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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낸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낸 공무원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그 아이디어는 2011년 예산안에 반영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배 '절약상'(www.SaveAward.gov) 홍보 문구다.  

 대통령배 절약상(www.SaveAward.gov)을 알리는 백악관 홈페이지.
대통령배 절약상(www.SaveAward.gov)을 알리는 백악관 홈페이지. ⓒ 백악관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모든 공무원은 그가 속한 부처에서 어떻게 하면 예산을 절약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며 예산절감 아이디어를 공모할 것임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백악관이 온라인 공모방식을 고안해 낸 것이다.

지난 11월 6일 미 국회예산위원회가 2009 회계연도 분석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미국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 문제로 시끄럽다. 미국은 올해 들어 재정적자 규모가 더 늘어 1945년 이래 GDP 대비 재정적자율 최고치(9.9%)를 갱신했다. 이는 주요 선진국의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평균 3.7%)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를 두고, 국가채무가 심각하긴 하지만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줄일 수는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감세정책이 잘못됐으니 증세하자,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최근 의료개혁법안의 통과를 가로막고 있는 것도 재정적자 문제다.

 뉴욕시 한 벽에 달려 있는 국가채무시계.(사진은 8월 장면)
뉴욕시 한 벽에 달려 있는 국가채무시계.(사진은 8월 장면) ⓒ 전희경

국가부채시계로도 잴 수 없는 미국의 부채규모

뉴욕시 맨해튼의 한 건물 벽에 걸려있는 국가부채시계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12조 달러이며, 가족 당 부담액은 11만 달러라고 알려주고 있다. 1989년 시계가 처음 걸릴 당시 미국의 국가부채는 3조 달러 정도였지만 20년 후인 현재 4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부채시계는 대공사(?)도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는 현재의 시계보다 자릿수가 두 개 더 많은 새 시계가 부착될 계획이다.

그런데 미국은 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일로에 놓이게 된 걸까.

 미 진보센터의 재정적자분석보고서.
미 진보센터의 재정적자분석보고서. ⓒ 미 진보센터
미 진보센터(CAP)는 11월 17일 재정적자 분석보고서에서 "2009년 정부지출 증가분 중 41%는 부시 정부 때 발생한 구제금융 패키지로 인한 지출로,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전에 정부지출이 전년 대비 9% 증가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패키지 다음으로는 의료 등 사회보장비 지출(18%)과 대통령의 이니셔티브(18%), 실업혜택(8%), 국방(7%) 등에 지출됐다.

국가는 세금을 징수(세입)해 재정을 확보하고 교육, 의료, 치안유지, 자원배분 및 경제발전을 위해 지출(세출)한다. 한 해 동안 걷은 총세입이 총세출보다 많으면 재정이 흑자가 되고, 세출이 크면 재정적자가 발생한다.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돈을 빌려오게 되는데 정부가 채권자(개인, 기관이나 외국)로부터 빌려온 총액이 정부부채다.

미국의 최근 재정적자는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지출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시 정부 때 취한 보수적인 감세정책으로 세입이 줄어든 탓이 4배 더 크다.  

재정적자가 크면 국내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미래소득이 줄고, 갚아야 할 빚이 늘어 이자비용이 증가하거나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자비용을 대느라 중요한 공공투자나 진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된다. 또 정부부채가 많으면 세계 경제위기시 국가부도 등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재정건전성을 파악하려면 GDP대비 재정수지비율과 정부부채비율을 봐야 한다. 경제규모와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는 부채의 절대액수를 비교하기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분모에 놓고서, 재정이 어느 정도 적자(흑자)인지 또는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그 비율을 살펴보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이 지난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등이 GDP 대비 3~4%의 재정적자를 보이고,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가 2~5%의 재정흑자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미국의 재정적자비율 9.9%는 충분히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08년 OECD국가의 GDP 대비 재정수지비율.
국제통화기금(IMF)의 2008년 OECD국가의 GDP 대비 재정수지비율. ⓒ IMF

"증세 주장하면 인기 떨어질까 두려워 말라"

때문에 미국은 1.7조 달러에 달할 전망인 재정적자를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에 0.5조 달러 수준으로 대폭 감축한다는 중기 재정운영 목표를 공표한 바 있다. 또한 재정건전화를 위해 비효율적 사업, 목표 달성이 부진한 사업 등을 선정하여 해당사업을 종료 또는 삭감하는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미 진보센터 주최로 정책토론회도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와 정계의 조세전문가들은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토론 참석자들은 세입의 1/3을 차지하는 기업보조금을 삭감할 것, 전쟁을 위한 국방비 등 정부지출을 축소할 것, 정부보조 의료보험인 메디 케어, 메디 케이드를 전산화를 통해 효율화하고 낭비를 없앨 것, 세금정산을 간소화하는 등 세제개혁을 할 것 그리고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정부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줄 것, 소득세 세율 인상 및 부자감세종료 등의 해법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와 로라 타이슨 전 국가경제 자문위원이자 현 버클리대 경영학과 교수는 "너무 빨리 재정적자를 해결하려고 하다가는 자칫 경기침체 해소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윌리엄 게일 어번-브루킹스 조세정책센터 이사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금 인상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미국민 80%가 반대했다, 그러나 교육이나 에너지, 사회복지에 정부의 지출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문에도 80%가 반대했다"며 세금이 정부지출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잘 공개하고 세금정산 등 세금관련 제도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워너 버지니아 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정책입안자들은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감세보다 증세를 주장할 때 떨어질 인기도나 정치적인 입지 때문에 재정적자 문제의 언급도 회피"해왔음을 지적하고 "정부의 예산을 다룰 때 핵심은 장기적인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가채무도 미국 따라가기

