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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의 세종시 제2캠퍼스 설립 여부가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입구.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의 세종시 제2캠퍼스 설립 여부가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입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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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서울대 세종캠퍼스'는 가능할까?

세종시 수정 논란 와중에 서울대가 세종시에 제2캠퍼스를 세울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법령 재정비와 비수도권 캠퍼스들의 반발 등 서울대의 세종시 진출에는 만만찮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매일경제>는 16일 서울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서울대 경영대학이 세종시에 제2캠퍼스를 만드는 계획안을 마련해 최근 대학 본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대 공대가 세종시에 제2캠퍼스인 '집현 캠퍼스'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 강태진 공대 학장은 "7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제2캠퍼스를 짓는다는 초안을 마련해 최근 총장께 직접 구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잇따른 언론보도에 대해 서울대는 세종 캠퍼스 추진 이야기를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대 홍보실과 고위 관계자들은 "대학본부 자체에서 정식으로 논의해보지 않은 일종의 '가설'이기 때문에 믿을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또 몇몇 관계자들은 "아직 정치권에서 세종시 성격 문제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일부 단과대학이 너무 앞서 나간다"며 "게다가 대학 차원에서 공식 논의하지도 않은 아이디어 수준의 이야기를 단과대학들이 사실인양 자꾸 언론에 흘리는 건 '정치적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정치적 의도란 학생 수 증원을 통한 학과 기득권 강화를 의미한다. 실제 아이디어 차원이라도 현재까지 나온 '서울대 세종 캠퍼스'는 일부 단과 대학을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게 아니다. 서울의 단과 대학은 그대로 두고 세종시에서 새로 학생을 뽑는다는 것이다.

헌재 서울대 경영대 입학 정원은 130명. 이는 연세대 304명, 고려대 320명, 서강대 283명, 성균관대 350명 등 사립대학 입학 정원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다. 하지만 세종시 캠퍼스가 설립되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를 피해 입학 정원을 손쉽게 늘릴 수 있다.

공대의 경우도 세종 캠퍼스가 생기면 한 번에 수천 명을 추가로 뽑을 수 있다. 서울대 공대 계획에 따르면 학생 6500명을 새로 선발할 수 있다.

서울대 세종캠퍼스, 현재 법령으로는 불가능... 방법은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가 수도권을 벗어나 충남에 '제2캠퍼스'를 설립하는 게 가능할까? 현재 법령에 따르면, 이는 불가능하다. '서울대 설치령' 3조는 "서울대학교의 소재지는 서울특별시로 한다. 다만, 일부 단과대학의 경우에는 그 시설을 경기도에 둘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국립대이니 그 소재지를 수도권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각 광역단위별로 존재하는 국립대학이 해당 행정구역을 벗어나 타 지역에 단과 대학이나 제2캠퍼스를 설립한 경우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서울대 세종캠퍼스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서울대 설치령'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서울대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가 충청권에 제2캠퍼스를 세우는 것도 생뚱맞다. 한 번 예외를 허용하게 되면 '서울대의 전국화'라는 웃지못할 상황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다른 국립대학들도 "왜 서울대에만 특혜를 주냐"며 '규제 완화'를 요구할 것이다.

법령을 손질한 뒤에도 또 다른 문제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서울대가 서울시의 기득권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느냐는 점 그리고 수도권 과밀화에 대한 서울대의 이중 잣대가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정운찬 총장 시절이었던 2003년 수도권 과밀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원의 농업생명과학대(농대)를 서울의 관악캠퍼스로 이전했다. 서울대 농대는 1907년 수원시 서둔동에 설립됐으니 96년만에 서울로 입성한 셈이다.

당시 서울대 농대는 서울 입성을 위해 장기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서울 농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지난 1986년부터 구체적으로 서울 이전을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1987년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1987~2001) 포함되면서 학교 차원의 계획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건설부는 수도권 집중억제 시책과 수도권 정비, 그리고 관악산 환경 훼손과 교통 혼잡 등의 이유로 서울대 농대의 본교 이전을 오랫동안 반대했었다. 

 세종시 중심행정타운 예정부지. 계획대로라면 2012년 까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여러 중앙행정부처가 들어서야 하지만 썰렁하다. 사진의 오른쪽 타워크레인이 있는 곳이 국무총리실 공사현장이다.
 세종시 중심행정타운 예정부지. 계획대로라면 2012년 까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여러 중앙행정부처가 들어서야 하지만 썰렁하다. 사진의 오른쪽 타워크레인이 있는 곳이 국무총리실 공사현장이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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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세종캠퍼스 설립한 뒤 서울 입성?

당시 서울대 농대가 서울 본교로의 이전을 요구하며 내세운 근거는 수원 비행장 소음문제와 다른 기초 학문과의 연계 필요성이었다. 이전 당시 유관희 서울대 생물자원공학부 교수는 <서울대 동문 회보>에 이런 글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대학의 이전 이유가 수원 전투비행장의 비행기 소음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근본적인 이유는 기초학문분야와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첨단 기술 분야의 학문을 창출하고, 낙후된 교육연구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문을 접하게 하고 다양한 교육 기회를 부여하여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데 있다."

서울대 농대 기획실 쪽도 "농대 특성상 다른 학문과의 연계가 중요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단과대학에 대한 선입견과 서울 본교 이용의 편리함이 이전의 주된 이유였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결국 수도권 과밀화라는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농대를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서울대의 일부 단과대는 '서울대 설치령'을 넘어서면서까지 세종시 캠퍼스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기술했듯,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학과 기득권 확장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해당 학과들이 세종캠퍼스를 지렛대 삼아 몸집을 불린 뒤 서울로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서울대에 근무하는 한 교수는 "공대와 경영대도 학문 특성상 다른 기초 과학 및 인문학과 연계가 필요한데, 그들이 세종시로 갔다가 농대처럼 '서울 입성'을 주장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사립대의 경우 서울 본교와 지방 캠퍼스를 차별하는 상황인데, 서울대라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냐"며 "결국 이름은 서울대인데, 서울대가 아닌 이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련부서 관계자도 "수원에 있는 단과 대학도 서울로 불러들인 서울대가 정말로 지방에 캠퍼스를 설립할 지 미지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서울대학의 세종 캠퍼스 추진 논란에는 이해관계와 셈법이 얽혀 있다. 국립 서울대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세종시#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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