
1인시위 중인 FLEX회장 ⓒ 인하대학신문사

지난 20일 금요일, 인하대학교 대강당에서는 교내 중앙 댄스동아리 'FLEX'의 정기공연이 열렸다. 12회를 맞는 정기공연은 선후배가 어울려 연습한 결과를 뽐내는 연중 가장 큰 행사이다. 팝핀, 비보이, 락킹, 걸즈힙합, 하우스 등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스트릿 댄스를 지향하는 FLEX는 각종 댄스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 정기공연 분위기는 다른 때와 많이 달랐다. 그 동안 월세 40만원씩 내며 이용해온 학교 앞 '○○에어로빅' 건물에 독서실이 들어서면서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학교 댄스동아리에게 연습실이 없다?

FLEX는 연습실이 없는 댄스동아리이다. 그렇다면 춤연습은 어떻게 하느냐,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학생회관 4층 문에 비친 모습을 거울삼아 하거나, 다목적실을 빌려서 연습을 해왔다. 매번 기안을 떼거나 수십명의 동아리원들은 길거리를 전전하며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학교측에 연습실을 마련해달라고 요구를 해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공간이 없다, 예산이 없다" 등 같은 말 뿐이었다.

결국 매일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후문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였고 현수막 설치로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학교에서는 지난 9월부터 학교 내 무용실을 기안을 없이 6시 이후부터 사용 가능하게 조치를 취해주었다. 하지만 연극영화과의 공연 연습이 있을 때면 길거리로 나와야 하는 실정이다. 여전히  FLEX에게는 연습실이 없다.

동아리는 무엇을 하나?

취업이 힘든 요즘 대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은 '희생'이기도 하다. 스펙을 위해 영어, 한자, 컴퓨터, 봉사 등 할 일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동아리인들은 선후배 챙기랴 공연준비하랴 수업 들으랴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도서관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 있다. 공부 외의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고 함께 연습하여 공연까지 이루어 낸다. 보통 동아리 공연에서는 기획부터 스폰, 섭외, 디자인, 무대 등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없다. 공연연습은 기본이고 공연에 필요한 무대조명, 포스터, 인쇄, 팜플렛등을 위한 자금은 학교 주변 음식점 등을 돌아다니며 후원을 받아 해결한다. 포스터나 팜플렛 제작 역시 동아리 내에서 그래픽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직접 한다. 공연 컨셉을 잡고 게스트를 초대하고 음향과 조명 등 무대 기술자를 섭외한다. 일반 대학생이라면 분명히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 또한 학교내에서의 문화예술 공연으로 다양한 문화조성에 기여하며 학우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학생들이 필요한 곳에 등록금이 쓰인다면..

지난달에는 반값 등록금 실행에 대한 요구로 전국 대학교에서 촛불집회와 함께 문화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배움을 위함이다. 하지만 등록금은 학생들이 원하는 기본적 요구에조차 쓰이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이지 않을까. 다행히 FLEX의 12회 정기공연은 무사히 치뤄졌다. 젊음에 대한 열정과 춤에 대한 사랑으로. (물론 작년 13개의 공연보다 훨씬 적은 9개의 공연이었지만)

대학교는 그저 스펙을 쌓고 학점을 잘 받아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한 발판만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시절, 열정을 공유하며 청춘을 보낼 권리가 있다. 그리고 동아리는 이를 실현시켜주는 하나의 이름일 것이다. 댄스동아리에게는 연습실이 필요하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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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댄스동아리#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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