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퀴즈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3년 전에도 <퀴즈 대한민국>에 출전하고자 지역 예심이 열리는 KBS 대전방송 총국에 갔다.
허나 당시는 실력이 일천하여 그만 미역국을 먹고 말았다. 그렇긴 하더라도 매주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는 이 프로는 얼추 빠짐없이 시청하는 마니아 수준을 견지해 왔다. 뜻한 바 있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지난 1월엔 <우리말 겨루기>에 출전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첫 술에 배부른 건 없다는 자위를 하였다.
여하튼 이미 전국방송의 무대에 '데뷔'한 이력은 있었기에 어제 오후에 다시 간 <퀴즈 대한민국>의 지역 예심에서의 통과는 솔직히 따 논 당상쯤으로 알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철철 넘쳤다는 얘기다. 필기시험 예심은 모두 20문제가 출제되었다.
담당 작가가 성우 모양으로 두 번씩 문제를 불러주는 걸 잘 듣고 나눠준 시험지에 기록을 하는 모양새였다. 긴가 민가 하는 문제를 빼고 자신 있게 써 낸 건 자평(自評)하기로 약 17문제는 정답에 근접하지 싶었다(물론 착각은 자유겠지만).
필기시험에 당첨된 이들의 명단은 오후 3시 10분에 휴게실에 대자보 형태로 붙이겠다고 했다. 그걸 기다리면서도 솔직히 자신감은 여전했었다. 당시의 '헛물켜기'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본 방송의 녹화 때 나가서 정할 구호 내지는 슬로건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을 정도였다.
허나 이번에 역시도 나는 '머피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어떤 운명적 사슬의 피해자였다.
즉 무언가를 간절히 기대하면 안 되고 반대로 안 될 거라고 체념하면 외려 잘 되는 그런. 이런 선상에서라도 여하튼 잠시 후 걸린 대자보에 내 이름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래서 더욱 춥고 스산했으며 황량한 슬픔의 삼박자가 고루 춤을 추었다. 골목 입구의 슈퍼에서 맥주와 소주를 샀다. 집에 와 냉동실에 남은 통닭을 해동시켜 홧술의 형태로써 '소맥'을 들이켰다. 아들이 위로했다.
"아빤 능력이 있으시니깐 다음에 또 도전하세요."
"그럼~ 그래야지!"
윤태규가 부른 노래 <마이웨이>라는 곡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라는 구절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넘어져야 일어설 줄도 아는 법이니까. 헌데 넘어지는 것도 나무 자주라고 하면 무릎팍이 남아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이젠 그만 넘어지고 싶다는 주장이다. 방실이가 부른 가요엔 또 이런 게 있지 않은가 말이다.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고자 하는 나를) 제발 내버려두지 마'라고. 어제 또 나는 결코 원하지 않은 '미역국을 먹었'지만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