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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나이 71살, 이제서 또 자격시험을 치른다니 마음이 불안하다. 운전면허 시험을 치른 게 1971년이니 거의 40년만의 시험 경험이다. 나이가 먹어도 시험이란 마음에 부담을 주고, 심적 불안감을 안겨주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처음으로 문화관광부에서 실시하는 '문화관광해설사' 자격시험을 '이론과 실기'로 나누어 치르는데, 이론은 학과 강의를 열심히 듣고 그런 대로 열심히 하면 되는데 문제는 시연(試演)테스트로 7분간의 대중 앞에서의 해설 실기 시험이다.

사실 나는 대중 앞에서 말하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언론사 퇴직 후 논술강사 양성 학원을 차려 성인들 앞에서 강의를 했고, 사회교육원 강사와 한국언론재단의 미디어 강사도 하고, 한때는 서울 시내 노인대학 유명강사 노릇도 해 강단(講壇) 경험은 많다.

그렇게 많은 강단 경험에도 시연(試演)시험이라니 어쩐지 불안하고 초조하다. 더구나 많은 젊은 사람들을 제켜두고 나이 많은 사람을 뽑을 리가 없어 더욱 걱정 되었다.

젊은 전문교수 5명이 시험관을 한다니 나도 한 살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외모에도 신경을 썼다. 완전 백발인 머리를 갈색(브라운)으로 염색하고, 자주색 양복정장에 빨강색 넥타이를 맺다.

나의 시연 주제는 나의 관할 구역으로 내고향 안면도 토박이로 내가 잘 아는 안면도를 내용으로 하는 '안면도(安眠島)를 아시나요'였다. 평소 하던 대로 안면도 섬 안의 문화관광 내용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돋보이게 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안면도의 개략적인 명소 및 관광지 소개와  거국적 행사였던 '2009 안면도국제꽃박람회'를 간략히 소개하고, 주안점은 안면도의 특색인 '안면도 소나무 이야기'에 두기로 하였다.

안면도 소나무인 안면송(安眠松)은 고려시대부터 봉산(封山), 즉 나라에서 벌채(伐採)를 관리하던 나무로 궁궐과 군선(軍船)을 짓던 올곧은 소나무로 명성이 있다.

안면도 소나무에 대한 구체적인 이용사례를 들자면 수원화성의 건축일지인 '화성성역의궤(儀軌)'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 의궤에는 화성의 축조경위와 건설 내용은 물론, 안면도 소나무의 쓰임새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수원성 축조에 원목 하나의 부피가 4㎥에 달하는 대들보 344주를 안면도 소나무로 했다고 씌어 있다. 200년 전 안면도 소나무의 위용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아름드리 굵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그 당시의 안면도를 상상하면 천년 소나무 왕국의 솔숲이 어떠했을지 더욱 궁금하다.

소나무는 당년에 두 잎이 피어 다음해에 잎이 진다. 그러기에 솔잎은 늘 쏟아져도 소나무는 늘 푸르게 보인다.

소나무는 어찌 보면 잔인한 면도 있다. 솔잎은 독성이 있어 자기 새끼인 솔씨가 자기 옆에서는 발아가 되지 못해, 옆에 경쟁자 없이 낙락장송(落落長松)할 수 있다. 그러기에 소나무 씨는 멀리 날아서 산자락 절개지(切開地)나 생땅에서 뿌리내린다.

나의 소나무 이야기는 전문성과 사례 중심으로 차분하게, 충실하게 준비하였다. 물론 사전에 여러 차례 시연 리허설도 하고, 여러 가지 사진 자료와 심사위원에게 나눠 줄 자료도 철저히 준비했다. 시연 당일 강당의 대중 앞에서 차분한 어조로 평소보다 더 시연이 잘 되었다.

시험을 하찮게 안 많은 젊은이들이 시험에 낙방하고, 나는 자격시험에 합격을 했다. 아마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시험이고, 합격일 것이다.

시험이란 준비된 사람에겐 두렵지 않은 것이다. 70이 넘은 이 나이에 내 고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내 고향의 문화유산과 관광 명소를 감명 깊게 해설하고, 그들을 즐겁게 하는 내 인생이 오늘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나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소서> 응모 글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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