그렇다면 국민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국가채무의 수준은 어디까지일까. 정답은 없지만 통상 국제비교를 통해 이를 판단한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선진 7개국(G-7)의 2009년 GDP대비 순부채비율의 경우 2008년에 이어 이탈리아(112.8%)와 일본(104.6%)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에는 일본 정부의 순부채율이 가장 크고 이어 이탈리아,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로 만든G-7 국가의 현재(2009년 추정)와 미래(2014년 추정) GDP 대비 순부채율 그래프.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로 만든G-7 국가의 현재(2009년 추정)와 미래(2014년 추정) GDP 대비 순부채율 그래프. ⓒ 전희경

재정적자 확대는 정부부채의 증가를 가져오고, 이는 국제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부채가 많을 경우 차입가능성이나 비용에 빨간불이 켜진다. 좋은 조건으로 차입할 수 있을지 여부는 나라마다 다르다. 선진국의 경우 좋은 평판과 신용도가 좌우하고 신흥국의 경우는 다양한 지표가 나타내는 조기경보사인에 따라 차입비용이 달라진다.

이탈리아의 경우 무솔리니 시대 이후 국가부도를 낸 적이 없고 유럽연합이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국제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2008년 국가채무비율이 104%였음에도 여전히 좋은 조건으로 국제시장에서 돈을 빌려올 수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일본의 경우도 비록 지난 5월 무디스에 의해 국가신용등급이 최고신용평가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됐고, 또 한 번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여있지만, 미 달러 채권국인데다 국제신뢰도가 높아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올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기축통화국으로서 공황의 시기에 안전한 금고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있을지라도 아직까지는 좋은 조건으로 해외차입을 하고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국가부도를 많이 내는 등 국제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7일 정도의 부채상환 연장을 위해 130%의 이자를 지불하는 등 해외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신흥국 중 가장 큰 폭으로 국가채무가 증가한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한국도 2009년 재정적자가 GDP의 5%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는 신흥국의 재정흑자비율(평균 1.5%)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이 현재의 국가채무를 지속적으로 감당하려면 신규차입금과 이자지불액을 제외한 국가재정이 흑자여야 한다. 재정을 지원할 필요성이 낮은 4대강 사업의 경우 종료 또는 삭감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로 만든 주요 선진 국가들의 조세부담률과 국민 부담률 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로 만든 주요 선진 국가들의 조세부담률과 국민 부담률 표. ⓒ 전희경
국민 소득 중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조세부담률이 있다. 조세부담률(세금/국내총생산x100)은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세금(국세와 지방세)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그런데 정부가 걷어가는 것은 세금만이 아니다. 급여명세서에 보면 세금 이외에도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기금이 빠져나간다. 때문에 국가가 국민에게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를 재기 위해 조세연구 전문가들은 '국민 부담률'이라는 지표를 많이 사용한다.

국민 부담률(세금과 사회보장기금/국내총생산x100)은 세금과 사회보장기금으로 내놓은 총 액수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이 부담률은 나라마다 다르다. 보통 조세부담률과 국민 부담률이 높은 나라의 공공서비스가 좋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06년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과 국민 부담률은 26.8%와 35.9%다. 한국의 조세부담률(21.4%)은 멕시코(17.5%), 일본(17.7%), 터키(19%) 다음으로 낮고, 국민 부담률(26.8%)은 멕시코(17.5%)와 터키(19%) 다음으로 낮다.

미국은 레이건과 부시정부 때 국가개입과 사회보장을 최소화하려는 보수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조세부담률(21.3%)과 국민부담률(28.0%)이 낮은 수준이다. 교육과 의료, 도로교통과 재해방지, 치안과 국방을 위해 정부가 필요한데 2006년 미국의 경우 감세정책으로 인해 국방 외에 공공서비스의 질이 높지 않았다.

조세부담률이 높은 나라는 덴마크(48.1%), 아이슬란드(38.2%), 뉴질랜드(36.7%), 스웨덴(36.6%), 노르웨이(35.2%) 등이다. 국민 부담률이 높은 나라는 스웨덴과 덴마크(49.1%), 벨기에(44.5%), 프랑스(44.2%), 노르웨이(43.9%), 핀란드(43.5%) 등 유럽 선진국들이다. 유럽 선진국들은 교육이나 의료서비스 등 공공서비스가 좋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한국조세연구원, "최근 주요국의 재정건전화 정책 및 우리나라의 정책과제" 2009.6.1
-새사연, 400조? 1400조? 우리나라 빚 도대체 얼마야?, 2009. 10.13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35185
-미 진보센터(CAP), 재정적자와 부채 101, 2009.9.30
http://www.americanprogress.org/issues/2009/09/deficits_debt_101.html
-미 진보센터(CAP), 재정적자분석보고서, 2009.11.17
http://www.americanprogress.org/issues/2009/11/pdf/breakingdowndeficit.pdf
-로이터, 정부부채 도대체 얼마가 많은 거야? 2009.10.22
http://www.reuters.com/article/idUSTRE59L4SQ20091022
-국제통화기금 (IMF),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2009.10.
http://www.imf.org/external/pubs/ft/weo/2009/02/index.htm



#미국 국가부채#재정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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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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