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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3분, 구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00배가 넘는 방사능 유출사고가 일어난다. 이 사고로 2명의 작업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같은 해 7월 말까지 29명이 죽었다. 화재 소화 작업에 동원된 소방원들 대부분이 심각한 방사선 피해를 입었고 원자로 주변 30km 이내에 사는 9만여 명의 주민은 모두 강제 이주되었다. 그 후에도 6년간 발전소 해체작업에 동원된 5700여 명의 노동자와 민간인 2500명이 사망, 43만 명이 암과 기형아 출산 등과 같은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인류 최악의 재앙으로 손꼽히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그 대략은 이렇다. 그런데 이처럼 돌이 킬 수 없는 끔찍한 참사를 일으킨 결정적인 원인은 '근무자의 졸음'이라고 한다.

"생체시계를 둘러싼 내 몸의 리듬을 들어라"

 <건강 잠재력,생체시계의 비밀>(지식채널 펴냄)
<건강 잠재력,생체시계의 비밀>(지식채널 펴냄) ⓒ 지식채널
원유 4만여 톤이 쏟아져 알래스카 해안 1600km를 덮어 150억 달러에 달하는 환경피해를 가져온 '엑슨 발데스 호 사고(1989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오염사고로 손꼽는데 이 사고는 새벽 0시 4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스리마일 섬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1979년)는 새벽 4시, 인도 보팔 화학공장 가스누출 참사(1984년)는 0시 40분에 일어났다.

이 사고들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처럼 졸음이 결정적 원인. 잠을 원하는 몸의 요구를 거스를 수밖에 없는 야간 근무자가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한순간 깜박 졸았음이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부른 것이다. 야간 근무 때문에 뒤바뀐 생활패턴이 야간 근무자 개인의 생체시계를 괴롭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재앙까지 부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건강 잠재력, 생체시계의 비밀>(지식채널 펴냄)의 저자는 'EBS 생체시계의 비밀 제작팀·장혜진'. 이 책은 지난 4월 2부작으로 방송된 'EBS 다큐 프라임 <생체시계의 비밀>을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들이 경찰, 편의점 근무자, 경비업체 직원 등 야간 근무자들에게 야간 근무의 힘든 점을 묻자 그들은 대부분 '졸음을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새벽 3시~5시'를 하소연한다. 이들의 호소는, 아무리 참으려고 애를 써도 어쩔 수 없는 우리 몸의 요구가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우리의 굳은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우리 몸의 요구, 그 비밀은?

정신을 집중하려고 세수를 하거나 커피를 마셔 봐도 견디기 힘들어지는 시간, 새벽 4시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이 시간대는 대부분의 야간 근무자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시간이며 야근 중의 실수나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간대에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생체시계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 시간대는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양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이며, 수면을 촉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 분비가 점점 많아지는 시간대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로 집중력을 발휘하려고 애써도 잠이 쏟아지고, 집중력은 자연히 저하되고 논리력과 추리력 또한 떨어진다. 그래서 마의 시간 새벽 4시는 경계심이 약화되어 야근 중의 실수가 가장 많은 시간대이기도 하다.-책속에서

아마도 야간 근무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리라. 아무리 참으려고 애를 써도 절대 참아지지 않는 깜박 한순간, 그 한순간 졸음의 절실함과 달콤함을 말이다.

"우리의 생·로·병·사, 생체시계가 쥐고 있다"
"청소년들의 야행성은 당연하다?"

이 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독자적으로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생체시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들려준다.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생체시계 관련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능한 쉽고 실용적으로 풀어쓰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시간감각의 증거는 우리 주변에도 많다. 출근을 준비할 시간이 되면 자연히 눈이 떠지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배꼽시계가 울리고, 늦은 밤이 되면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저절로 눈이 감긴다면, 그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그러한 몸속의 울림이 바로 당신의 몸이 지니고 있는 본능적인 시간감각의 증거인 셈이다. 모든 생물체의 시간 감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생체시계다.-책속에서

책의 주제인 생체시계, 그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한다. 생체시계란 말도 혹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용어일 수 있을 것. '배가 고플 때면 상황과 장소를 어김없이 울려대는 배꼽시계'도, 밤 9시~10시만 되면 잠이 쏟아져 마실을 갈 수 없다는 사람들의 고충도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 때문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이 책 <건강 잠재력, 생체시계의 비밀>은 생체시계란 무엇이며 어떤 연구자들에 의해 어떤 단계까지 연구 되었는가?부터 시작, 몇 년 전 우리 사회에서 유행한 아침형 인간과 그 반대인 저녁형 인간의 생체시계 법칙, 생체시계의 적신호와 생체시계 지키기 등을 5부로 나눠 들려준다. 5부에서 다루는 여성의 생리주기 28일과 태아의 40주 비밀도 흥미롭다.

