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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화약고' 서해의 대청도 앞바다에서 10일 오전 제3차 서해교전이 발생했다. 서해는 남측이 해상경계선으로 고수하는 북방한계선(NLL)과 북측이 1999년 설정한 해상경계선이 일치하지 않아 대한민국 해군 2함대와 서해함대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두 차례 함대간 교전이 발생해 서로의 인명이 살상되는 참극이 일어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가 '제3차 서해교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가 '제3차 서해교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방부

사실 3차 서해교전은 이명박 정부들어 남북간 대치가 격화되며 어느 정도 예견된 일. 북한은 정권초기부터 노골적으로 NLL 무력화를 선전과 침범으로 시도했다. 2008년 3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해군사령부대변인의 관련 담화는 NLL은 북한과 합의없이 미국이 그어놓은 선이어서 인정할 수 없으며 자신들이 설정한 해상경계선을 월선할 시에는 응징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태영 당시 합참의장 후보자(현 국방장관)가 인사청문회에서 NLL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지난 1월 30일에는 남북기본합의서상의 NLL 관련조항폐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지난 5월 27일에도 인민군판문점대표부는 NLL을 해상한계선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 서해의 긴장감은 높아져만 갔다.

세 차례의 서해교전은 모두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남측이 우월한 해상전력을 바탕으로 NLL 북방으로 후퇴하는 적선을 추격해 공격하지 않았고, 북측은 옹진반도에 있는 실크웜 대함미사일 등 대함무기를 사용하는 등, 서로를 격멸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북한경비정의 대량남하에 이어 이번 사태와 같은 참사가 국지적으로 다시 발생할 경우 남북간의 본격적인 전쟁을 가능성 없는 일로 일축하기는 어렵다. 양국 모두 큰 피해가 발생할수록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큰 보복을 감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우리측이 주장하는 NLL과 북측이 주장하는 경계선을 바탕으로 새로 해상경계선을 합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과 북이 영토라는 민감한 문제를 놓고 양보할 가능성도 적고, 이를 절충할 경우 남측의 영토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NLL이 문자 그대로 1953년 북한측과 정접협정에서 해상경계선문제를 합의하지 못한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남측의 수상함정에 더 이상 북방으로 올라가지 말라고 그은 한계선이란 점이 우리측 맹점이지만, 그렇다고  2차서해교전에서 순국한 군인이 여럿 있는 국민감정상 용납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명문화했다. 이는 10.4공동선언 중 가장 획기적인 결과물로 평가되지만,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북한의 모든 일을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도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조차 국경지대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한강하구개발에 "군부의 반대가 심하다"며 마지막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안에 합의하기를 지연하곤 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남과 북이 서해에서 계속된 충돌이 발생하는 이유가 꽃게를 비롯한 어로자원이 풍부한 서해 NLL부근에서 양측의 어선이 어로작업을 하다가 월선하는 경우가 많고, 남북의 군함이 이를 지도하다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의 불법어선 또한 불법조업을 자행하는 바람에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날 북측의 NLL 월경도 NLL 부근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도 있다.

따라서 남과 북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고 그 구역 안에서는 양측의 군함이 모두 철수해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려는 것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정의 이유다. 이날의 군사적충돌도 남측의 경고사격에 북한이 우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와 같이 극단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지역에서는 상대방의 함포가 발사되는 소리만 들어도 대응사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경고사격인지 격파사격인지 구별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타고 있는 함정이 피격될 수 있다는 데서 나오는 공포감은 대응사격을 명령하기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정상 간이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참여정부 말기 단 한 차례 이를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지정하기 위한 추진위원회가 열렸을 뿐,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높아진 긴장감에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ABR(Anything But Roh)을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10.4공동선언,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을 지켜나가야 한다. 그동안 '비핵개방3000'과 '그랜드 바겐' 등 큰 상상만을 해온 이 정부에서는 이미 합의한 작은 것을 하나씩 합의해가며 북과 신뢰를 쌓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다.

일단 더이상 북한에 빌미를 주지않기 위해 북한이 정치선전화하고 있는 '현 정부의 두 공동선언에 대한 무시'주장부터 분명히 부정하는 것이 북한의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첫걸음이다. 남과 북이 서로 공동선언의 결과물을 합의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까워지는 것만이 후일 '통미봉남'에 걸려 제네바합의 당시와 같이 막대한 지원만을 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같은 문제는 북한 군부와 마찬가지로 우리 군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 중 경험했던 군생활 중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정을 두고,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북한놈들과 고기잡이나 하며 노닥거리자고 약속하고 왔다"는 육사출신 간부의 비난을 듣기도 했다.

이날 보수정당들도 "보다 철통과 같은 경계와 철저한 응징"을 주문하는 등, 그들로부터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통령이 닮았다고 지난 대선 후보시절 주장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7.4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내고, 평화통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노태우 전대통령시절 현재의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남북기본합의서'가 발표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실타래처럼 꼬인 북과의 문제를 풀 열쇠는 '비선의 활약'이 아니라 지난 남북공동선언들에 대한 재확인 선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blog.ohmynews.com/rockwav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해교전#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북한#북방한계선#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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