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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시흥에서 10여년 동안 문화, 역사 등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그동안 그가 찍은 사진은 15만 컷 이상이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시흥에서 10여년 동안 문화, 역사 등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그동안 그가 찍은 사진은 15만 컷 이상이다. ⓒ 김영주

올 한해 시흥의 모든 행사명에는 '시 승격 2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장식되었다. 시흥의 심장인 갯골처럼 굽이굽이 이어져 역동하는 시흥이다. 그 시흥에 매료돼 지난 10여 년간 시흥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44)를 만났다.

자기 본연의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주제를 선정해서 촬영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포토아티스트로 부른다. 김성환씨처럼 신문, 잡지, 방송, 온라인매체 등 매스미디어에 기록되는 사진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포토저널리스트라고 한다.

그가 이렇게 매체사진을 직업으로 삼은 것은 1992년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다. 물론 대학시절 신문방송학과에서 배운 보도사진학(포토저널리즘으로 교과명 변경)을 전공필수로 하고, 보도사진연구회 회장을 지낸 것도 토대가 되었다. 군대도 사진병으로 다녀왔으니 그의 인생절반은 '사진'과 함께 한 셈이다.

1993년 월간 리쿠르트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하다가 96년 포토에이전시를 선, 후배와 차려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 항공 기내지를 비롯 일반 사보에 들어가는 사진들을 촬영해 왔다. 이후 1999년 10월 정식 창업한 것이 지금의 기획사인 '코인뱅크'이다.

시흥과의 인연, 시흥화보 촬영 및 뷰티플 시흥 제작

시흥과의 첫 인연은 창업 직전인 1998년이다. 시흥화보를 맡은 한 회사가 사진작업을 의뢰해 시흥을 찾게 되었고, 몇년 후에는 서울에 차린 코인뱅크를 시흥으로 옮기게 되었다. 점차 서울 위주에서 시흥, 인천에 치중하여 작업하게 되었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지금의 '뷰티플 시흥'이다. 2002년 시정소식지 '뷰티플시흥' 매체 창간을 위한 공모전에서 1등을 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외주작업을 했다.

그가 생각하고, 만들어낸 '뷰티플 시흥'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는데, 그는 세 가지를 중심으로 두었다.

"일단 시정소식지이만 시민이 느끼고 즐겨 읽을 수 있는 시민중심의 기획을 바탕으로 했지요. 그리고 시민기자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시민이 그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으며, 디자인도 기존 신문, 잡지와는 다른 구성이 되도록 시도하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지자체에서 뷰티플시흥 제작을 벤치마킹, 응용해 뷰티플시흥같은 시정소식지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노력 탓에 '코인뱅크'는 곧 '뷰티플시흥'으로 인식되어 왔다.

김/성/환...이름 세 글자는 코인뱅크 대표라는 비중이 컸는데, 이젠 개인으로서 위치가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가 소장한 사진의 가치와 앞으로 그가 프레임에 담아낼  깊은 능력 때문이다.

시흥의 프레임 가장 많이 담아낸 사람 누구? '김성환'을 찾다

시흥 갯골 시흥의 갯골과 호조벌이 항공촬영으로 한 눈에 보인다.
시흥 갯골시흥의 갯골과 호조벌이 항공촬영으로 한 눈에 보인다. ⓒ 김성환

시흥시는 지난 7월 시흥시 승격 2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준비를 하면서, '중요 사진 콘텐츠를 찾아내고, 기록사진을 가장 많이 촬영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고민했다. 그 고민 속에서 장기간 시흥의 환경, 축제, 문화 등을 프레임에 담아온 '김성환'을 선택했다.

사진전시회 기획을 맡게 된 김성환씨는 시흥시에서 보유한 사진과 본인 사진들을 정리해 시간 순서대로, 중요한 테마 위주로 전시회에 담아냈다. 그의 사진은 1998년부터 2009년 현재까지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유추해보면 슬라이드의 경우 4-5만 컷, 디지털은 10만 컷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시흥의 역사와 함께 숨쉬는 그가 느껴진다.

그의 사진보유량도 놀랍지만,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는 항공에서 본 시흥의 모습을 담아낸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지난 2003년, 2005년에 이어 2009년 10월6일까지. 2003년 항공촬영 당시 지하철 4호선 공사 모습을 담아냈고, 외곽순환고속도로 및 제2경인고속도로 공사 모습도 찍었다. 김성환씨는 "기록사진의 가치가 돋보이는 때"라고 설명했다.

군자지구 10월6일 촬영한 군자지구의 모습. 건너편 송도지구도 보이고, 군자지구 앞시흥시에서 유명한 옥구공원도 보인다.
군자지구10월6일 촬영한 군자지구의 모습. 건너편 송도지구도 보이고, 군자지구 앞시흥시에서 유명한 옥구공원도 보인다. ⓒ 김성환

항공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그가 처음 항공촬영을 한 것은 지난 1997년 인천광역시의 의뢰로 찍은 송도신도시 매립사진이다. 보통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 변모된 모습을 기록으로 담길 원하기 때문에 요청에 의한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인천시 작업은 화보촬영 일환이었으니, 정식촬영은 2003년 시흥시에서다. 정식촬영은 매우 어려운데, 40여개의 포인트 지점을 찾아 1포인트 당 5분안에 촬영을 마쳐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헬리콥터가 보통 2시간 정도 밖에 뜨지 못하기 때문에, 한 번 비상정착 후 다시 뜬다고 해도 4시간 이상 촬영은 힘든 상황이다.