현대사회는 점점 갈수록 더 많은 야간 근무자들을 필요로 한다. 이런 사회적 요구 때문에 어쩔 수없이 야간에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터넷 등과 같은 개인의 요구로 잠 못 드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의 제3부 '생체시계의 적신호'와 제4부 '생체시계를 지키는 핵심 키워드, 수면과 햇빛' 편에서는 이런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에 주목, 그 문제점과 대안들을 제시한다.

흔히들 건강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고들 말한다. 때문에 시중에는 건강 관련 책들이 홍수를 이루고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강 관련 제품들과 상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책의 바탕이 되는 'EBS 다큐 프라임 <생체시계의 비밀>은 온갖 건강정보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잘못된 건강정보의 파급을 우려, 올바른 건강 정보 전달을 위해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책은 방송처럼 입체적으로 기획,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생체시계를 쉽게 이해하게 돕는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속의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생명의 시계, 생체시계의 시계바늘은 하루 24시간 주기의 리듬만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다. 엎드려 기어 다니기만 하던 아기가 벽을 짚고 일어서는 성장 발달의 과정을 지나 사춘기에 도달하고, 청년이 되었다가 주름이 생기고 어느덧 희끗희끗 백발이 되어간다… 이 모든 세월의 변화 속에는 정해진 주기가 있으며, 그 시간의 주기를 전반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도 생체시계의 역할이다.-책속에서

생체시계에 대한 이런 설명도 눈에 띈다. 생체시계에 우리의 생로병사가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책은 참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나머지 이야기들을 대강만이라도 설명하면.

▲우리 몸의 하루는 24시간 플러스알파~25시? ▲몸속에서 항암제 분해 요소가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 활용하면 암 치료가 쉽다? ▲국가별 야간 밝기가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발병을 좌우? ▲시간치료학이란? ▲깨어있는 한밤중 1시 무렵에는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 ▲다이어트의 열쇠, 생체시계가 쥐고 있다? ▲초경이 빠르면 일반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 50% 상승? ▲성 조숙증은 남보다 빨리 살아버리는 것?▲낮에는 피곤하고 밤에는 쌩쌩한 청소년의 야행성? 당연하다? ▲잠을 많이 지면 피부가 좋아진다? 천만에! ▲잠들기 전 따뜻한 우유 한잔, 숙면을 방해! ▲인간의 낮잠은 태어날 때 기지고 나왔다? ▲태아에게도 생체주기가 있다? ▲햇빛이 달걀의 콜레스테롤 양을 조절한다? 등이다.

우리 몸 최고의 시간, 몸의 최악의 시간, 생체리듬 유형 자가진단법, 나의 생체리듬 제대로 파악하기, 일 년의 흐름과 건강주기 시간표, 내 몸 생체시계 알아보기, 낮과 밤의 생체리듬을 이용한 다이어트 시간표 등은 건강한 생활을 위해 실생활에서 적극 활용해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견딜만한 교대 근무제(책속에서)
캐나다의 국립산업안전보건센터에서는 생체시계를 고려해 '견딜 만한 교대 근무제'를 제안하고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①순환식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면 2~3일만에 한번씩 교대할 수 있도록 한다. 교대의 주기가 짧을수록 신체호르몬의 교란이 적고, 만성피로의 정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②교대 근무의 순서를 정할 때, 그 방향은 시계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다. 생체시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교대 근무의 순서는 '아침 근무-오후 근무-밤 근무'의 순서가 가장 좋다.

③아침 6시 이전에 교대하지 않도록 한다. 우리의 몸은 대체적으로 해가 뜨기 직전에 최저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④늘 일정하게 휴식과 활동을 배치한다. 근무 중에 정신이 명료할 수 있도록 수면은 근무 직전에 충분히 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고도의 정신 집중을 해야 하거나 신체적으로 힘든 일,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야 하는 일의 경우는 '짧은 근무와 긴 휴식'의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야간 근무자들의 어려움과 위험에 대해 새삼 생각했다. 잘은 모르겠는데 우리의 교대 근무 현실은 근무자의 고유한 생체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바꿔말해 회사 측의 효율적인 관리 등만 고려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점점 갈수록 야간 근무직은 늘어난다. 우리 몸의 타고난 생체시계를 최대한 배려한 교대 근무제를 이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필자)

덧붙이는 글 | EBS 지식채널 건강3: <건강 잠재력 생체시계의 비밀>|저자 EBS 생체시계의 비밀 제작팀 , 장혜진 |출판사: 지식채널 |정 가:12,800원



건강 잠재력, 생체시계의 비밀

, 지식채널(2009)


#배꼽시계#시간치료학#건강정보#EBS 다큐 프라임#체르노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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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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