이를 위해 맑은 날씨와 적당한 바람은 필수조건이다. 참고로 항공촬영을 위해서는 국군기무사에 촬영계획서를 제출, 허가를 받은 다음 가능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통일항공, 홍익항공 등 민간항공사로부터 빌리는데 1시간당 최저 250-550만으로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만큼 항공촬영이라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책임감, 의무감 없이 절대 못했다", 시흥에 대한 애정도 한 몫

시화MTV전경. 2009년 10월6일 가장 최근에 촬영한 시화MTV항공촬영 모습.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추진중인 시화MTV가 구역대로 물길을 막아놓은 모습이 보인다.
시화MTV전경.2009년 10월6일 가장 최근에 촬영한 시화MTV항공촬영 모습.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추진중인 시화MTV가 구역대로 물길을 막아놓은 모습이 보인다. ⓒ 김성환

"항공촬영을 위해서는 차량을 이용해 직접 다녀봐야 하고, 항공회사 기장들과 협의 후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져야 합니다.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많은 촬영을 요구합니다. 이번에도 촬영을 하면서 시흥의 대표적인 권역들(정왕권, 군자권, 소래권, 연성권, 목감.매화,과림권, 신현권 등)을 모두 나눠 촬영했으며 제3경인고속도로, 시화북측연결도로, 방산하중간 도로처럼 새로 신설되는 도로, 능곡.목감.장현 택지개발지구, 군자지구, 시화MTV, 수인선전철 공사현장 등 머릿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흥시의 모든 것을 찍었습니다"

헬리곱터에서 몸을 밖으로 내어 줄에 의지한 채 촬영하는 것인 만큼 고도의 계획과 기술이 필요하다. 당시 시흥시 외에도 인천광역시의 인천대교, 인천항, 청라지구 등을 촬영하느라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의 몸은 성할 날이 없다.

몸도 그렇지만 항공촬영을 위해서는 날씨를 가늠하고, 촬영하기까지 모든 책임은 '촬영자' 본인의 몫이어서 마음 고생도 있다. 또 200-300m 올라가서 촬영을 하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어렵기에 담력이 있어야 한다. 한 겨울의 촬영은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목포항, 경기도 시흥, 인천시 남동구, 서구, 부평구, 인천광역시의 권역별 사진과 함께 홍콩, 그랜드캐년, 필리핀 등 해외촬영도 담당했다.

그렇지만 항공촬영은 흔한 일이 아니어서 국내에서 전문가는 10여명이 되질 않는다는 게 김성환씨의 설명이다. 세계적인 항공사진가가 나올 수 없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는 프랑스 항공사진 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유네스코 후원을 받아 전 세계 항공촬영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해안선, 철책(비무장지대)까지 미군헬기를 이용해 촬영한 점이 내심 부럽고,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진을 다른 나라 사진가가 찍는 것 때문일 게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시흥전시관 앞에서 찍은 모습. 시흥을 15만 컷 담은 작가이지만, 정작 그의 사진을 요구하자 5컷도 되질 않았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시흥전시관 앞에서 찍은 모습. 시흥을 15만 컷 담은 작가이지만, 정작 그의 사진을 요구하자 5컷도 되질 않았다. ⓒ 김성환

이런 중요한 기록을 담아내는 그의 가치만큼 경제 상황은 비례하지 않는다.

"10년 넘게 시흥을 담아왔지만 경제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책임감이나 의무감 없이는 안되는 일이지요. 여기에 시흥에 대한 애착이 어우러져 지금껏 사진기를 손에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

어느 날 사라진 소금창고, 기록사진 역할 더 중요해

그가 지난 1998년 처음 시흥의 화보사진을 찍을 당시 오이도는 빈 터 같은 느낌이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사람이 없는. 그러나 지금은 시흥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고 비어있는 공터에는 상가, 회집, 빨간 등대도 들어섰다. 이러한 오이도의 역사가 그의 사진 속에 있다.

오이도조가비축제, 시흥갯골축제 등 없었던 축제들이 생기거나 월곶쭈꾸미축제처럼 사라진 축제들도 있다. 옥구공원이 조성되고 이후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까지 담아냈다. 소래권, 연성권, 정왕권 등 권역별 모습도 담아냈지만 아파트 및 상가가 생기는 것 외에는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한다. 오히려 시흥의 문화, 행사가 다변화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어떻게 보면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없는 것을 발굴해내야 한단다. 시흥의 낙조, 계절별 사진을 끄집어내야 하고, 축제도 그때그때 담아내야 하고, 영원히 찍을 수 없는 사진도 담아내야 하는 등 그 중요성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어느 날 사라진 소금창고를 보면서, 기록사진의 역할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런 그의 꿈이 궁금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스스로 기획한 사진작업을 해내는 일"

"개인적인 꿈은 회사를 잘 운영하는 것도 있지만, 15년 정도 찍어온 사진콘텐츠를 사람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및 서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시흥이나 인천에서 매체를 기획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사진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니는 일이 해소되길 원합니다. 내년에 바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장기 계획으로는 시흥시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도록 시에서 사진콘텐츠를 자료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개인이 포토스탁을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흥시가 적극 나섰으면 하지요.

또한 지금처럼 의뢰한 사진작업만 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스스로 기획해서 사진작업을 해내는 일들을 하고 싶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들을 바탕으로 책을 내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컬쳐인시흥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포토저널리즘#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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